매화 1. 2. 3 매화 1 한 뼘 뜰에 매화 한그루 심다 바위 옮겨 이끼 기른다 처마 밑에서 雀舌 끓이면 차향은 달빛에 오르고 뜰을 밟으면 이끼 돌 위에 꽃은 진다 가난한 친구 두엇 사귄 것이 가진 것 전부 삶의 시시비비는 원래 빈 것 찻잔 속의 달빛 같은 것 인생이 화선지처럼 빈 것이라면 매화 그림자 .. 시 2014.06.02
오륙도 등대 오륙도 등대 그는 저만치 멀리 떨어져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쉽게 닥아가고 쉽게 헤어지고 유행가 가사처럼 울고짜는데 그는 일년 삼백육십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닿지못할 곳에 있다 파도가 와도 폭풍우가 와도 밀려가지 않고 쓸려가지 않고 한 뼘 위태로운 바위돌 위.. 시 2014.05.30
그와 손잡고 가리라 그와 손 잡고 가리라 그와 손 잡고 가리라 탱자꽃 향기롭던 그가 살던 칠암동 그 집 근처를 그와 손 잡고 함께 가리라 그에게 말하리라 서장대 건너편 당미언덕 그 나지막한 언덕의 늙은 감나무 밑에 제비집 지어놓고 둘이 손 잡고 함께 가자고 그에게 말하리라 이제 천수교 아래로 흘러.. 시 2014.03.27
가을은 가을은 가을은 혼자 사는 여인처럼 서리 맞은 나무가 하얀 장갑을 끼고 바바리 깃 빳빳이 세우고 거리에서 손을 흔드는 그런 계절이다 가을은 잊혀진 여인처럼 진주목걸이를 한 젖은 나무가 주소없는 마지막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돌아서는 그런 계절이다 발뿌리에 멜랑코리가 밟히고 .. 시 2013.11.17
입동 입동 나무가 윤회를 안다 봄은 신록 여름은 녹음 가을은 낙엽이더니 입동엔 흙으로 돌아간다 노란 산국 가득한 약수터 물 담는 노인에게 나목에 앉은 딱다구리 행각승마냥 딱 딱 딱 목탁을 치고있다 시 2013.11.08
지나간 사랑 지나간 사랑 황홀하다고 하지 마세요 아름답다고 하지 마세요 지나간 사랑은 썰물 지나간 바다 가로등 쓸쓸한 포구 황홀하다고 하지 마세요 아름답다고 하지 마세요 인생의 배낭을 다 비우고도 못버린 그것을 외로운 달빛처럼 쓴 잔에 어리는 그것을 황홀하다고 하지 마세요 아름답다고.. 시 2013.09.10
첫사랑 3 첫사 첫사랑 (3) 김현거사 달빛은 예전 그대로지만 소녀는 아직 오지않고. 꽃빛은 예전 그대로지만 지는 꽃 더 애처롭네. 누가 세월이 약이라 했는가 행여 그 말은 믿지 마소. 시 2013.09.10
첫사랑 1 첫사랑 김현거사 이제 비오는 밤거리 희미한 등불이 된 그대. 푸른 파도 밀려간 모래밭 소라껍질이 된 그대. 꽃 피는 봄철마다 애달픈 낙화가 된 그대. 세월의 강 저편에 은은한 달빛이 된 그대. 시 2013.09.10
첫사랑 2 첫사랑 ( 2 ) 김현거사 섬과 섬 사이로 가는 배처럼 그에게로 가고 싶었다. 산과 산 사이로 흐르는 물처럼 그에게로 가고 싶었다. 별과 별 사이에 길이 있다면 그 길로 그에게로 가고 싶었다. 그리움의 산 하나 만들어놓고 소년은 이제 노인이 되었으나, 아직도 청초한 수선화 그 소녀를 잊.. 시 2013.09.10
조춘 조춘(早春) 어릴 때 그 소녀 발뒤꿈치같이 하얀 달래 넣고 사천 아지매들 이고오던 개발 넣고 봄을 된장국에 끓인다. 온종일 노인회관 나간 아내 대신에 등짝에 파란 줄 그인 새 한마리 매화 가지에 앉아 친구하잔다. 시 2013.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