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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에 물을 주어라'

'매화나무에 물을 주어라' 달빛 아래 보는 매화가 가장 아름답다. 그때 매화나무 줄기는 희미한 수묵화가 되고, 꽃잎은 화선지에 그린 그림이 된다. 실바람이라도 불면, 꽃잎은 달 아래 거니는 월궁항아의 얼굴이 되고, 청량한 향기는 말 못 할 사연을 지닌 여인의 체취가 된다. 매화는 그날 날씨와 시간에 따라 운치가 다르다. 같은 매화라도, 아침 이슬 맺힌 매화, 청명한 날 매화, 안개 낀 날 매화, 달 아래서 보는 매화가 다르다. 매화나무는 대개 오랜 풍상을 겪은 고매(古梅)일수록 귀하고, 노인처럼 바위 옆에 비스듬히 서 있는 매화일수록 귀하다. 매화는 산매(山梅), 강매(江梅), 원매(園梅), 반매(盤梅)가 있으나, 그중에서 가장 귀한 것은 오랜 성곽이나 고찰에서 볼 수 있는, 허리가 굽고, 세월의 흔적으..

잡지 기고 글 2022.03.05

호반에서 만난 사람

호반에서 만난 사람 지금도 김하정의 '호반에서 만난 사람'이란 노랠 들으면, 50년 전 여름 상주 해수욕장과 희영이 음성이 생각난다. 그때 증이란 친구가 진주시 상봉동에서 기타 학원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때 대학생이라 하늘에 뜨가는 흰구름만 봐도 맘이 설레던 때다. 그런데 마침 사범학교에 교생 실습 나온 여선생들이 학원에 들렸다. 그때사 하늘에 뜨가는 흰구름만 봐도 맘이 설레던 때다. 방학 중인 남자들은 여선생들과의 데이트를 은근히 기대했다. 서로 이야기가 잘 되어 노량에 가서 배를 전세 내어 남해 상주로 갔다. 모든 비용은 김영도 병원장이 부담해주셨다. 그분은 음악을 좋아했고 증이와 친했다. 이쪽은 해군사관학교 제복을 입은 발이, 고대생인 걸이와 나, 그리고 성증, 강호전이고, 그쪽도 숫자를 맞추었..

잡지 기고 글 2022.03.04

영화 수필/ '길'( LA STRADA) 1954

영화 수필/ '길'( LA STRADA) 우리나라에도 한때 유랑극단이란 것이 있었다. 필자는 어린 시절 남강 모래밭에다 텐트를 치고 구슬픈 트럼벹 소리를 울리던 유랑극단을 기억한다. 1954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은 '길'( LA STRADA)이란 영화에서 이 유랑극단의 모습을 애상과 페이소스 가득한 예술로 승화시켰다. 영화는 2차 대전이 끝난 이태리 어느 가난한 바닷가 마을에서 시작된다. 그 동네에 찢어진 가죽잠바 차림에 시커먼 눈썹에 몽당 담배를 입에 문 야수처럼 생긴 잠파노(앤서니 퀸)가 나타난다. '잠파노 사람 좋다. 너 잠파노와 같이 갈래?' 잠파노가 동네 꼬마들에게 구겨진 지폐를 나눠주어 인심을 쓰자,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의 어머니는 딸에게 이렇게 묻는다. 이렇게 젤소미나는 1만 리라에 ..

영화감상편 2022.02.24

호반에서 만난 사람

호반에서 만난 사람 오늘 조현건, 성증 친구와 세곡동에서 바둑 두고 막걸리 한 잔 하면서 남해 송정 해수욕장 놀러 갔던 이야기를 했다. 이제 나이 팔십 바라보는 시점에서 증이 아니면 누구하고 무지개 같이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때 증이는 상봉동에서 기타 학원을 하고 있었다. 마침 사범학교 교생 실습 나온 여선생들이 있었다. 그때사 하늘에 뜨가는 흰구름만 봐도 맘이 설레던 때다. 방학 중인 남자쪽은 여선생들과의 데이트가 은근히 반가운 소식이다. 서로 이야기가 잘 되어 노량에 가서 배를 전세 내어 남해 상주로 갔다. 모든 비용은 김영도 병원장이 부담해주셨다. 그분은 음악을 좋아했고 증이와 친했다. 이쪽은 해군사관학교 제복을 입은 발이, 그리고 성증, 강호전과 고대생인 걸이와 나고, 그쪽도 숫..

수필 2022.02.17

광교산전투(光敎山戰鬪)

광교산전투(光敎山戰鬪) 어제는 행복한 날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옆에 광교산(光敎山)이란 산이 있다. 이 산은 높이 582m로 경기도의 진산(鎭山)이자, 남으로는 수원 시내를 관통하는 수원천의 발원지이다. 동으로 흐른 물은 수지와 분당을 거쳐 서울 탄천의 발원지가 된다. 산 좋아하는 사람은 양재동 청계산(618m)에서 시작하여 우담산(425m) 바라산(428m) 백운산(564m)을 거쳐 광교산 형제봉에 이르는 종주산행을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거기 광교산 문화포럼(대표 안강현)에 갔다가 향토사를 연구하는 몇 분의 학자들을 만났다. 나는 수지로 이사온지 10여 년 되고, 그동안 몇 번 광교산 형제봉을 오르긴 했지만, 산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 928년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

제작 중 2022.02.12

손자 자랑

내 형님 친구 중에 정의근이라는 분이 있다. 그 분은 친구들한테 손자 자랑이 심해 친구들이 '이제 정사장이 손자 자랑하면 벌금 3만원 받는다'는 경고를 했는데, 어느 날, '아따 입이 근질근질해서 못참겠다. 3만원 벌금 낼터이니 손자 자랑 좀 하자'고 했다고 한다. 어제 손자놈 학교가 경기고로 배정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3만원 벌금 각오하고 이 글을 쓴다. 나는 1950년대에 경남 촌구석인 문산초딩 3년 다니다가 진주 천전초딩 졸업하고, 진중 진고 나와 12시간 기차 타고 서울 와서 하숙하면서 어렵게 대학 다녔다. 그런데 손자놈은 봉은사 옆에서 태어나, 봉은 초딩 봉은중 나와 그 옆 경기고에 학군 배정되었다. 나는 1963년 국민소득(GNP) 1인당 겨우 76달러로 북한의 135달러에 비해 한참을 못..

카테고리 없음 202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