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의 수필 두류동의 이틀 밤 두류동에 사는 친구 집은 빈 농가를 빌린 것인데, 금 간 벽 황토 바르고, 찢어진 창문 한지 발랐더니, 방이 인물 훤하다. 폐교에서 구한 난로 가져다 놓았더니, 산에 지천으로 많은 게 소나무 아닌가. 관솔 타는 향 좋고, 고구마 익는 냄새 근사하다. 집이 초라하니 별이 지붕 위에 아예 수를 놓는다. 공해 없는 곳은 꽃빛이 곱다. 꽃이 그럴진대 사람은 어떨까? 이것이 틈만 나면 내가 지리산을 찾는 이유다. 밤에 명상에 잠겨 보았다. 어둠 속의 산은 고요한 선방(禪房)이다. 바위는 묵언의 참선객 이다. 바람소리 물소리는 범패(梵唄)다. 흔들리는 풀과 나무는 바라춤 무용수다. 지나가는 달과 별은 나그네다. 산이 입선(入禪)의 경지 보여준다. 청산을 바라보면 나뭇잎은 살랑살랑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