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고향에선 이제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니 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중학생 때 가방 메고 건너다닌 다리는 그대로 있고 태양은 아직도 황금빛으로 비치건만 그때 친구는 거의 타계했거나 소식 모른다 서장대엔 새벽마다 소야곡 부르던 청년들이 있었고 밤에 집 근처로 찾아가 내가 세레나데 불렀던 소녀도 있는데 그들 소식 모두 알 수 없고 쓸쓸한 거리의 낮선 얼굴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떠돈지 50년 된 타향의 인심은 돌아서면 남이다 그들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런 건 상관 없다 노년이 깊어갈수록 고향 소식만 천금처럼 귀한데 간혹 촉석루 앞에 띄우는 유등과 뒤벼리 산책길 이야기는 듣는다 돌판에 얹저 나오는 냉면과 숯불 석쇠 불고기 구이 이야기는 듣는다 그러나 머리칼이 수선화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