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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고향에선 이제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니 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중학생 때 가방 메고 건너다닌 다리는 그대로 있고 태양은 아직도 황금빛으로 비치건만 그때 친구는 거의 타계했거나 소식 모른다 서장대엔 새벽마다 소야곡 부르던 청년들이 있었고 밤에 집 근처로 찾아가 내가 세레나데 불렀던 소녀도 있는데 그들 소식 모두 알 수 없고 쓸쓸한 거리의 낮선 얼굴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떠돈지 50년 된 타향의 인심은 돌아서면 남이다 그들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런 건 상관 없다 노년이 깊어갈수록 고향 소식만 천금처럼 귀한데 간혹 촉석루 앞에 띄우는 유등과 뒤벼리 산책길 이야기는 듣는다 돌판에 얹저 나오는 냉면과 숯불 석쇠 불고기 구이 이야기는 듣는다 그러나 머리칼이 수선화 같..

카테고리 없음 2022.08.23

광화문 에피소드

한밤에 우연히 펄시스터 노랠 듣고 불현듯 옛 일 생각나서 이 글을 쓴다. 지금도 경솔하지만 젊은 시절엔 도가 더 심했던 것 같다. 졸업하던 해다. 군대 다녀온 나이 지긋한 복학생이 별로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윤 교수님이 한 여학생을 만나보라고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 다방이 지금도 있는진 모르겠다. 광화문 시공관 안의 다방이다. 상대는 이대 졸업반으로, 교수님 친구 여동생이다. 인상이 펄시스터 배인순 같았다. 키도 늘씬하고 인상도 좋았다. 그런데 대화 하다가 전공이 꺼림칙 했다. 시골서 올라온 나같은 촌놈 생각에는 서울 태생으로 불문과 다니는 사람은 검소할 것 같진 않았다. 외국풍 좋아하고 왠지 사치스러울 것 같았다. 서로 인사하고 5분 쯤 되어 나는 자릴 옮기자고 했다. 그는 아마 어디 더 분위..

카테고리 없음 202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