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41

한계령 雪樂園에 살았던 어느 부부 화가 이야기

이 이야기는 한계령 雪樂園에 살았던 어느 부부 화가의 이야기이다. 며칠 전 나는 유튜브를 통해서 강원도 부동산 광고를 보다가 한계령 필례약수 근처 부동산 매물을 보고 동우대학 장 교수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그랬더니 즉시 장 교수 전화가 왔는데, 장 교수나 나 두 사람 다 필례약수 근처 雪樂園이란 곳을 너무나 잘 알던 터이다. 벌써 20년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만 나눌 수 있는 설낙원의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설낙원은 대한민국 고개 중에 가장 아름다운 한계령 근처에 있는데다, 설낙원에서 살던 부부 화가는 장 교수와 나의 친구였다. 나는 간혹 대포항에서 꽁치를 사 가지고 찾아갔고, 장 교수는 겨울이면 눈이 사람 키 보다 많이 쌓이는 곳의 가스를 충전해주곤 했다. 우리 두 사람은 산을 동경하는 자연주의자였..

여행기 2022.04.17

50년만의 남산길

물은 흘러서 어디로 가고 사람은 어디로 가는지. 집 바로 앞에서 버스가 남산까지 가는 바람에 오늘 마당쇠는 50년 모신 마님과 남산 산책길에 가봤는디... 노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 은은한 벚꽃 곱더마는 산책길 바로 그 아래가 두 사람 연고터더만. 회현동은 마당쇠 다니던 신문사고, 명동은 마님 고향이더만. 사진 한 장 찍고 커피 마시고, 전철 타고 왔는데, 80 고개 바라보는 우리는 앞으로 얼마 더 살꼬? 거기 마침 조지훈 은사님 시비가 있는데, '성긴 빗방울 파초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에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앉아라'는 대목이 공감가더라. - 파초우(芭蕉雨) - 외로이 흘러간 한 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앉아..

여행기 2022.04.09

진주 김정희 노시인을 뵙고 와서

진주 김정희 노시인을 뵙고 와서 이번에 집안 일로 진주 간 김에 시조문학관 素心 김정희 노시인을 뵙고 왔다. 시인은 진주 세비리 고개 2만 여평 땅에 사재를 들여 한옥으로 시조문학관을 지어놓고 관장으로 계신 분이다. 나는 항상 素心 선배님을 통영의 고 이영도 시인과 비교하곤 한다. 두 분 다 재주와 미모가 뛰어난 才子佳人이고, 素心은 진주의 자랑이다. 그분 사진은 훗날 진주 문단 역사를 위해 몇 장 확보해놓을 필요가 있다. 전화로 그런 취지 말씀드리자, 뜻은 고맙지만 사진은 사양하신다. 그래 내가 이번에 내려간 김에 상경하면서 대구 정혜옥 선배님도 찾아뵐까 한다니, 그쪽은 연락 된다면서 진주로 올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시겠단다. 오시면 고스톱 용어로 一打二皮다. 진주는 문단에 족적 뚜렷한 세 분 원로시인..

여행기 2021.11.15

2021년 설악산 단풍 여행

2021년 설악산 단풍 여행 속초 아남플라자 대표에서 물러난 건 1996년이다. 그 속초엘 25년만에 갔다. 원주 가서 진주고 후배 장 교수 차로 상원사로 갔다. 그도 이젠 동우대에서 정년 퇴직했다. 오대산은 산에서 흐르는 물이 다섯 개 있다. 상원사 지혜수, 중대 옥계수, 동대 청계수, 남대 총명수, 북대 감로수, 서대 우통수다. 상원사 물 한 모금 마시고, 우리나라 범종 중 종소리가 가장 아름답다는 상원사 銅鐘 실물을 배견했다. 종신에 새겨진 비천 무늬가 경주 에밀레종 것과 비슷하다. 달마대사 조각 옆에도 잠시 서보았다. 장 교수 제자가 운영하는 에서 모처럼 오가피 두릅 등 열댓 가지 산채 맛보았다. 지구 온난화로 海水가 녹아 일본이 지진으로 바닷속에 잠긴다 했던 탄허 스님 계시던 월정사 거쳐 진고개..

여행기 2021.10.26

하와이 여행

하와이 여행 ‘미국아! 내가 간다. 너 좀 보자.’ 인천공항 떠날 때 속으로 이렇게 뇌었다. 200년 역사가 미국이요, 4천 년 역사가 우리다. 나는 미국 문학하면 헤밍웨이와 월리엄 포크너 정도만 알고, 영화배우 하면 ‘하오의 결투’의 케리 쿠퍼, ‘누구에게 줄까요?’의 셔리 맥레인 정도만 안다. 코카콜라와 햄버거에 덮인 미국 문화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은자(隱者)에겐 별로 흥미가 없다. 그런데 나리다 공항에서 하와이 가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갈아타니, 남색 양장에 밝은 금발, 초록 구슬 눈동자가 인형처럼 이쁜 한 중년 스츠워데스가 맘에 쏙 든다. 7시간 태평양 건너가는 한국 선비에게 커피와 맥주 연속 서비스해주는 근로정신 하나 싹싹하다. '당신 아름답소' '매력 만점 이오' 란 말 꼭 해주고 싶어, ..

여행기 2021.07.20

울릉도 여행

울릉도 여행 2025년 되면 울릉도로 50인승 비행기가 갈 수 있다지만, 지금은 울릉도 가기 힘든다. 여행사에 문의하니, 새벽 3시 반에 잠실서 버스가 떠난단다. 그래야 강릉 가서 식사한 후 아침 배를 탈 수 있는 모양이다. 일행 네 사람은 전부 칠십 넘은 노인이다. 우선 좌석 확보가 중요하다. 그래 버스 출발지 영등포로 가서 찜질방서 10월의 마지막 밤을 지내고 새벽 3시에 탔더니, 이게 웬일인가. 거기서도 이미 버스가 만원이다. 처음부터 힘들면 노인들 고생한다. 그래 할 수 없이 前 대한민국 육군 소장 이종규가 기사한테 신분을 밝히고 앞 좌석 네 개 양보받았다. 강릉서 아침 식사한 후 씨스타 호에 오르니 배는 3시간 항해 후 저동항에 닿는다. 저동항을 살펴보니, 산은 높은데,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조..

여행기 2021.07.17

다산초당 다녀와서

다산초당 다녀와서 우리나라 고전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 어부사시사다. '년 닢의 밥 싸 두고 반찬이란 장만 마라. 닫 드러라 닫 드러라 청약립(靑蒻笠 삿갓)은 써 잇노라 녹사의(綠蓑衣 도롱이) 가져오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於思臥) 무심한 백구(白鷗) 난 내 좃난가 제 존난가'. 고어(古語)도 흥겹거니와 삿갓 도롱이같은 것도 그립다. 언제 보길도 가서 연 잎에 밥 싸들고 도롱이 입고 삿갓 쓰고, 낚시질하고픈 충동 느낀다. 찌거덕 찌거덕 한번 뱃놀이하고 싶다. 그런데 아내가 제의를 하였다. 두 친구분과 보길도에 가자는 것이다. 금상첨화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바늘 가는데 실 가고, 실 가는데 바늘 가는 세태 아닌가. 두 분 바늘 되시는 분 동행일 것이다. 한 분은 이대 철학과 정대현 교수, 한..

여행기 2021.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