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1
한 뼘 뜰에
매화 한그루 심다
바위 옮겨
이끼 기른다
처마 밑에서 雀舌 끓이면
차향은 달빛에 오르고
뜰을 밟으면
이끼 돌 위에 꽃은 진다
가난한 친구 두엇 사귄 것이
가진 것 전부
삶의 시시비비는 원래 빈 것
찻잔 속의 달빛 같은 것
인생이 화선지처럼 빈 것이라면
매화 그림자 하나 또렷히 남기고 싶다
매화 2
그가 동지섣달 설한풍 속
쓸쓸히 뜰에 서있던
그 여인인건 진작 알았다.
그러나
진눈깨비 피부에 칼끝같이 파고드는 조춘
한줄기 어딘가서 불어온 봄바람 때문에
저고리 옷고름 풀고
그렇게 향기로운 젖몽오릴
내밀 줄 몰랐다.
매화 3
얼음구멍 뚥고
빙어 기다리듯
겨울 동안 기다린 님
가슴 철렁하도록
온다는 소식 없이
애꿎은 봄바람만
가지를 간지럽혀
매화는
꽃부터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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