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여자

김현거사 2016. 7. 26. 06:07

 

화장하는 여자

 

화장하는 여자

 

서대문역 8번 출구에서 누굴 만나기로 한 날

전철 안에서 화장하는 여자를 보았다

그는 강열한 텃치로 유화를 그리는 화가처럼

빗발치는 주변 시선을 무시한채

오로지 색으로 얼굴을 칠갑하고 있었다

루즈로 입술을 그리더니

연필로 눈섶을 그리더니

눈가의 마스카라를 손질하고 있었다

일단 이뻐질려는 마음은 이해가 가는데

아무래도 그가 이해 되지 않는 것은

이뻐 보일려면 먼저 마음이 고와야 하는데

눈빛이 순하고 착하고

미소가 다정하고 귀여워야하는데

말하자면 마음을 곱게 화장해야

아름다움이 밖으로 내비치는데

그는 착한 표정은 연습하지도 않고

새도 가지를 가려 앉는다는데

아무데서나 도도하고 오만한 표정으로

딴데만 열심히 고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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