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09

미조에 가면

미조에 가면 시 김창현 미조에 가면 다시 미조에 가면 아무리 버렸다 버렸다 해도 파도에 자맥질하는 바위처럼 잠겼던 미련 불쑥불쑥 솟아나네 미조에 가면 다시 미조에 가면 아무리 숨었다 숨었다 해도 모래밭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게처럼 숨었던 추억 여기저기서 나타나네 그때 솔향기 가득하던 산 그 산 풀꽃 이름이 뭐였더라 그렇게 세찬 바람 불어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어떤 이름 같이 그 자리에 꿋꿋이 살아있던 그 풀꽃 이름이 도대채 뭐였더라 미조에 가면 다시 미조에 가면 이제 파도가 모두 쓸어가버린 미조엔 그때 그 사람 얼굴 비치던 달빛만 남아있네

카테고리 없음 2022.05.11

오륙도 등대

오륙도 등대 그는 저만치 멀리 떨어져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좋다 순진한 세상 사람들이 쉽게 닥아가고 헤어지고 울고짜는 유행가 가사가 되는데 그는 애초에 닿지 않는 거리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년삼백육십오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바라만 볼 수 있어 좋다 이 세상 어디에 파도가 밀려와도 가지 않고 폭풍우가 와도 꺼덕 않고 떠나지 않는 믿음직한 여인이 있더냐 한 뼘 위태로운 바위돌 위에 앉아 칠흑같이 깊고 푸른 밤 슬프다고 외롭다고 변덕 부리지 않고 한결같이 너에게 깜빡깜빡 손짓해주는 그런 하얀 등대같은여인이 어디 있더냐

2022.05.09

가거도 편지

가거도 편지 파도가 가는 데까지 가다가 멈춘 곳 수평선 끝에 가거도가 있다. 싸파이어 바다 위에 후박나무 무성하고 금새우난 핀 풀밭에 청띠 제비나비 나르는 곳. ‘가라고 가랑비 오는데?' 손님 농담에, '있으라고 이슬비 와쁘네요’ 민박집 새댁이 대답하는 곳. 뿔소라와 우럭회 홍어애국 올린 밥상을 단돈 5천원에 내놓는 중국의 닭 우는 소리 들리는 가거도가 초승달처럼 서해 끝에 걸려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