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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김현거사 2022. 8. 23. 10:00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고향에선 이제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니

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중학생 때 가방 메고 건너다닌 다리는 그대로 있고

태양은 아직도 황금빛으로 비치건만

그때 친구는 거의 타계했거나 소식 모른다

서장대엔 새벽마다 소야곡 부르던 청년들이 있었고

밤에 집 근처로 찾아가 내가 세레나데 불렀던 소녀도 있는데

그들 소식 모두 알 수 없고

쓸쓸한 거리의 낮선 얼굴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떠돈지 50년 된 타향의 인심은 돌아서면 남이다

그들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런 건 상관 없다

노년이 깊어갈수록 고향 소식만 천금처럼 귀한데

간혹 촉석루 앞에 띄우는 유등과 뒤벼리 산책길 이야기는 듣는다

돌판에 얹저 나오는 냉면과  숯불 석쇠 불고기 구이  이야기는 듣는다

그러나 머리칼이 수선화 같이 곱던 여학생 소식은 알 수 없고

타향으로 흘러간 강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고향 사람들이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상관 없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기억할 사람도 없다는 사연이 슬프다

 

*프리드리히 뤼케르트의 詩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버전으로 고향을 읊어본다.


고요한 나라에 누워 있네!
Und ruh' in einem stillen Gebiet!
나는 나의 천국에서 홀로 사노니
Ich leb' allein in meinem Himmel,
내 사랑 안에서, 내 노래 안에서!
In meinem Lieben, in meinem L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