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에 물을 주어라' 달빛 아래 보는 매화가 가장 아름답다. 그때 매화나무 줄기는 희미한 수묵화가 되고, 꽃잎은 화선지에 그린 그림이 된다. 실바람이라도 불면, 꽃잎은 달 아래 거니는 월궁항아의 얼굴이 되고, 청량한 향기는 말 못 할 사연을 지닌 여인의 체취가 된다. 매화는 그날 날씨와 시간에 따라 운치가 다르다. 같은 매화라도, 아침 이슬 맺힌 매화, 청명한 날 매화, 안개 낀 날 매화, 달 아래서 보는 매화가 다르다. 매화나무는 대개 오랜 풍상을 겪은 고매(古梅)일수록 귀하고, 노인처럼 바위 옆에 비스듬히 서 있는 매화일수록 귀하다. 매화는 산매(山梅), 강매(江梅), 원매(園梅), 반매(盤梅)가 있으나, 그중에서 가장 귀한 것은 오랜 성곽이나 고찰에서 볼 수 있는, 허리가 굽고, 세월의 흔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