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64

이별하는 법에 대하여

이별하는 법에 대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을 불교에서는 愛別離苦라 한다. 이 괴로움을 나는 비교적 일찍 경험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였다. 문학과 철학 좋아하던 친구가 자살하자 나는 너무나 큰 충격에 대학을 중퇴하고 군에 입대했다. 자학하는 심정으로 3년간 운전병 생활을 한 후 제대하자 남해와 욕지도에서 2년간 시간 보냈다. 5년만에 복학한 대학시절 가장 친한 친구는 희랍에서 박사학위 받고 모교에서 강의하다가 골수암으로 세상 떠났다. 직장 시절 가장 친하던 후배는 속초에 연호콘도를 세웠지만 간암으로 타계했다. 유난히 친했던 K, C, O 라는 세 친구도 갔다. 그들은 나에게 삶의 기쁨을 주었지만, 삶의 공허와 애수도 주었다. 水流花開. 원래 천지는 물 흐르고 꽃 피는 곳이다. 나는 분..

수필 2022.08.09

호반에서 만난 사람

호반에서 만난 사람 오늘 조현건, 성증 친구와 세곡동에서 바둑 두고 막걸리 한 잔 하면서 남해 송정 해수욕장 놀러 갔던 이야기를 했다. 이제 나이 팔십 바라보는 시점에서 증이 아니면 누구하고 무지개 같이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때 증이는 상봉동에서 기타 학원을 하고 있었다. 마침 사범학교 교생 실습 나온 여선생들이 있었다. 그때사 하늘에 뜨가는 흰구름만 봐도 맘이 설레던 때다. 방학 중인 남자쪽은 여선생들과의 데이트가 은근히 반가운 소식이다. 서로 이야기가 잘 되어 노량에 가서 배를 전세 내어 남해 상주로 갔다. 모든 비용은 김영도 병원장이 부담해주셨다. 그분은 음악을 좋아했고 증이와 친했다. 이쪽은 해군사관학교 제복을 입은 발이, 그리고 성증, 강호전과 고대생인 걸이와 나고, 그쪽도 숫..

수필 2022.02.17

남강문학회서 만난 정봉화 선배님

저작자 표시컨텐츠변경비영리 남강문학회서 만난 정봉화 선배님 남강문학회 일을 하면서 만난 6년 선배 정봉화 수필가님 생각이 난다. 진주 비봉루 천석꾼 연일 정씨 후예인 그분은 포항제철 협력사 대표직을 역임했는데, 매년 '남강문학'에 광고료 백만원씩 협찬했고, 수필을 실었다. 또 서울서 열리는 모임에 오시면 꼭 금일봉을 내놓고 가시곤 했다. 정봉화 선배님은 진주중- 부산고- 육군사관학교 과정을 거쳤다. 중학 동기생은 최병렬(한나라당 대표, 서울시장)이 있었다. 고등학교 원서를 쓰고 지원하고 하는 사이 아직 진학할 학교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부산에 가서 부산고 원서 2장을 사가지고 온 최병렬이 “봉화야, 부산고 원서 받아라. 같이 부산으로 가자”는 바람에 친구 따라 강남 간 식이 되었다. 부산고에서는 ..

수필 2021.12.28

계수나무를 보며

계수나무를 보면서 우리 아파트 계수나무가 노란 낙엽으로 물들었다. 며칠 뒤면 잎이 다 떨어질 것 같다. 10여 년 전 고교동기들과 桂林에서 계수나무 꽃으로 담근 삼화주(三花酒) 마신 일 생각난다. 계수나무 원산지는 중국 베트남 일본 등 따뜻한 고장이다. 만리 타향의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 역시 천리 길 진주서 서울 올라와서 대학 입학한 것이 1963년이다. 60 년 전 일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사랑하고 이별했다. 불가에선 사랑하는 사람 헤어지는 걸 愛別離苦라 하고, 미운 사람 만나는 걸 怨憎會苦라 한다. 그러나 나무는 봄이면 다시 잎이 나지만 사람은 한번 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창 밖의 계수나무를 보면서 나는 怨憎會苦 愛別離苦를 넘어 모두 소중함을 느낀다. 우리도 한 ..

수필 2021.10.28

'가버린 사람들과 한 잔 술이라도 나눠야겠다'

'가버린 사람들과 한 잔 술이라도 나눠야겠다' 연암이 안의현감으로 있을 때 일이다. 하루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더니 슬픈 표정으로 아랫사람에게 분부를 내렸다. “대나무 숲 그윽하고 고요한 곳을 깨끗이 쓸어 자리를 마련하고 술 한 동이와 고기, 생선, 과일, 포를 갖추어 술자리를 차리도록 하라.” 연암은 평복 차림으로 그곳으로 가서 술잔을 가득 따라 올리신 후 한참을 앉아 계시다가 서글픈 표정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상에 차렸던 음식을 거두어 아전과 하인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였다. 이상하게 여긴 아들 박종채가 연유를 묻자 연암은, “저번에 꿈을 꾸었는데 한양성 서쪽의 친구들 몇이 나를 찾아와 말하기를 자네 산수 좋은 고을의 원이 되었는데 왜 술자리를 벌여 우리를 대접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하였는데 꿈에서 깨어..

수필 2021.10.04

거사(居士)란 무엇인가

거사(居士)란 무엇인가 원래 거사란 말은 승려가 아니라 재가에서 불도를 닦는 사람을 가리키는 불교용어이다. 범어 꿀라빠띠(kulapati), 그르하빠띠(Gŗhapati)를 옮긴 것으로, 음역으로는 가라월(迦羅越, 伽羅越), 의역으로는 장자(長者) 가주(家主) 가장(家長) 등으로 번역한다. 가정을 떠나지 않고 붓다의 법을 믿고 따르는 신행자이다. 이들 중 재가 남자는 우파사카(Upāsakā, 優婆塞), 즉 청신사(淸信士) 혹은 선남자(kulaputra), 근사남(近事男)으로 호칭되고, 재가 여자는 우파시카(Upāsika, 優婆夷), 즉 청신녀(淸信女) 혹은 선여인(kuladuhitŗ), 근사녀(近事女)로 호명되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거사와 처사는 다르다. 불교에서는 출가했다 환속한 이를 ‘처사’라고 ..

수필 2021.09.20

초등학교 시절 친구

초등학교 시절 친구 내 블로그에는 흘러간 노래가 많다. 마릴린 몬로의 , 앤디 윌리암스의 같은 노래다. 그런데 최근에 그 노래들이 몽땅 날아가버렸다. 음반 보호법 때문에 곡은 사라지고 '관리자에 의해 중단된 동영상입니다'는 멘트만 남았다. 떠난 것은 항상 우리를 허전하게 한다. 노래가 사라져 허전하고, 함께 노래 부르던 친구가 떠나 허전하다. 그런데 지금도 내가 노래방에 가면 꼭 불러보는 노래는 '해운대 엘레지' 다. 그 노래는 나에게 해운대 백사장에 수없이 오고 또 가는 파도같이 추억을 밀려오게 한다. 그는 나에게 이제는 정말 두 번 또다시 만날 길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종대가 이승을 떠난 건 '아버님이 오늘 돌아가셨다'는 따님 전화로 알았다. 우리가 스무 살이던 시절 종대 집은 두구동에 있었다...

수필 2021.09.05

백낙천과 도림선사(道林禪師)

백낙천과 도림선사(道林禪師)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백낙천(白樂天, 772~846년)이 항주 태수로 부임했을 때 일이다. 멀지 않은 사찰에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년)라는 이름 높은 고승이 있었는데, 그는 청명한 날이면 고목의 가지에 올라 좌선을 했다. 백낙천이 갔을 때도 스님이 높은 나무에 올라 참선 삼매에 빠져있어, '선사의 거처가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도림선사는 '위태한 것은 당신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백낙천은 '저는 안전한 땅을 밟고 있거늘 왜 제가 위태합니까?'하고 질문했다. 그러자 스님은 '티끌 같은 세상의 지식으로 가득하고 번뇌와 탐욕이 쉬지 않으니 어찌 거기가 위험하지 않은가?'라고 대답했다. 백낙천이 선사에게 부처님 가르침의 골자를 물었다. 그러자 스..

수필 202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