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고향이라면 뻐꾹새 우는 앞산과 부엉부엉 밤 부엉이가 우는 뒷산 이야길 하지만, 나의 살던 고향은 서울 하고도 중심지인 중구 명동 2가 95번지라 나에겐 시골 추억은 없고, 대신 명동에 대한 추억만 남아있다. 나는 지금 미도파 백화점 길 건너편 2층 적산가옥 다다미 방에서 고고성을 울렸으니, 그 일대는 1950년대 60년대 戰後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였다. 유명한 작가와 배우, 가수의 아지트였고, 오후 3시 다방에는 원고를 청탁하는 잡지사, 신문사에서 오는 전화로 시끌벅적했다. 낮에는 다방, 밤에는 대폿집을 찾아온 예술인 중에 '명동백작'이라 불렸던 소설가 이봉구, '목마와 숙녀'를 쓴 박인환, '풀'과 '푸른 하늘을' 등을 쓴 김수영, 쉬지 않고 담배를 피워대며 허무를 노래했던 공초 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