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울릉도 여행

김현거사 2021. 7. 17. 18:21

울릉도 여행

 

2025년 되면 울릉도로 50인승 비행기가 갈 수 있다지만, 지금은 울릉도 가기 힘든다. 여행사에 문의하니, 새벽 3시 반에 잠실서 버스가 떠난단다. 그래야 강릉 가서 식사한 후 아침 배를 탈 수 있는 모양이다. 일행 네 사람은 전부 칠십 넘은 노인이다. 우선 좌석 확보가 중요하다. 그래 버스 출발지 영등포로 가서 찜질방서 10월의 마지막 밤을 지내고 새벽 3시에 탔더니, 이게 웬일인가. 거기서도 이미 버스가 만원이다. 처음부터 힘들면 노인들 고생한다. 그래 할 수 없이 前 대한민국 육군 소장 이종규가 기사한테 신분을 밝히고 앞 좌석 네 개 양보받았다.

강릉서 아침 식사한 후 씨스타 호에 오르니 배는 3시간 항해 후 저동항에 닿는다. 저동항을 살펴보니, 산은 높은데,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조개 껍질 같은 것이 집들이다. 비췻빛 물빛 한없이 맑고, 물속에 너풀거리는 미역이 훤히 보인다. 갑자기 'Most people live on a lonely island, Lost in the middle of a foggy sea.' 영화 <남태평양>의 Bali Ha'i란 노래가 떠오른다. 흑인 여인이 부르던 'Some Enchanted Evening(어느 황홀한 저녁)'도 생각난다. 'Some enchanted evening, you may see a stranger. You may see a stranger across a crowded room.' 울릉도는 미인이 많다는 섬이다. 매혹적인 오후에 어느 낮선 여인 만날지 모른다.

저동항에서 우선 기념사진부터 한 컷 찍고 사람들 만나니, 이곳 생계는 여행사, 유람선, 택시, 음식점, 숙박업 등 50여 관광업종 의존한단다. 더덕과 취나물은 푸짐했으나 해산물은 초라하다. 오징어 전성기 때는 인구 1만 명에 다방이 무려 80개나 북적댔다는데, 좋은 세월 가고 나니, 2천 미터 수심에 고기가 귀하고, 전어, 멍게, 해삼은 육지서 가져온단다. 그래도 한 병에 5천 원 하는 호박막걸리와 한 병에 천 원하는 질 좋은 해양심층수, 가난하지만 순박한 인심은 맘에 들었다. 사람들이 관광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 음식값은 육지보다 좀 비싼 편이다. 행정기관 직원들 하와이, 타이티, 피지 등지로 내보내서 관광 정책 벤치마킹 좀 해와야겠다.  

 사진 좌로부터 필자, 전 진단 학회장 김두진 박사, 이종규 장군, 최상호 박사  

 

여기 봉래폭포 이름 한번 좋다. 원래 봉래, 영주, 방장은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의 이름이다. 높이 30미터쯤 되는 삼단폭포인데, 바위 중간에서 솟는 용출수가 수원인데, 폭포물이 도동과 저동에 사는 주민들 음용수다. 여기도 화산섬이라 제주도 삼다수처럼 물이 좋다. 

도동에서 저동으로 가는 1시간 30분 걸리는 해안도로 바위 절벽 산책로가 절경이다. 발 밑에서 넘실대는 웅장한 파도소리에 겁이 난 칠십 노인네 아랫도리를 덜덜 떨리게 한다. 거기서 바람에 모자가 날아갈까 봐 손에 모자를 꼭 쥔채, 쿵쾅거리는 웅장한 파도 소리 들으니, 사람이 버러지 만도 못한 작은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국창 안숙선 씨 부군 최상호 박사가 천하제일 풍광 속에 대금 선율을 날려보았다.   

곁의 거친 절벽 곳곳에는 노란 건 털머위 꽃, 보랏빛은 해국(海菊)이 싱그럽다.

 

 죽도 가는 선상에서 김박사가 울릉도 역사를 들려준다. 이사부는 505년(지증왕) 신라에서 군현제가 실시되어 최초로 실직주(悉直州)가 설치되자, 그곳 군주(軍主)가 되었다. 512년에 우산국(于山國, 울릉도)을 점령하였는데, 원래 우산국은 주민들이 사나워 힘으로는 정복할 수가 없어, 나무로 사자(獅子)를 많이 만들어 전선에 가득 싣고 해안을 내왕하면서, 항복하지 않으면 맹수를 풀어 밟아 죽이겠다고 위협하여, 마침내 항복받았다고 한다. 지금부터 천 오백 년 전 이야기다.

 

 울릉도 경치 중 죽도에서 바라보는 울릉도 경치가 일품이었다.

 

이장군은 전에 TV에서 봤다며 죽도에서 더덕 농사하는 섬 청년을 격려해주었다.

나는 한 때 독도에 들어가 작은 동네를 만들어놓고 싶었다. 리앙쿠르라 불리던 바위 섬 독도가 국제적으로 영토로 인정 받으려면 거기 사람이 살아야 한다. 노후에 나라 위해 할 일은 그거라고 생각한 적 있다. 독도를 보려고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올랐으나, 날씨 탓인지 보이진 않았다.  

나리분지에 가보니, 거긴 명이나물, 더덕, 엉겅퀴, 미역취, 부지깽이나물 등 나물 천지라, 사람들 생활이 풍족해 보인다. 겨울이면 하루 밤에 눈이 1미터씩 쌓인다는 이야기도 동화나라 같다. 여기저기 섬잣나무, 팔손이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아열대 식물이 보이고, 꿩은 많지만 뱀은 없다니, 뱀 싫어하는 나로선 그 점도 특히 맘에 들었다. 

2박 3일 체류하며 밤에는 오징어 내장탕, 홍합밥, 따개비밥을 하나씩 먹어보았다. 맛도 별미였고, 특히 거기 음식점 여인 매혹적이었다. 나를 가수 김도향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가수라고 생각하고 방명록 내밀기에 서명해줬더니, 홍합밥 시키면 오징어 내장탕 무한리필해주고, 호박 막걸리 시키면 서비스 오징어 조림 두 접시 준다. 그 분과 호박막걸리 마시며 노년의 여행길 회포를 풀었다. 이튿날 아침 숙박집 옆집 할머니 꽁치조림 아침상도 좋았다.

오후 3시 승선하니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연락선을 타고 가면 울릉도라.' 알만한 노래가 뱃전을 뒤흔드는 속에서, 나는 저기 울릉도에 사슴을 방목하여 나라(奈良)의 동대사(東大寺)처럼 볼거리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강릉에서 버스를 타고 잠실에 오니, 밤 10시가 넘었다.(2015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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