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중 184

나의 살던 고향은

남들은 고향이라면 뻐꾹새 우는 앞산과 부엉부엉 밤 부엉이가 우는 뒷산 이야길 하지만, 나의 살던 고향은 서울 하고도 중심지인 중구 명동 2가 95번지라 나에겐 시골 추억은 없고, 대신 명동에 대한 추억만 남아있다. 나는 지금 미도파 백화점 길 건너편 2층 적산가옥 다다미 방에서 고고성을 울렸으니, 그 일대는 1950년대 60년대 戰後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였다. 유명한 작가와 배우, 가수의 아지트였고, 오후 3시 다방에는 원고를 청탁하는 잡지사, 신문사에서 오는 전화로 시끌벅적했다. 낮에는 다방, 밤에는 대폿집을 찾아온 예술인 중에 '명동백작'이라 불렸던 소설가 이봉구, '목마와 숙녀'를 쓴 박인환, '풀'과 '푸른 하늘을' 등을 쓴 김수영, 쉬지 않고 담배를 피워대며 허무를 노래했던 공초 오상..

제작 중 2021.12.01

전두환 대통령을 애도하며

전두환 대통령을 애도하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21년 11월 23일 오전 8시 40분쯤 연희동 자택에서 쓰러져 향년 90세로 사망했다. 이 날은 33년 전인 1988년 오늘, 전두환 대통령이 연희동 자택에서 자신의 집권 시 과오를 인정하고, 부인 이순자 씨와 설악산 백담사에 들어가 은둔 생활을 시작한 그날이다. 그러나 양식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분의 경제 활성화 치적은 과오를 능가했다고 평가한다. 전대통령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통의 유언이 무엇이냐고 묻자, 2017년 발간한 회고록의 한 부분이 전대통령의 유언이라고 설명한다. '북녘땅이 바라다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는 유언이다. 신라의 문무왕이 왜구를 물러치기 위해서 용이 되어..

제작 중 2021.11.23

일본 열도가 가라앉는다.

최근 일부 유튜브에서 일본 열도가 화산과 지진으로 엉청난 재해를 당한다고 신나듯 방송하고 있다. 그래서 될 일인가. 아마 일본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망하게 하려고 부품을 공급을 중단한 여파가 아닌가 싶지만, 그건 원인 제공자가 이쪽 정부 아니었을까? 갑자기 죽창 들고 반일 하자고 하고, 위안부 피해보상 문제로 일본 기업 재산을 압류해서 처분하려 한 것이 원인 아닐까? 전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사죄를 젊잖게 요구하여도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항상 아베가 박근혜 만나면 을의 위치에서 눈치를 보았는데, 문재인 정권은 동경 올림픽 때 아베와 정상회담을 한 시간 하자고 요구하자, 해도 이

제작 중 2021.10.15

열한 번째 책을 내고나서

열한 번째 책을 내고나서 이번에 '책 한 권에 소개한 중국 사상 25편'을 낸 후 이정수 장군이 집에 축하 화분을 보내주었다. 돌아보면 그동안 열 한 권의 책을 내면서, 그때 그때 사연도 많고 도움 받은 사람도 많다. 첫 번째 책은 30년 전 내외경제 기자 시절에 쓴 '재미있는 고전여행'이란 책이다. 그 책은 매일경제 기자였던 K대 후배 소개로 김영사의 박은주 사장에게 원고를 보냈더니, 박사장이 '이 원고는 김영사서 책으로 낼 터이니 꼭 기달려 달라'는 전화를 했다. 보통 책은 저자가 원고를 들고 이곳 저곳 출판사 문을 두드리다가 출간된다. '서밍엎' '달과 육펜스'란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을 낸 서머셋 모음의 경우, 그가 쓴 책의 自序에 보면 그런 출판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나는 운이 좋아..

제작 중 2021.09.28

머리글

머리글 책은 많지만 고전은 드물다. 동양 고전은 더 드물다. 사람들은 일리아드 오디세이는 읽었지만, 공자나 맹자는 읽지 않는다. 필자가 기업에서 근무할 때 이야기다. 북유럽 왕족을 초대한 만찬 테이블에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이쪽 중역이 그쪽 귀부인이 테이블 위에 놓인 태극기의 빨강 파랑의 의미를 묻자,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는 걸 본 적 있다. 위에 붉은 것은 북한, 아래 파란 것은 남한이라 설명했다. 태극(太極) 사상을 몰라 그리 대답한 것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종업원 1만여 명에 상주 카스토머가 십여 명이나 되었다. 그래 필자는 그 후 그룹 사보에 공자, 맹자, 퇴계, 율곡 등 동양사상을 매월 하나씩 소개했다. 그러나 학문의 세계란 바다처럼 깊고 산처럼 높은 것이다. 퇴계 사상 하나만 가지..

제작 중 2021.08.30

10번 째 책을 내놓으며

독일의 불교학자 에드워드 콘즈(Edward Conze)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기 시작한다. 몸의 신진대사는 수정 직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수정되어 태어난 그 순간이야말로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는 원인이 시작된다. 누군가 불멸을 원한다면, 매순간 자신에게 있는 영원하지 않은 모든 걸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선택권이 없다. 우리는 자기 존재의 불멸성을 어지럽히는 온갖 것을 부정 할 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하였다. 개아(個我)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나. 소멸하는 육체적 물질적 애착을 끊고, 정신을 추구해야 한다. 한가지 다행한 일은 나는 대학에선 철학을 배웠고, 첫직장이 불교신문 이었다. 아버지는 청담 스님 초등학교 동기였고 일본서 문학을 공부했다. 나는 처음에는 ..

제작 중 2021.08.29

신문사 시절 친구

헌수는 내외경제 광고부장을 너무 일찍 한 게 탈이었다. 부장은 되었는데 국장 진급이 어렵자 미국으로 이민 갔다. 샌프란시스코 위 포틀랜드란 국경 도시로 갔는데, 서너 번 날 데리러 한국에 온 적 있다. 첫 번째는 그가 포틀랜드서 관광 매점을 할 때다. 어떻게 소식 알았던지 시내서 멀리 떨어진 화양동 회사까지 찾아와 ‘이 사람아 자네 부인은 우리 와이프와 기념품점 같이 하면 되네. 기념품점 하면 생계엔 지장 없다. 옛날 신문사 시절처럼 같이 살자'며 권했다. 내 취향을 고려하여, 록키산맥의 광대한 풍광과 태평양으로 흘러가는 계류에 낚시만 던지면 올라오는 팔뚝만 한 연어 이야기도 해주었다. 정은 고마웠지만, 그땐 내가 그룹 회장 자서전을 쓰던 때라 사양했다. 두 번째는 느닺없이 소공동 롯데호텔로 나오라고 했..

제작 중 2021.08.26

자화상(自畵像)

고흐의 자화상(自畵像)은 뭔가 잘은 모르지만 그게 왜 자화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지 짐작은 간다. 입에 문 파이프 멋있고, 또 밝고 어두운 얼굴 왼쪽 오른쪽 대비도 멋있다. 나는 은퇴 후 문학지에 간혹 수필과 사진을 싣는데, 맘에 드는 사진이 없다. 그래 30년 전 김영사란 출판사에서 '재미있는 고전 여행'이란 책을 낼 때, 시청 앞 가로수 옆에서 중앙일보 기자가 찍어준 스냅사진을 쓴다. 그러나 아무래도 30년 전 사진이라 맘에 부담이 간다. 문인 중에 간혹 사진 대신 자화상이나 캐리 캐쳐를 쓰는 분도 있다. 그래 나도 사진 대신 자화상이나 캐리캐쳐를 쓰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 있다. 새 사진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사실 언론인 치고 사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홍보가 뭔..

제작 중 2021.08.15

시진핑과 중국의 장래

시진핑과 중국의 장래 宋나라 때 만들어진 익지서(益智書)란 책에는 '악관(惡鑵)이 약만(若滿)이면 천필육지(天必戮之) 니라'라는 말이 있다. '악의 두레박이 가득 차면 하늘이 반드시 죽일 것이다' 라는 말이다. ​중국 고대 하(夏) 나라 걸(桀)이 유시(有施)를 공격하자 유시 사람들은 걸의 공격을 돌리기 위해 매희(妹喜)라는 여자를 진상했다. 그 이후 걸은 정사를 뒤로하고 매희와의 사치에만 빠졌는데. 매희는 일일이 술을 따르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므로, 술로 연못을 만들고, 연못 둘레에 고기의 숲을 만들어 즐기자고 제안하였다. 여기에서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말이 생겼다. 걸은 주지육림을 즐기다가 상(商) 나라 탕왕에게 토벌되어 죽었다. 그 후 상(商)나라 주왕(紂王) 역시 유소 씨(有蘇氏)의 나..

제작 중 202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