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학기행 마침 연꽃 피는 철이다. 부여 궁남지 백련과 홍련의 향기가 사방으로 퍼질 때다. 백제 문화 유적 찾아 떠나는 한국문인협회 문학기행 일행을 태운 비행기가 현해탄을 나르는 기내에서, 나는 낙화암 3천궁녀의 얼굴 적신 눈물에다 궁남지 연꽃 향기를 칵테일 해보고 있었다. 칸사이(關西) 공항을 덮은 구름은 천 4백 년 전 조각배에 몸을 싣고 온 백제 도래인(渡來人) 이야기를 펼칠 무대 커튼 같다. 어디서 목쉰 ‘진도 아리랑’ 한 대목 들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그래서다. 공항에서 오사카로 가는 길가 무궁화가 반갑다. 산록의 안개 낀 대밭은 미풍에 흔들리는 잎새에 떨어지는 실비가 옥구슬 같고, 삼나무 푸른빛에 덮인 산은 물소리 가득하다. 교외의 빛바랜 2층 목조주택은 오랜 풍상 겪어도 기와가 정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