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여보소 벗님네야

김현거사 2018. 5. 5. 20:20

 

 여보소 벗님네야 

 

여보소 벗님네야 건강히들 잘 계신가? 우리네 상경하여 서울 온지 몇 해던고. 돌아보니 어언듯 오십년 넘었구나. 꽃 피는 봄날에 날을 잡아 손 잡고 죽장에 삿갓 쓰고 강원도 구경가세.

종합운동장 2번 출구 리무진 버스 타니 사람은 다 왔는데, 화웅이가 뵈질 않네. 출발 시간 다 되어 떡 한 지게 지고오니, 오호라 화웅이가 933회장 책임감 돋보인다. 차안을 둘러보니 남자는 26명, 부인은 19명인데 그 속에는 왕년에 한가닥도 많고많다. 학자에다 장군에다 언론인도 섞여있고 대기업 사장 얼굴 그또한 적지않다.

 

원주에 들어서니 섬강이 어디더냐 치악이 여기로다. 정철의 관동팔경 풍류가 솟아온다. 출렁다리 올라서니, 푸른 산엔 흰구름이요, 산 아래는 청옥의 물 골마다 가득터라.

 

 강원도 감자바우 풍경도 좋지마는 음식도 좋을시고, 이정영 여행박사 모르는게 없다. 우리 몸에 좋은 정선 황기 보쌈집 안내하니, 하필이면 그 날이 정선 장날이라, 산채도 많거니와 촌사람도 볼만하다. 약초로 배 채우고 정암사 찾아가니 물소리는 차고 맑고 수마노탑 높고 높다. 원래 물소리는 팔만사천 법문이요 운성아 네 귀에는 이 법문이 들리는가. 거사가 거룩하게 물어보는데 그 대답이 걸작이다. 후배야 어쩌고 해대는데 내가 우찌 제 후배고 지가 내 바둑제자지.

 

 환선굴 장관일세 계곡 물소리 일품일세. 거사는 물소리 듣자마자 신선이 되어 그 자리에 앉아버렸는데, 속세 사람들은 부지런히 굴에 들어가 한바탕 돌아보고 나오더라. 구문소 돌아보고 죽변으로 날라가니 기사 양반 잘못으로  호시도 많이 탔다. 봉하로 갔다가 다시 또 돌아오니 하루에 태백산맥 세 번 통과했다. 배고픈 영감들 눈 앞에 오락가락 한 건 죽변항 홍게인데 이 대장이 한 사람 앞에 살 통통한 큰 놈 두 마리씩 내리 안기니  반갑구나 홍게야 네 본지 오래로다. 쐬주 한 잔 들이키니 종규가 호탕하다. 이태백은 장진주(將進酒)라는 시에서 '가소롭다 우리 인생 백년 광음(光陰) 얼마런고. 조여청사무여설(朝如靑絲暮如雪)'이라 하지 않았던가. 아침에 푸른 실 같은 머리칼 저녂엔 눈처럼 희다서로 권커니 받거니 잔 들고 마주보니 인생 황혼이 서글프다. 오늘 같은 이 자리 앞으로 몇번일까.

 

 덕구온천 리조트서 이주호 다시 봤네. 근세사 고대사 실력 내놓는데, 한국역사학회 진단학회 두군데 다 회장한 두진이가 새벽 3시까지 장단치는 바람에 거사는 잠을 잊고 고마 공짜 과외수업 잘 받았네. 새벽에 일어나서 온천물에 몸 담으니, 동무들이 볼만한 쑈를 하는구나. 저마다 두 다리 사이에 묵직한 권총 늘어뜨리고 눈 앞에서 오락가락 하면서 전부 보여주더라. 호텔 사골우거지국 먹고 장호항 도착하니 거기가 어디메뇨. 한국의 나폴리다. 

 

 

 

바다 위로 걸쳐놓은 케이불카 타봤더니, 멀리 바다 끝 산마루엔 흰구름 한가롭고, 발 아래 물결에는 하얀 파도 밀려간다. 점심은 삼척 생선모듬찜이었는데, 거기 가오리와 갈치가 일품이었지만, 이런 메뉴 꼼꼼이 잘 챙겨준 이대장 솜씨도 일품이다. 식후에 거사는 유채밭과 바다에서 아름답게 늙은 친구 부부와 부인들 사진 서너컷 찍었다.

 

 

  

 

 

  

 

다음에 바다열차 탔는데, 혹시 그때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노래 들으신 분 있는지 모르겠다. 거사가 바다열차에 문자로 신청해서 나온 음악이다. 먹고 놀고 먹고 놀고 이러고 정동진 심곡항에서 바다 부채길 산책하고 서울로 출발 잠 설렁탕 집에서 헤어졌다. 어와 좋다 벗님네야. 이내 말씀 들어보소. 이번에 화웅이 인기 정영이 세 이씨 봉사 감사하기 그지없고, 또 뻐스대절비 음식비 보내준 익명의 친구 감사의 말 전하노라. 다음 날 기약하며 먹 갈아 일곡 부르노라.

2018년 5월 김현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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