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건너' 이야기
거기 강이 있었고
대숲과 나룻배가 있었다
남강이 뒤벼리에서 한번 뒤돌아보던 곳
사람들은 거길 '배건너'라고 불렀다
한없이 넓은 뽕밭과
감나무 과수원이 있던 곳
뽕 따던 아가씨 노래소리와
한가한 장닭 울음 들리던 곳
6. 25 사변통에 부서진 다리 밑에
상이군인들이 '배다리'를 가설해놓고
몇 원씩 받고 사람 건네주던 거길
진주 사람은 '배건너'라고 불렀다
그 당시 서울서 피난 온 소녀 하나
가설 천막교실에 다녔고
육거리 교육감집 소년은
밤마다 오디같은 노래를 던졌는데
진주농대 학장 관사에 살던 그 소녀를
지금 기억하는 사람 누가 있겠는가
60년 세월이 흘러간 지금
이제 진주에 가면 아는 이 없고
강 건너 뒤벼리 절벽 밑
물에 비친 가로등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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