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책머리에 간혹 마음을 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때 둥굴고 원만하고 아무것도 채워지지않은 순백의 달항아리를 바라본다. 그것은 학이나 국화나 연꽃이 그려진 초화문 항아리는 아니다. 그러나 텅 빈 속에 오히려 무한한 여백을 안고있다. 세상사란 무엇인가. 누구는 물 위.. 2)전자책· 수필 2013.12.21
답산(踏山)의 의미 답산(踏山)의 의미 동기들 모임에서 '등산은 왜 하는가?'가 화제에 오른 적 있다. 그러자 누가 선뜻 '산이 거기에 있기에' 힐러리경의 말부터 꺼낸다. '그 말은 멋만 부렸지, 좀 애매한 이야기 아닌가' 하고 반문했더니, 멋진 대답 둘이 나왔다. '고마 간다.' '꽃 보러 간다' 였다. '고마'란 진.. 2)전자책· 수필 2013.09.14
흔적 <흔적> 밀짚모자를 쓴 소녀가 은초록 귀리밭에서 들꽃을 꺽고 있다. 옷깃의 흰 레이스가 바람에 나부낀다. 들판의 낮은 흰구름은 정답다. 파라솔을 든 여인이 보인다. 모자에는 꽃이 꽂혀있고, 목엔 진주목걸이가 걸려있다. 이런 수채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60년대에 <안개 낀 밤.. 2)전자책· 수필 2013.09.13
가을장미 가을 장미 선풍기와 에어켠 찾다가 어느날 문득 홑이불 찾으면 가을이다. 아침 외출시 긴소매 찾으면 가을이다. 9월은 본격 단풍철 아니다. 그러나 가을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산책길의 개울 물소리 쓸쓸해지고, 풀섶의 풀벌레 소리 가슴에 닿는다. 9월은 여름이 끝났음을 선언.. 2)전자책· 수필 2013.09.13
매화송 매화송 달빛 아래 보는 매화처럼 아름다운 건 없다. 화선지에 그린듯 하얀 꽃잎이 밤하늘 푸른 허공에 점점이 점 찍은 모습처럼 청초한 건 없다. 실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면 달빛 아래 사쁜사쁜 거니는 월궁 항아의 하얀 옷깃을 보는듯 하다. 꽃은 피어나는 방향에 따라 정면인 것, 후면인 .. 2)전자책· 수필 2013.09.13
산수화 보는 법, 글 쓰는 법 산수화 보는 법, 글 쓰는 법 산수화를 보듯 산을 봐야하고,산을 보듯 산수화를 감상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청계천 고서점 몇군데 뒤져 청나라 이립옹이 저술한 <개자원화보> 역본 열세권을 구했다. 산수화 그리는 법 보는 법이 이론으로 이 책에 다 실려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2)전자책· 수필 2013.09.13
가장 사랑할만한 꽃 가장 사랑할만한 꽃 어릴 때 우리집은 마당이 넓었다. 봉선화 채송화 백일홍 맨드라미 분꽃 과꽃 접시꽃 초롱꽃 나팔꽃 국화 코스모스 달리아 칸나 등 좋다는 꽃은 다 피었다. 지금은 하이비스커스니 시크라멘이니 외래종이 판을 치지만, 사람도 어릴 때 친구가 그렇듯, 꽃도 옛꽃이 반가.. 2)전자책· 수필 2013.02.05
<차를 동으로 돌렸다> <차를 동으로 돌렸다> 바람이 남으로 불면 남으로, 동으로 불면 동으로 가야지. 내년이면 두보의 '곡강(曲江)'이라는 시에 나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다. 그래 년말에 친구 몇과 지리산에 가 하루밤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려고 했다가, 전날 밤 뉴스가 남쪽엔 폭설이고 지.. 2)전자책· 수필 2013.01.02
땅굴 파는 노인 땅굴 파는 노인 아마 그 프로그램이 '세상에 이런 일이'였을 것이다. 자기집 둿산에 땅굴을 파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굴속에 침대를 놓고 그 위에서 자고, 배고프면 라면 꿇여먹으며 땅굴만 파고 있었다. 무척 만족한 표정 이었다. 굴 속 바위에서 동그란 석질의 무뉘가 나오면 그걸 .. 2)전자책· 수필 2012.12.23
대만 여행 다녀와서 대만여행을 다녀와서 인생의 아름다운 일 중 하나가 여행이다. 여행 중에 뜻깊은 것 중 하나가 황혼의 여행이다. 6월15일 은백의 동기 부부 64명이 대만으로 떠났다. 비행기가 높이 오르자, 바다와 녹색 숲으로 뚜렷이 구분된 영종도 해안선이 보였다. 자그마한 야산들과 실오라기처럼 그 .. 2)전자책· 수필 201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