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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책을 내고나서

김현거사 2021. 9. 28. 15:41

열한 번째 책을 내고나서

이번에 '책 한 권에 소개한 중국 사상 25편'을 낸 후 이정수 장군이 집에 축하 화분을 보내주었다. 돌아보면 그동안 열 한 권의 책을 내면서, 그때 그때 사연도 많고 도움 받은 사람도 많다. 첫 번째 책은 30년 전 내외경제 기자 시절에 쓴 '재미있는 고전여행'이란 책이다. 그 책은 매일경제 기자였던 K대 후배 소개로 김영사의 박은주 사장에게 원고를 보냈더니, 박사장이 '이 원고는 김영사서 책으로 낼 터이니 꼭 기달려 달라'는 전화를 했다. 보통 책은 저자가 원고를 들고 이곳 저곳 출판사 문을 두드리다가 출간된다. '서밍엎' '달과 육펜스'란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을 낸 서머셋 모음의 경우, 그가 쓴 책의 自序에 보면 그런 출판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나는 운이 좋아 첫 책이 김영사의 재미있는 책 시리즈 인기에 힘 입어 1만 5천부가 팔려 1500만 원 인쇄 수입을 얻었다. 그 책은 속초 아남프라자 백화점 시절 우리 건물에서 대통령 선거 연설을 한 김대중 대통령한테 전달했고, 그때 김대중 씨는 '나의 길 나의 사상'이란 자기 책도 김영사에서 나온 것이라며 자필 휘호한 저서와 자기 이름 새겨진 만년필을 내게 선물했다. 두 번째 책은 아남건설 상무 때 수필가가 된 기념으로 쓴 '한 잎 조각배에 실은 것은'이란 책이다. 그 책은 나를 수필가로 추천해준 전 문인협회 이사장 성춘복 씨가 운영하던 출판사에서 만들었다. 주로 여행과 명산 참배가 그 내용인데, 문학책이라 인쇄 수입이 없었다. 세 번째 책은  亞南 그룹 창업주 김향수 옹의 자서전 '작은 열쇠가 큰 문을 연다'란 책이다. 나는 그 분 자서전 써주는 작가로 가서, 그 책에서 강진 초등학교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반도체 조립에 뛰어들어, 세계 제일의 반도체 조립 회사를 만든 옹을 소개하고, 1960년 대 초창기 한국의 반도체 착수 현황을 정리했다. 출판기념회는 신라호텔에서 박충훈 신현확 씨 등 내빈을 초청하여 열었고, 책은 2014년에 미국에서 영역판이 나오기도 했다. 네 번째 책은 '일본은 한국이더라'라는 책이다. 김향수 옹은 청년 시절 일본에 오래 살았다. 그래 일본 내 한국 사적을 많이 방문하여 간혹 그 이야길 하길래, 과장을 일본에 파견하여 일본 내 한국 유적을 탐사시켜 만든 책이다. 이 책은 전 국무총리 신현확 씨와 민족사 바로잡기 국민회의 의장 윤길중 씨가 추천사를 썼다. 이 책 출간 이후 조선일보가 여행객을 모집하여 일본으로 몇 차례 방일 여행단을 보냈고, KBS가 기자를 일본에 보내 다큐로 한일 역사를 방영하기도 했다. 나는 천황이 백제계 후손인 마당에 굳이 반일이나 극일 보다는 한 차원 높은 상호 협력을 주장했다. 다섯 번째 책은 6,25 때 이북에서 내려온 38따라지 청계천 알부자 자서전이다. 동대문에서 사업하던 이창국 친구 소개로 만났는데, 그분은 19살에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서 양털모자를 쓰고 몽고족 자치주까지 찾아가 소를 사오면서 무법천지 마적단과 모택동의 팔로군의 약탈 광경을 목격했고, 6,25 때는 임진강을 뗏목으로 도강하여 파주 기지촌에서 쌀장사, 담배장사, 밀주장사, 딸라장사, 양색씨 장사 등 않해본 일이 없는 분이다. 원체 파란만장한 인생을 절제하며 살아서인지 소위 자기 자서전 쓰는 작가에게 천원 짜리 청계천 다방 커피와 자장면 대접하던 게 인상 깊었다. 그 분은 풀씨처럼 날아와 인동초처럼 뿌리내리고 산 1950년 대 대한민국 풀뿌리 인생을 대변하고 있다. 여섯 번째 책은 '나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란 전자책인데, 젊은 시절 철학을 배운 후 신문기자,  대학 교수, 수필가를 거치면서 쓴 수필과 시와 漢詩를 실었다. 일곱 번째 책은 '내가 만난 대통령'인데, 내가 만났던 노무현, 김대중, 박충훈, 박근혜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쓰고,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총장 만난 이야기, 재벌 총수와 노조위원장, 불교신문 시절 만났던 청담, 운허, 광덕, 월주, 법정 스님 이야기, 진주의 대표 여류시인 김정희 정혜옥 김여정 김지연 인터뷰를 실었다.  여덟 번째 책은 '책 한 권에 소개한 한국 사상 25편'인데, 거기에서 내가 대학 시절 동양철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퇴계, 율곡, 남명 등의 사상을 소개하고, 불교신문에서 알게된 원효, 원감, 태고, 서산대사 등 한국 고승들의 삶과 죽음과 깨달음을 나타낸 오도송(悟道頌)과 임종게(臨終偈)를 소개했다. 아홉 번째 책은 불교신문에서 같이 근무한 법정스님의 영향을 받아 쓴 '어느 수필가가 쓴 전원교향곡'이란 책이다. 거긴 은퇴 후 내가 도연명처럼 전원생활 한 이야기, 텃밭 가꾼 이야기와 국내외 여행기를 실었다. 열 번째는 '진주는 천리길'이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연인의 품처럼 따뜻하고 그리운 곳이다. 그동안 두 군데 진주 신문에 게재했던 고향의 강, 산, 달, 꽃 등에 대한 글과 내가 10년간 부회장으로 봉사한 남강문학회 활동과 출향 작가들 이력을 소개했다. 열한 번째 책이 이번 '책 한 권에 소개한 중국 사상 25편'이다. 중국 최초의 시집인 詩經부터 시작,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등 사상가를 간편하게 소개하고, 현대 경영에 도움이 되는 太公望의 육도삼략, 손자 오자 병법을 소개하고, 꼭 읽어야 할 중국의 명시 명문장 8편을 엄선하여 소개했다. 

공자는 자기를 알아줄 사람은 오직 춘추 때문일 것이며, 죄 줄 사람도 그렇다고 하였다(知我者 其惟春秋乎며 罪我者 其惟春秋乎). 공자가 춘추를 쓴 동기는 무도한 현세를 개탄하고 미래를 위한 帝王의 經世大法을 후세에 밝히기 위한 정치적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릇이 적어 經世濟民의 뜻은 없고, 그냥 글 쓰길 좋아하여 불교신문과 일간 내외경제 기자를 하다가 亞南 그룹 창업주 자서전을 썼고, 은퇴 후에도 책을 냈다. 그중 가장 보람 느낀 책은 귀 출간한 '책 한 권에 소개한 한국 사상 25편'과 이번에 출간한 '책 한 권에 소개한 중국 사상 25편'이다. '한국 사상 25편'은 대학도서관 30여 군데에 납품되었다. 훗날 나를 알아줄 사람도, 우리의 철학과 사상을 짧고 쉽게 소개한 이 두 권의 책 일거라고 생각한다. 

은퇴 후 책은 모두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전자책은 요즘 젊은이들이 컴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전문 출판사 요원이 편집 교정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고, 저자가 편집 교정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라 오탈자가 많고, 그걸로 종이책을 만들어도 지질과 제본이 나쁘다. 관심 가진 정운성 정순석 두 친구가 책 내용은 좋은데 편집이 아쉽다고 지적해주었다. 그러나 종이책은 출판사에서 한번 만드는 데 5백 만원이 소요된다. 내 처지엔 그건 버겁고, 1회 발간에 제작비 우송비 합해 백만 원 드는 전자책 후 종이책이 적합하다. 그간 대략 천만 원이 나갔고, 아내가 걱정했다.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도움 준 친구 많다. 정순석 김화홍 두 친구는 번번이 서점에서 열 권 스므 권씩 책을 사주었다. 이종규 장군은 인터넷에 서툰 내가 3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원고를 첨부파일로 출판사에 보내면서 생긴 트러블을 해결해주었다. 933 김경옥 회장은 비록 호응은 적었지만 '진주는 천리길'을 원하는 전 동창에게 보낼 계획을 실천했다. 이번에 이정수 장군이 보내 준 축하 화분을 계기로 돌아보니 역시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주변 도움이 많다. 이 자릴 빌어 요즘도 우리 진중고 933 카페에 들어와  글을 읽고 가는 친구, 문자로 격려해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고래도 칭찬에는 춤을 춘다지 않던가. 아직도 933 카페엔 매번 50 명에서 100 명이 히트를 남기고 간다. 미안한 것은 지금은 友테크 시대인데, 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친구들 모두에게 종이책을 다 보내지 못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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