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草書 조심

草書 조심 며칠 전 추석 인사 겸 안부 겸해서 동우대 교수가 서예 글씨 하나를 보내며, 뜻을 풀어보라는데 알 수가 없다. 서예가들은 알 수 없는 草書를 써서 사람 곤란하게 만든다. 行書나 隷書, 篆書는 대충 모양을 보고 뜻을 반은 짐작할 수 있지만, 초서야 완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수작 아닌가.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 국회의원동우회란 것이 있었다. 그들이 국회 본관 건물에서 서도전을 열었는데 당시 국회의장 이재형씨를 비롯해서, 정권 실세였던 노태우(당시는 국회의원) 등 40여명이 참석했고, 내가 모신 회장도 4대 국회의원이라 참석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윤길중 의원이라면 당시 국회의원 중에서 최고 명필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데 그 분이 출품한 도연명의 초서 병풍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2.09.05

진주는 천리길(4)

진주는 천리길(4) 사람들은 흔히 진주를 천년 고도라고 부른다. 원래 진주는 가야와 백제 신라 세 나라 국경을 접한 요충지다. 오래된 성이 있고 골동품이 많다. 고령에서 하동까지 무진장한 고령토 광맥이 뻗어있고, 진주 인근에는 가마터가 많다. 진주와 합천에 박물관이 있고, 안의 거창 에는 고가들이 많고, 강굽이마다 정자가 있다. 합천 어느 식당에선 개에게 밥 주는 밥그릇이 대가야 때 사용한 토기였다고 한다. 어느 집에선 사랑방 문짝의 한지를 뜯어내다가 두 접 배접한 한지 한 겹에서 대원군 난초 그림이 나왔다고 한다. 소희의 집에도 그런 물건이 있었다. 부친이 쓰던 차반(茶盤)은 오래 동안 땅 속에 묻혀서 지열로 석탄처럼 광택 나는 참나무 매목(埋木)으로 만든 것인데, 그건 보물로 칠만치 귀한 차반이다. ..

카테고리 없음 2022.09.04

가을 산책

가을 산책 가을 산책길은 뭔가 쓸쓸하다. 소매 끝에 싸늘히 느껴지는 바람맞으며 길에 나서면 시들은 꽃이 지난여름 생각게 한다. 무성한 가지 끝에 화려한 꽃 매달던 장미 덩굴은 이제 가지 끝에 여름 마지막 몇 송이 꽃 달아 애처롭다. 산책길이 허전하다. 붉게 물들던 접시꽃도, 황금빛 금계국도 이젠 볼 수 없다. 풀숲에 이슬 맺혔다. 지난여름 추억하는 풀벌레만 울고 있다. 문득 갈대에 눈이 간다. 폭우에 넘어졌던 갈대가 새파란 잎을 올리고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노래를 부를 것이다. 파스칼이었던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 사람이. 갈대꽃 피면 생각이 깊어지는 계절이 오는가. 63년에 서울 왔으니 여기서 근 60년 살았다. 만난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혹은 장미였고, 혹은 금계국이었고, 혹은 잣나무였다. ..

카테고리 없음 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