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始無終 無始無終 파도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왜 끝없이 땅으로만 달려드는지 마음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왜 끝없이 그에게로 달려드는지 파도는 無始無終 시작도 끝도 없지만 사람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한번 애모가 사리로 박히면 왜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지 시 2016.12.15
단풍 단풍 책에 글이라고 끄적거린 것만 시가 아니다 나무도 때로는 가슴이 찢어지는 모양이다 단풍이 처절하도록 곱던 한계령 필례약수터 옆 거기 살던 여류화가 처럼 올 가을도 넘길 참이다 시 2016.11.08
그때는 그때는 그때는 푸른 강이 있었다 물장구 치던 강이 있었다 강물에 띄어보낸 노래가 있었다 혼자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가슴 설레던 얼굴이 있었다 눈 감아도 떠오르던 얼굴이 있었다 지워도 지워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무정한 시인 모든 걸 지워버렸다 눈 감아도.. 시 2016.08.04
화장하는 여자 화장하는 여자 화장하는 여자 서대문역 8번 출구에서 누굴 만나기로 한 날 전철 안에서 화장하는 여자를 보았다 그는 강열한 텃치로 유화를 그리는 화가처럼 빗발치는 주변 시선을 무시한채 오로지 색으로 얼굴을 칠갑하고 있었다 루즈로 입술을 그리더니 연필로 눈섶을 그리더니 눈가.. 시 2016.07.26
산의 마음 산의 마음 산의 마음은 무엇일까 고요한 물소리 들으면 그런거니 싶다. 청아한 바람소리 들으면 그런거니 싶다 머잖아 산에 묻혀 흙이 될 지금도 산의 마음은 모른다 산의 마음은 무엇일까 하얀 흰구름 보면 그런거니 싶다 황금빛 단풍 보면 그런거니 싶다 그저 그렇거니 짐작만 될뿐 그.. 시 2016.07.14
그때는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그때는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그때는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태양은 월아산 아침 태양이 이 세상 어느 해보다 더 찬란했고 달은 촉석루 보름달이 이 세상 어느 달보다 더 둥굴었다 소녀는 다리 위로 등교하던 배건너 소녀가 이 세상 어느 소녀보다 더 고왔고 꽃은 신안동 강변 코스.. 시 2016.07.05
산이 여인같다 산이 여인 같다 산이 여인 같다 진달래 루즈 찍고 안개 스카프 하고 구절초 향수 뿌린다 나는 가을 산의 머루 목걸이 본 적 있고 겨울 산의 밍크코트 본 적 있다 달 밝은 어느 계곡에서 그의 나직한 노랠 들은 적 있다. 한번 더 살 수 있다면 유성의 포물선처럼 이별은 아름답고. 6월의 장미.. 시 2016.02.01
미시령 미시령 3월의 미시령에 눈이 내리네 보라빛 얼러지꽃 위에 내리네 바다가 보이던 언덕 위 카폐 안개 속에서 낮은 소리로 인생의 외로움을 말하던 그대 벽난로 남은 불 붉게 타던 밤 슬로진 잔에 어린 보라빛 입술 3월의 미시령에 눈이 내리네 보라빛 얼러지꽃 위에 내리네 3월의 미시령에 .. 시 2016.01.21
서장대에서 서장대에서 서장대야 잘 있느냐 호국사도 그립구나 진주에 갈 때 마다 매번 여길 들렀지만 세월이 흘러갈수록 새삼 더욱 그립구나 누대에 올라가면 신안동 넓은 들판 청보리 곱게 필 때 대바구니 옆에 끼고 쑥 캐던 고향 아가씨 웃음소리 그립네 호국사 범종소리 아직도 여전한가 추석이.. 시 2015.12.25
아직도 눈이 나리면 아직도 눈이 나리면 아직도 눈이 나리면 허공 가득히 눈이 나리면 문득 뒷골목 포장마차를 찾아가고싶네 얼어터지게 추운 날씨가 무슨 상관이랴 언젠가 신촌의 한 포장마차에서 첫눈 오면 불러달라던 그가 지글지글 구워진 꼼장어 옆에 토막난 추억으로 딩굴고 있네 휘날리는 눈발에 밤.. 시 201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