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흑인 올훼

김현거사 2021. 7. 8. 11:17

흑인 올훼(Orfeu Do Canaval)
 
모 영화관에서 '흑인 올훼'가 상영된다는 것을 알고 너무나 반가웠다. '흑인 올훼'의 음악 '카니발의 아침'은 캐비닛 하나밖에 없던 신혼시절에 내가 가지고 다니던 도나스판에 수록되어있던 곡이다. 하도 반가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음원 보호법이란 것 때문에 곡은 들을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첫 구절 'I'll sing to the sun in the sky'을 검색란에 쳐서 겨우 가사만 얻어냈다.
 
Will true love come my way on this carnival day? Or will I be alone with my dream? I'll sing to the sun in the sky, I'll sing 'till the sun rises high, Carnival time is here, Magical time of year, And as the time draws near, Dreams lift my heart!
 
그래 음악은 천상 영화관에 가서 듣는 수밖에 없었는데, 함께 극장에 가면 되겠다 싶은 친구가 생각났다. 그래 전화로 '자네가 전에 '흑인 올훼' 소개한 적 있지?' 했더니, Harry Belafonte가 노래한 'Venezuela'란 노래를 소개한 적 있다고 한다. 그것도 검색해보니, 노래는 들을 수 없고 가사만 있다.
 
I met her in Venezuela With a basket on her head.And if she loved others she didn't say.But I knew she do, to pass away.Pass away the time in Venezuela.
 
'노래를 들으러 같이 갈 사람이 없구나.' 약간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혼자 영화관에 가서 '카니발의 아침'을 모처럼 매우 감명 깊게 들었는데, 이 영화는 1959년 브라질 프랑스 이태리 합작 영화다. 깐느 영화제 그랑쁘리,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다. 무대는 리오 데 자네이로의 삼바 축제장이다. 첫 장면부터 흑인들의 강열한 삼바 리듬과 민첩한 발놀림이 시원하다. 브라질이 삼바와 재즈가 뒤섞인 보사노바가 탄생한 곳이다. 미친 듯이 두드리는 탬버린, 휘파람 소리 내는 호루라기, 귀뚜라미 소리 내는 강철 막대기가 난무하고, 삼바 축제장에 몰려가는 흥분한 어른 아이 모습 보면서 그 기분 나도 알 수 있었다. 옛날 필자도 진주 남강 소싸움 붙이던 백사장에서 장고, 꽹과리 같은 원시적인 타악기 소리와 피리소리를 충분히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영화 스토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카니발의 열풍이 뜨겁던 전야에 유리디스는 리오에 도착하여 사촌 세라피나를 찾아간다. 바다가 보이는 동네는 카니발에 선보일 행렬 연습으로 떠들썩 한데, 거기서 유리디스는 동네의 우상인 올훼를 알게 되고, 둘은 짧은 시간에 순수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죽음의 탈을 쓴 한 남자가 유리디스를 계속 쫓아다니며 그녀를 공포에 떨게 하여, 사촌 언니 세라피나는 사랑에 빠진 유리디스를 자신의 의상을 입혀 카니발 행렬에 참여하게 하는데, 탈을 쓴 남자는 그녀를 알아내고 쫓아간다. 무질서한 축제의 밤에 그 남자를 피해 도망치던 유리디스는 결국 사고로 죽게 되고, 올훼는 시체안치소를 찾아가 유리디스의 시신을 안고 나왔으나, 그녀를 안고 돌아오는 것을 본 올훼의 애인 미라는 욕을 하며 돌을 던진다. 또 올훼를 좋아하는 여인들에 쫓기다가 절벽에서 돌에 맞아 유리디스를 안은채 벼랑에서 나란히 떨어져 같이 죽는다.

감독 - 마르셀 까뮈
출연 -브레노 히지노 멜로, 마르페사 오운, 루디스 드 올리베이라
음악 -루이즈 본타(Luiz Bonfa),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영화 주제는 그리스 신화에서 빌려온 것인데, 좀 길지만 '죽어도 좋을 사랑'을 한 번이라도 원해본 사람은 아래 내용을 읽어보기 바란다.
오르페우스는 리라(lira)란 악기를 어찌나 잘 탔던지 인간뿐만 아니라 야수도 그의 곡을 들으면 유순해지고 수목이나 암석까지도 넋을 잃곤 했다. 어느 날 아내 에우리디케가 요정들과 거닐다가 양치기를 피하여 도망치다가 독사에 물려 죽고 말자, 오르페우스는 그 슬픔을 악기의 선율에 담아 신과 인간에게 아내를 살려달라고 호소한다.
죽음의 신에게 부탁해볼려고 저승 문에 이르러 리라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너무도 아름다운 그 가락에 반한 저승의 뱃사공 카론과 케르베로스는 강을 건네주었다. 오르페우스는 죽음의 신들 앞에서  연주하면서 애절하게 노래를 불렀다.
'죽음의 신들이여, 우리들 생명 있는 자는 언젠가는 어차피 이곳으로 오게 마련입니다. 저는 여기 타르타로스의 비밀을 엿보기 위해서 온 것도 아니고, 여기 문지기와 힘을 겨루기 위해 온 것도 아닙니다. 단지 꽃다운 청춘에 독사에 물려 죽은 제 아내를 찾으러 온 것입니다. 저의 아내도 수명을 다한 후에는 당연히 당신들 땅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제발 그녀를 저에게 돌려주십시오. 만약 거절하신다면 저는 홀로 돌아갈 수 없으니 여기서 저도 죽겠습니다. 
 
그가 이런 내용의 노래 부르자, 망령들까지도 눈물을 흘렸다. 탄탈로스는 목이 마른데도 물을 마시려고 하지 않았고, 독수리도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찢기를 중지하였다. 시지포스도 바위 위에 앉아서 노래를 들었으며, 복수의 여신이 양볼이 눈물에 젖은 것도 그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결국 오르페우스는 에우뤼디케를 지상으로 데리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는데, 조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지상에 도착하기까지는 절대로 그녀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둘은 어둡고 험한 길을 말 한마디 말도 없이 걸어 마침내 지상세계로 나가는 출구에 닿는 순간 오르페우스는 에우뤼디케가 아직도 따라오나 확인하기 위해서 뒤를 돌아보았고, 그 순간 에우뤼디케는 다시 하계로 끌려가고 말았다. 
아내를 잃고 미쳐 버린 오르페우스는 슬픈 음악을 연주하며 산과 들판을 헤매기 시작했는데,  트라키아의 처녀들은 그 노래에 감복하여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온갖 노력을 하였다. 그가 이에 응하지 않자 앙심을 품어 어느 날 디오니소스 제전에 참가하여 정신을 잃은 그를 발견한 처녀들이 창을 던져 오르페우스를 죽이고 말았다. 
처녀들은 그의 사지를 찢고 머리와 거문고를 헤브로스 강에다 던져 버렸다. 그것은 슬픈 노래를 연주하며 흘러갔고, 그의 머리가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머리를 건져 매장하고 신전을 세웠다. 이후 레스보스 섬사람들은 시적인 소질을 지니게 되었고, 지금도 그곳 밤 꾀꼬리가 어느 곳 보다도 아름답게 운다고 한다. 그의 거문고는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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