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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의 시

김현거사 2022. 8. 2. 20:13

김창현의 시

 

茶詩 5首

 

내 집은 초가삼간 첩첩산중 깊은 골짝

물소리 고요하고 차꽃만 곱게 피어
구름이 하얀 꽃잎을 은은히 가리네

 

 

아침엔 찻잎 따고 하루 종일 할 일 없어

푸른 산 흰구름과 친구 하며 사노라니

창 밖의 너럭바위는 청태(靑苔) 옷을 입었네

 

 

나도 갈옷 갈아입고 바위 위에 올라가니

낙화는 옷에 지고 죽계(竹溪)는 안개 덮여

산속의 푸른 차밭이 선경으로 보이네 

 

 

밤 들어 삼경(三更)이면 두견새 슬피 울고

다로(茶爐)에 불 붙이고 달빛에 기대서면

저 하늘 고송일지(孤松一枝)가 선미(禪味) 가득 하구나 

 

 

태청궁 여기로다 두실소헌(斗室小軒) 탓할쏘냐

나물 먹고 물 마심은 산가(山家)의 흥취로되

잔 위의 하얀 차꽃은 초부(樵夫)의 멋 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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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난

 

 

싸락눈 싸락 싸락 내리는 봄에

춘난 잎 푸른빛이 새삼 더 반가워라.

지리산 높은 준령 흰구름 아득한데

은은한 난향은 오두막 찾아온다.

 

베개를 높이 베고 山家에 누웠나니

천리 밖 세상사는 내 알 바 아니로다.

창공에 달 밝고 물소리 그윽한 밤

그 누가 墨蘭 하나 창문에 그렸는가

 

 

지리산의 四季 

 

                                 


섬진강 푸른 물에 매화가 피면
화개동천 십리길에 벚꽃이 곱고
이른 봄 고리수나무 물이 오르면
그리운 지리산에 봄이 오지요
 

                                                                 
칠불암 가는 길 안개 덮이면
노란 산수유꽃 이슬을 맺고
고요한 풍경소리에 바람이 자면
그리운 지리산에 봄이 오지요.
 

                                                              
세석 평원 노고단에 원추리 피면
바래봉 팔랑치에 철쭉이 곱고
아득한 천상화원에 꽃비 내리면
그리운 지리산에 봄이 오지요


여름

 

지리산 山影 어린 계곡에 서면
함양이라 옛고을 정자도 많고
농월정 반석 위에 옥류 흐르면
그리운 지리산에 여름 오지요
 

 
오도재 높은 嶺에 흰구름 뜨면
둥구 마천 물방아 물빛도 곱고
천 불 만 불 기암절벽 녹음 덮이면
그리운 지리산에 여름 오지요
 

 
칠선동 깊은 골에 물소리 나면
沼와 潭도 좋거니와 秘瀑도 장관  
신선은 어디 갔나 洞을 거닐면
그리운 지리산에 여름 오지요 


가을
 
경호강 맑은 물에 은어가 뛰면 
서리 온 원지 논에 참게 살찌고
덕산장 주막거리에 술이 익으면
그리운 지리산에 가을 오지요. 


                                               

대원사 밝은 달 물에 비치면
단풍 든 감나무에 홍시가 익고
향불에  비구니 스님 마음 태우면
그리운 지리산에 가을 오지요 




무재치기 폭포 지나 치밭목 가면
써리봉 중봉 너머 천왕봉이고 
산 첩첩 비단 옷 단풍 고우면
그리운 지리산에 가을 오지요 

 
겨울

산촌의 밤이 깊어 눈이 내리면
청학동 서당마다 등불이 밝고
댕기머리 훈장님 천자문 외면 
그리운 지리산에 겨울 오지요


청학이 나르던 곳 달이 밝으면
청학봉 백학봉에 은빛이 곱고
불일폭포 하얀 빙폭 수정궁 되면
그리운 지리산에 겨울 오지요


봉마다 白玉일가 삼신봉 가면
꽃 중에 꽃이거니 雪花가 곱고
아득한 천왕봉에 눈바람 불면
그리운 지리산에 겨울 오지요 

 

 

산에 갈 때마다

 

산에 갈 때마다

나는 나무이고 싶었다

나무는 평생 하산하지 않는다

 

산에 갈 때마다

나는 바위이고 싶었다.

바위는 평생 묵언한다

 

산에 갈 때마다

나는 물이고 싶었다.

물은 생명체의 목을 축여준다

 

산에 갈 때마다

나는 구름이고 싶었고,
나무와 바위와 물이고 싶었다

 

 

지리산에 은거한 친구에게

 

 

 

지리산 중산리에 초당을 엮었으니

앞에는 맑은 쏘가 뒤에는 천왕봉이

흰구름 장막을 치고 같이 살자 하더라

 

산나물 된장국에 입맛을 들였으니

산가의 별미로는 이 밖에 더 있는가

그중에 두릅 도라지 향기 높다 하더라

 

북창엔 대를 심고 남전엔 채소 심고 

때로는 호미 메고 약초 캐러 나서나니

삼신산 바로 여기다 불로초 밭이로다

 

두견화 피는 속에 봄철이 왔다 가면

머루 다래 절로 익는 가을이 찾아온다

철 따라 탁주 한 병은 그 멋인가 하노라

 

아침엔 일어나서 청산에 눈을 씻고

밤 중엔 홀로 누워 물소리에 귀 씻으니

한가한 청풍명월이 친구인가 하더라.

 

 

지리산 둘레길 14번 코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전라도와 경상도 중간쯤

지리산 둘레길 14번 코스 중촌마을에

야생차 감잎차 돌배 파는 찻집 있어

차꽃이 하얀 동백꽃 매화꽃 같다는

산 생활 28년 차 60대 노부부가 산다

 

몸이 아파 서울을 떠나 오다 보니까

굽이굽이 살면서 거길 왔다는 할아버지

지리산에서 숨 쉬던 구불구불한 나무로

수제 의자 만들어 손님께 제공하고

연한 녹차 잎과 꽃으로 녹차 부침개 만들고  

할머니는 천 원짜리 커피와 라면 판다

 

해발 1100에 차나무 뽕나무 심고

하루에 한 두 명 둘레꾼 찾아와도

생활에 보탬이 된다고 감사하고

산에 더덕 쑥부쟁이 천지라고 감사하고

밤에 머리 위에 눈부신 별과 달 있다고 감사하고

신선한 바람과 풀내음과 새소리에 감사하면서

자기들은 복이 많아 지리산에 산다는

감사할 줄 아는 神農 시절 백성이 거기 산다

 

 

매화 

 

그가 동지섣달 설한풍 속 

쓸쓸히 뜰에 서있던

그 여인인 건 진작 알았다. 

 

그러나

피부에 진눈깨비 칼끝같이 파고드는 봄

한줄기 어딘가 서 불어온 바람 때문에

 

저고리 옷고름 풀고 

그렇게 향기로운 젖몽오릴                  

내밀 줄 몰랐다

 

 

코스모스


너는 떠나간 그 누구를 위해서

여윈 손을 흔들고 있는가.

영원한 평행선인데

떠나간 그 누구를 위해서

너는 하얀 손수건

붉은 손수건을

흔들고 있는가

 

돌 장승

 

달이 없으면 별 아래 서있으리 

흰이슬 온 밤엔 이슬 맞고 서있으리

누구를 기다리다 돌이 되었는가

풀벌레가 그에게 묻고 있다

 

 

약속

 

모든 건 다 시효가 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도 마찬가지다

꽃도 과일도 다

유효기간이 있다

철 지나면 시효는 소멸된다

그러나 

은은한 달빛과

달빛 아래 속삭인 약속은

시효가 없다

 

 

 

그대

 

이제 비 오는 밤거리

희미한 등불이 된

그대

 

푸른 파도 밀려간 모래밭

소라껍데기가 된

그대

 

꽃 피는 봄철

애달픈 낙화가 된

그대

 

세월의 강 저편

은은한 달빛이 된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