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에서

김현거사 2014. 6. 28. 05:59

약수터에서

 

묵언 중이라는 팻말도 없이

바위는 명상에 들고

생노병사가 이런거요

꽃 피고 열매 맺고 다시 져서

나무는 윤회를 말한다

원래 세상은 이렇게 청정했거니

누가 세상이 그렇지 않다 했나                    

이끼 돋은 푸른 바위 사이로

지팡이 짚고 온 늙은이 하나

이리저리 날라다니는 하얀 산나비처럼

약수터 근처 물가에 할 일 없이 서성거리다가

밤중에 고인 정화수 한방울

감로마냥 훔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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