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소 벗님네야
여보소 벗님네야 건강히들 잘 계신가? 우리네 상경하여 서울 온지 몇 해던고. 돌아보니 어언듯 오십년 넘었구나. 꽃 피는 봄날에 날을 잡아 손 잡고 죽장에 삿갓 쓰고 강원도 구경가세.
종합운동장 2번 출구 리무진 버스 타니 사람은 다 왔는데, 화웅이가 뵈질 않네. 출발 시간 다 되어 떡 한 지게 지고오니, 오호라 화웅이가 933회장 책임감 돋보인다. 차안을 둘러보니 남자는 26명, 부인은 19명인데 그 속에는 왕년에 한가닥도 많고많다. 학자에다 장군에다 언론인도 섞여있고 대기업 사장 얼굴 그또한 적지않다.
원주에 들어서니 섬강이 어디더냐 치악이 여기로다. 정철의 관동팔경 풍류가 솟아온다. 출렁다리 올라서니, 푸른 산엔 흰구름이요, 산 아래는 청옥의 물 골마다 가득터라.
강원도 감자바우 풍경도 좋지마는 음식도 좋을시고, 이정영 여행박사 모르는게 없다. 우리 몸에 좋은 정선 황기 보쌈집 안내하니, 하필이면 그 날이 정선 장날이라, 산채도 많거니와 촌사람도 볼만하다. 약초로 배 채우고 정암사 찾아가니 물소리는 차고 맑고 수마노탑 높고 높다. 원래 물소리는 팔만사천 법문이요 운성아 네 귀에는 이 법문이 들리는가. 거사가 거룩하게 물어보는데 그 대답이 걸작이다. 후배야 어쩌고 해대는데 내가 우찌 제 후배고 지가 내 바둑제자지.
환선굴 장관일세 계곡 물소리 일품일세. 거사는 물소리 듣자마자 신선이 되어 그 자리에 앉아버렸는데, 속세 사람들은 부지런히 굴에 들어가 한바탕 돌아보고 나오더라. 구문소 돌아보고 죽변으로 날라가니 기사 양반 잘못으로 호시도 많이 탔다. 봉하로 갔다가 다시 또 돌아오니 하루에 태백산맥 세 번 통과했다. 배고픈 영감들 눈 앞에 오락가락 한 건 죽변항 홍게인데 이 대장이 한 사람 앞에 살 통통한 큰 놈 두 마리씩 내리 안기니 반갑구나 홍게야 네 본지 오래로다. 쐬주 한 잔 들이키니 종규가 호탕하다. 이태백은 장진주(將進酒)라는 시에서 '가소롭다 우리 인생 백년 광음(光陰) 얼마런고. 조여청사무여설(朝如靑絲暮如雪)'이라 하지 않았던가. 아침에 푸른 실 같은 머리칼 저녂엔 눈처럼 희다. 서로 권커니 받거니 잔 들고 마주보니 인생 황혼이 서글프다. 오늘 같은 이 자리 앞으로 몇번일까.
덕구온천 리조트서 이주호 다시 봤네. 근세사 고대사 실력 내놓는데, 한국역사학회 진단학회 두군데 다 회장한 두진이가 새벽 3시까지 장단치는 바람에 거사는 잠을 잊고 고마 공짜 과외수업 잘 받았네. 새벽에 일어나서 온천물에 몸 담으니, 동무들이 볼만한 쑈를 하는구나. 저마다 두 다리 사이에 묵직한 권총 늘어뜨리고 눈 앞에서 오락가락 하면서 전부 보여주더라. 호텔 사골우거지국 먹고 장호항 도착하니 거기가 어디메뇨. 한국의 나폴리다.
바다 위로 걸쳐놓은 케이불카 타봤더니, 멀리 바다 끝 산마루엔 흰구름 한가롭고, 발 아래 물결에는 하얀 파도 밀려간다. 점심은 삼척 생선모듬찜이었는데, 거기 가오리와 갈치가 일품이었지만, 이런 메뉴 꼼꼼이 잘 챙겨준 이대장 솜씨도 일품이다. 식후에 거사는 유채밭과 바다에서 아름답게 늙은 친구 부부와 부인들 사진 서너컷 찍었다.
다음에 바다열차 탔는데, 혹시 그때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노래 들으신 분 있는지 모르겠다. 거사가 바다열차에 문자로 신청해서 나온 음악이다. 먹고 놀고 먹고 놀고 이러고 정동진 심곡항에서 바다 부채길 산책하고 서울로 출발 잠실 설렁탕 집에서 헤어졌다. 어와 좋다 벗님네야. 이내 말씀 들어보소. 이번에 화웅이 인기 정영이 세 이씨 봉사 감사하기 그지없고, 또 뻐스대절비 음식비 보내준 익명의 친구 감사의 말 전하노라. 다음 날 기약하며 먹 갈아 일곡 부르노라.
2018년 5월 김현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