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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

김현거사 2021. 8. 30. 09:22

머리글

 

책은 많지만 고전은 드물다. 동양 고전은 더 드물다. 사람들은 일리아드 오디세이는 읽었지만, 공자나 맹자는 읽지 않는다.

필자가 기업에서 근무할 때 이야기다. 북유럽 왕족을 초대한 만찬 테이블에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이쪽 중역이 그쪽 귀부인이 테이블 위에 놓인 태극기의 빨강 파랑의 의미를 묻자,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는 걸 본 적 있다. 위에 붉은 것은 북한, 아래 파란 것은 남한이라 설명했다. 태극(太極) 사상을 몰라 그리 대답한 것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종업원 1만여 명에 상주 카스토머가 십여 명이나 되었다. 그래 필자는 그 후 그룹 사보에 공자, 맹자, 퇴계, 율곡 등 동양사상을 매월 하나씩 소개했다. 그러나 학문의 세계란 바다처럼 깊고 산처럼 높은 것이다. 퇴계 사상 하나만 가지고도 일평생 연구해도 못다 한다. 그걸 눈높이 낮추어 쉽게 다이제스트 하려면 한 달 이상 걸린다. 그러나 시중에는 우리 사상을 소개한 책이 드물다. 있다 해도 학자들이 공자면 공자, 퇴계면 퇴계, 단 하나 본인 논문만 내놓기 때문에 어렵다. 이런 실정이라 이 책을 펴낸다.

 

17세기 남경에 부호였던 이립옹(李笠翁)이라는 사람이 청대 이전의 동양화 그림과 이론을 판각하여 개 자원화 전(芥子園畵傳)이란 책을 만들었다. 그 일을 진행하던 중 그가 타계하자, 사위 심심 우(沈心友)가 22년에 걸쳐 책을 완성했고, 그 책이 지금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동양화 교본이다.

은퇴하자 나는 이립옹을 본받아 '책 한 권에 소개한 동양사상 50편'이란 제목을 정하고, 사보에 게재했던 글 간추려 한 권의 책을 엮었다. 그러나 책 분량이 너무 많아 중간에 계획을 변경, 한국과 중국 각 25편 다이제스트 단행본을 만들기로 했고, ‘책 한 권에 소개한 한국 사상 25편’은 2017년에 출간했다.

 

필자는 대학에선 동양철학을 전공했고, 젊은 시절 저 날리스트였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다. 외국인과 접촉하는 우리 젊은이들 숫자가 많다. 지금 G7에 들어간 우리나라 젊은이에게 꼭 필요한 책이 이런 책이다. 그래 본인 능력이 부족함을 알면서도 이 책을 내놓는다. 시각적 이해를 돕기 위해 고대 인물 사진도 많이 넣었다. 엉성하더라도 이 책이 우리 사상을 간략히 맛보게 해 줄 맛소금이 되길 기대한다. 이런 책은 30년 전 니혼게이자이 기자가 한 번 낸 적 있고, 우리나라에선 처음이다. 훗날 반드시 정신문화연구원이나 교육부에서 조직적으로 완성된 책을 내놓길 바란다.

                                                           

                                                                                            광교산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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