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불교학자 에드워드 콘즈(Edward Conze)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기 시작한다. 몸의 신진대사는 수정 직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수정되어 태어난 그 순간이야말로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는 원인이 시작된다. 누군가 불멸을 원한다면, 매순간 자신에게 있는 영원하지 않은 모든 걸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선택권이 없다. 우리는 자기 존재의 불멸성을 어지럽히는 온갖 것을 부정 할 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하였다. 개아(個我)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나. 소멸하는 육체적 물질적 애착을 끊고, 정신을 추구해야 한다.
한가지 다행한 일은 나는 대학에선 철학을 배웠고, 첫직장이 불교신문 이었다. 아버지는 청담 스님 초등학교 동기였고 일본서 문학을 공부했다. 나는 처음에는 '사회의 목탁'이 되고싶어 기자를 했고, 나중엔 재벌 자서전 써주는 작가가 되었다. 재물에 대한 애착은 가져본 적 없고, 대신 글을 썼다. 이번에 10번 째 전자책 '책 한 권에 소개한 중국사상 25편'을 내놓았다. 이로써 전에 나온 '책 한 권에 소개한 한국사상 25편'과 함께 동양사상의 핵심을 짧게 정리했다. 후련하다.
지난번 '진주는 천리길'이란 책이 나왔을 때, 933 동기회장 김경옥 친구가 동창에게 기증할려고 신청을 받았는데 책을 받은 친구가 별로 없었다. 회장과 사무국장이 고맙다. 김화홍, 정순석, 두 친구는 직접 출판사로 연락, 서점에서 10권 20권씩 책을 사주었다. 밥을 사준 친구들 고맙다. 책을 받고 전화 해준 친구들도 고맙다.
과거 회장을 모실 때 여러 사람을 만났다. 뻣뻣 하지만 정직한 사람, 살랑거리지만 응큼한 사람, 부드럽지만 수줍은 사람, 재주는 있지만 건방진 사람, 권세가나 부자에게 비굴한 사람. 돈 있다고 건방진 사람을 만났다. 그들 모두 험한 사바세계(娑婆世界)를 작은 떼배로 건너가는 사람이다. 비판은 금물이다. 장자(莊子)는 인간 가치판단의 허무함을 역설했다. 판단은 금물이다. 모두가 인생극장의 주인이요, 모두가 조연이 아니다. 이제 벗들이 망팔(望八)이라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지병으로 술을 끊은 친구도 있다. 종착역 닥아오고 있다. 귀한 존재들 헤어지기 전에 아껴주고 서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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