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김현거사 2019. 9. 27. 16:05


 


 강릉에서


                                        시    김창현


서리 맞은 홍시는 봄비와 여름 폭염을 겪은 후라서인지

부드러운 果肉과 농염한 빛깔이 꽃보다 탐스러웠다.

공중에서 낙하한 낙엽은 바람에 날리어

잔디 위로 떨어지면서

이별의 美學을 연출하고 있었다.

강릉에 와서 젊은 날 절망을 세탁한

한 여교수를 만났다.

그의 시선은 철 지난 해변의 여인처럼

먼 바다를 보고 있었지만, 

인고의 세월이 흔적을 남긴

은백의 머리결이 아름다웠다.

태백산맥이 파랗게 보이는

골프장 그늘집에서

그와 녹차를 마신 적 있다.

인코스 십 육번 홀 티샷에서

아이언 7번을 멋지게 날리던 그.

그는 낙엽 없이 홍시만 단

아름다운 감나무처럼 

계절 끝에 혼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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