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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

울릉도 여행 2025년 되면 울릉도로 50인승 비행기가 갈 수 있다지만, 지금은 울릉도 가기 힘든다. 여행사에 문의하니, 새벽 3시 반에 잠실서 버스가 떠난단다. 그래야 강릉 가서 식사한 후 아침 배를 탈 수 있는 모양이다. 일행 네 사람은 전부 칠십 넘은 노인이다. 우선 좌석 확보가 중요하다. 그래 버스 출발지 영등포로 가서 찜질방서 10월의 마지막 밤을 지내고 새벽 3시에 탔더니, 이게 웬일인가. 거기서도 이미 버스가 만원이다. 처음부터 힘들면 노인들 고생한다. 그래 할 수 없이 前 대한민국 육군 소장 이종규가 기사한테 신분을 밝히고 앞 좌석 네 개 양보받았다. 강릉서 아침 식사한 후 씨스타 호에 오르니 배는 3시간 항해 후 저동항에 닿는다. 저동항을 살펴보니, 산은 높은데,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조..

여행기 2021.07.17

백낙천과 도림선사(道林禪師)

백낙천과 도림선사(道林禪師)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백낙천(白樂天, 772~846년)이 항주 태수로 부임했을 때 일이다. 멀지 않은 사찰에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년)라는 이름 높은 고승이 있었는데, 그는 청명한 날이면 고목의 가지에 올라 좌선을 했다. 백낙천이 갔을 때도 스님이 높은 나무에 올라 참선 삼매에 빠져있어, '선사의 거처가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도림선사는 '위태한 것은 당신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백낙천은 '저는 안전한 땅을 밟고 있거늘 왜 제가 위태합니까?'하고 질문했다. 그러자 스님은 '티끌 같은 세상의 지식으로 가득하고 번뇌와 탐욕이 쉬지 않으니 어찌 거기가 위험하지 않은가?'라고 대답했다. 백낙천이 선사에게 부처님 가르침의 골자를 물었다. 그러자 스..

수필 2021.07.16

어느 슬픈 나무에 대한 이야기

어느 슬픈 나무에 대한 이야기 김창현 우리나라에는 한 슬픈 나무가 있다. 그 나무 이름은 무궁화라 부른다. 그 나무를 나는 뜰에 심어놓고, 20년 간 키웠고, 간혹 무궁화를 보기 위해 밖으로 찾아 나서기도 했다. 코엑스 전시장에서 촬영 가장 아름다운 무궁화 나무는 서종면 어느 주택에서 만났다. 근처엔 물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개울은 보랏빛 흰빛 아름다운 무궁화꽃 울타리가 덮고 있었다. 마치 신성한 신전 같았다. 무궁화가 이처럼 아름다운 꽃이 더냐고, 아내가 놀라서 묻던 기억이 난다. 두번째는 동대문 옹성 밖에서 보았는데, 한 그루는 흰 바탕에 붉은 점이 박힌 백단심(白丹心)이고, 한 그루는 보랏빛 홍단심이었다. 둘 다 기품 있는 반가의 규수 같았다. 우아함 그 자체였다. 세 번째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카테고리 없음 2021.07.14

다산초당 다녀와서

다산초당 다녀와서 우리나라 고전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 어부사시사다. '년 닢의 밥 싸 두고 반찬이란 장만 마라. 닫 드러라 닫 드러라 청약립(靑蒻笠 삿갓)은 써 잇노라 녹사의(綠蓑衣 도롱이) 가져오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於思臥) 무심한 백구(白鷗) 난 내 좃난가 제 존난가'. 고어(古語)도 흥겹거니와 삿갓 도롱이같은 것도 그립다. 언제 보길도 가서 연 잎에 밥 싸들고 도롱이 입고 삿갓 쓰고, 낚시질하고픈 충동 느낀다. 찌거덕 찌거덕 한번 뱃놀이하고 싶다. 그런데 아내가 제의를 하였다. 두 친구분과 보길도에 가자는 것이다. 금상첨화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바늘 가는데 실 가고, 실 가는데 바늘 가는 세태 아닌가. 두 분 바늘 되시는 분 동행일 것이다. 한 분은 이대 철학과 정대현 교수, 한..

여행기 2021.07.09

흑인 올훼

흑인 올훼(Orfeu Do Canaval) 모 영화관에서 '흑인 올훼'가 상영된다는 것을 알고 너무나 반가웠다. '흑인 올훼'의 음악 '카니발의 아침'은 캐비닛 하나밖에 없던 신혼시절에 내가 가지고 다니던 도나스판에 수록되어있던 곡이다. 하도 반가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음원 보호법이란 것 때문에 곡은 들을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첫 구절 'I'll sing to the sun in the sky'을 검색란에 쳐서 겨우 가사만 얻어냈다. Will true love come my way on this carnival day? Or will I be alone with my dream? I'll sing to the sun in the sky, I'll sing 'till the sun rises high,..

영화 이야기 2021.07.08

만날 수 있다면

만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다리 위에서 선학산에서 남강과 촉석루 비치던 황금빛 아침 해와 그 얌전하던 여학생을 만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뒤벼리에서 칠암동 대밭과 백사장 비치던 쟁반 같은 보름달과 그 얌전하던 여학생을 만날 수 있다면 흘러간 강물은 돌아오지 않고 세월도 강물 따라 가버렸지만 다시 한번 진주의 해와 달 그 얌전하던 여학생을 만날 수 있다면

2021.06.29

첫사랑

첫사랑 첫사랑이란 무엇일까? 봄 언덕을 스쳐간 한줄기 바람이었을까? 가을 강에 비치던 한줄기 달빛이었을까? 사람들은 흔히 진주(晉州)를 아름다운 고장이라고 말한다. 남강이 아름답고 촉석루가 아름답다고 한다. 그 아름다운 전원도시에서 성장한 한 소년의 첫사랑을 여기 소개한다. 소년은 고등학교 일 학년 때 소녀를 만났다. 초등학교 졸업한 지 4년 만의 동창회에서다. 피차 열일곱 살이었다. 동창 소녀들은 젖가슴이 작은 풋복숭아처럼 불룩해지는 참이었고, 여성 특유의 꽃봉오리 같은 몸매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성에 대한 미묘한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학생을 곁눈질하면서 공연히 얼굴 붉히거나 혼자 웃기도 했다. 소년들은 줄리엣을 사랑한 열일곱 살 로미오 같은 때다. 간혹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

소설 2021.06.28

시비

김영랑 생가 시비. 소박해서 정감. 새벽 예불(찬불 동요) 별들은 법당 마루 은구슬 뿌려놓고 달빛은 문창살에 그림자 그렸어요 새벽 예불 목탁소리 고즈늑한 산사에 범종소리 운판소리 멀리 울려 퍼져요 황촛불에 피어오른 향냄새 그윽한데 연화대의 부처님은 내 소원 들으실까 엎드려 두손 모아 백팔배 참회기도 부처님 살피세요 내마음의 푸른 연꽃 김창현(친필) 낙관 진주産. 고려대 철학과. 불교신문 기자. 남강문학회. 청다문학회 회장

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