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련암에서 홍련암에서 낙산호텔 커피숍에 가면 요즘 관음보살들은 썬텐한 어깨에 썬글라스 끼고 아이스커피 마신다 천년 전에도 그랬던가 원효대사 유혹한 빨래터 여인의 적삼 같은 하얀 술패랭이꽃 홍련암 풀밭에 많은 걸 보면 여기가 여인의 영토 맞는데 밑에 시퍼런 파도가 보이는 홍련암 바닥.. 시 2018.09.02
당미언덕 당미언덕 밤에 내가 담 넘어로 연애편지 던지던 칠암동 그 집은 지금 냉면집으로 변했고 강 건너 당미언덕에서 보면 끝없는 청보리밭이던 신안동 들판은 대단지 아파트촌으로 변했다 이쪽 당미언덕 아래 메기통에선 배건너 아이들이 혼인색 띤 피래미처럼 민첩하게 다이빙 하며 놀았고 .. 시 2018.08.06
첫사랑 첫사랑 그대는 어느 별에서 온 누구였고 나는 어느 별에서 온 누구였나 이번에 맺지못하고 헤어지면 다시 또 억겁의 시간 속에서 깜박이는 은하수 별처럼 애처럽게 바라만보며 살아야 하나 시 2018.06.29
또미의 무덤 또미의 무덤 또미 무덤이 거기 있다 약수터 가는 길 커다란 산벚나무 아래 또미 무덤이 거기 있다 생시에 나만 보면 꼬리 치던 털복숭이 욕사 테리어가 지금 흙속에 묻혔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내가 그 곳을 지날 때마다 반갑다고 꼬리 흔들며 나타난다 시 2017.06.13
그대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그대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닿지 않는 밤하늘 별이었고 수평선 너머 섬이었다 안개 속에 흩어진 낙엽처럼 우리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대의 미소는 라일락보다 향기로왔다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한 그대 목소리는 종소리보다 맑았고 우리의 밤잠 설치게 한 그대 눈빛은 별빛보다 총.. 시 2017.04.18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네 '당신 귀가 좀 이상해졌다'고 아내가 속삭인다네 눈도 잘 보이지 않는다네 돋보기 없으면 작은 글씨도 보이지 않는다네 귀 밝을 총(聰)과 눈 밝을 명(明)이 총명(聰明)이라는데 일흔 넘어 기억력도 가물가물 개스렌지 끄고 나왔는지 그냥.. 시 2017.04.17
배건너 이야기 '배건너' 이야기 거기 강이 있었고 대숲과 나룻배가 있었다 남강이 뒤벼리에서 한번 뒤돌아보던 곳 사람들은 거길 '배건너'라고 불렀다 한없이 넓은 뽕밭과 감나무 과수원이 있던 곳 뽕 따던 아가씨 노래소리와 한가한 장닭 울음 들리던 곳 6. 25 사변통에 부서진 다리 밑에 상이군인들이 '.. 시 2017.04.17
미시령의 노래 미시령의 노래 三月의 미시령에는 보라빛 꽃은 피어나고 바다가 보이던 그 언덕 밤 늦은 카페에서 인생의 외로움을 말하던 그대 쓸쓸히 눈이 오던 밤 행복이 무어냐고 말하던 그대 창가에 비치던 외롭던 눈빛 三月의 미시령에는 보라빛 꽃은 피어나고 ‘기차는 8시에 떠나네’ 김지연의 .. 시 2017.01.17
약속 약속 아름다운 건 시효가 있다 향기로운 것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꽃도 향기로운 과일도 유효기간이 있다 철이 지나면 시효는 소멸된다 그러나 은은한 달빛과 그 달빛 아래서 속삭인 약속은 시효가 없다 시 2017.01.06
갈대 갈대 나는 흰이슬 젖은 강둑에서 달빛 밝은 산마루에서 바람 부는 옛 성터에서 혼자 손수건 흔들고 있던 그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는 누구에게 하얀 손수건을 흔들고 있었을까 시 2017.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