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잖아도 가을하늘은 더 높아지고 단풍 붉으작작 물드니
어딘가로 횡하니 나르고 싶은데, 마침 진주 개천예술제다.
야탑서 7시 30분 버스 타고 칠암동 내리니,
거기 창원의 정목일, 합천 이영성, 탐라국왕 진주목사
그리고 김병화 친구가 있다.
목일은 고딩 졸업 후 처음 만났다.
한국 서정수필의 일인자라 혹시 목에 뻣뻣하게 깁스하고
나오지 않나 유심히 살펴보니,
정반대로 섬세하고 겸손하고 다정하다.
역시 친구다. 참 보기 좋았다.
탐라국왕이 직접 운전하는 국왕전용차로 금산 호숫가
어느 음식점에서, 강승구 불러내 주물럭에 일 잔 하였다.
얼큰하여 호숫가 드라이브하며
작품에 몰두하는 조구배 화백 이야기 하였고,
문산초등 시절 소풍 오곤 하던 청곡사 대웅전에 가서
목일이 홍열이 거사는 납작 엎드려 아홉 번 절 하였다.
일단 죄 많은 중생은 미리 부처님께 이리
아첨(?)을 떨어놓아야 뒤 탈 없는 것이다.
저녁에 남강문우회 모임에 참석하여 고참 분께 상견례 올렸는데,
목일과 영성이는 잘 아는 분들이고,
거사는 초면에 제일 졸병이었다.
이분들 말씀 통하여 파성 설창수 선생 뒤 이영성 장형이
개천예술제와 진주 문단을 이끌었고,
당시 영성이가 실무 책임자로
문단 족보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유등제 주관하시는 선배님 따라 촉석루 향하니.
진주 밤거리는 인산인해, 강에는 유등이 화려하고,
길에는 포장마차가 불을 밝히고,
경찰들은 교통정리 한다고 땀을 흘리고,
가슴에 낭만 담은 청춘남녀는 손잡고 인파 속에 오간다.
문득 리오의 삼바축제, 칸느 영화제 생각나고,
지금으로부터 한 사십년 전 소싯적에
학생들을 동원해 흐르는 강물에 등 띄우던 그 시절,
진주여고생 흘끔흘끔 훔쳐보던
우리들의 낭만도 살아나는데,
지금 등은 더 화려하고 크지만
강물 따라 흘러가던 옛날 유등의 그 낭만과 멋은 없었다.
그리고 예술제인데, 유등축제가 더 비중이 커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꼴이 되었다.
촉석루 돌아 서장대 밑 어느 주점에서 문우회 술자리가 있지만
우리는 동창 만남을 택했다.
아쉽게 목일이는 인파 속에 잃어버리고 영성이와 나만
핸드폰 연락되어 신안동 모처 국왕 목사 병화 따라 갔다.
이날 전적은 100점 4개 나와 4만원 낸 영성이가 장원.
3개 나온 거사가 차석.
생달걀 2백개 먹고 목청 가다듬는다는
고려병원 모 박사 안오기 잘했다.
<추억의 소야곡>으로 거사가 100점 묵었으니까.
3천리 방방곡곡 아니 간 곳 없다마는
비봉산 품에 안겨 남강의 꿈을 꾸는
내고향 진주만은 진정 못해라.
이 노래 실감나는 참 좋은 곳을
익일 아침 병화가 안내 했다.
진양호 아래 <습지원>이란 곳이다.
기암괴석 절벽 아래 강물은 호수처럼 잔잔하고,
나무는 물 위에 그림자 던지고 있고,
커다란 화강암 원석으로 징검다리 놓은 산책길 물속에는
수초가 무성한 것이 월척 붕어 많겠고,
하얀 해오라비 한 마리 조는 듯 앉아있는 것이 두보의 시 같다.
정말 강물이 푸르니 새 더욱 희다.
절벽 위에 약수암은 초등학교 시절 소풍오던 곳이다.
율곡의 <山中>이란 이런 시가 있다.
採藥忽迷路 약초 캐다 홀연히 길을 잃었네
千峯秋葉裏 봉우리마다 단풍 곱게 물들었는데
山僧汲水歸 산에 사는 스님이 물길어 돌아간 뒤
林末茶烟起 숲 끝에 피어오르는 차 달이는 연기
여길 보니 삼천리 방방곡곡 그만 헤매고,
이제 여기 대밭 속에 초막 하나 올리고
제갈량이 그랬던 것처럼 은거하면서
한복 입고 차 달이는 연기나 피우며 살고싶은 생각 간절했다.
이 지점에서 보이는 망경산 꼭대기 봉수탑 자리는 무슨 자리인가?
거기 바위에 내가 크리스티나 로젯티의 <내 죽거던 임이여>란
애상적인 시를 영문으로 새긴 곳이 아닌가?
여기 대밭의 대를 베어 뗏목 만들어 철수와 내가 구포 가서
대를 팔아 부산 구경 한번 하려던 때가 몇 년 전인가?
촉석루 통과 뒤벼리 통과 정촌 통과 금산면에서
강물에 달이 뜨자 무서워서 그만 철수한 그때가 5십여년 전이다.
물박물관에서는 간만에 우섭이 고향
<까꼬실>을 소재로 한 멋진 시 하나 보았다.
까꼬실 - 김정희 -
남강물 물이랑이 쉬어가는 여울목
물은 물끼리 모여 상전벽해 이루고
물빛은 하늘 안고 구름 따라 흘러간다.
푸른 물살 헤짚고 떠오르는 옛 생각
불러야 할 살붙이며 아름다운 이름은
산수화 고운 그림 속에 메아리로 들리고
그 하늘 수놓으며 대숲에 살던 백로
정든 둥지를 잃고 어디를 헤매는가
물총새 물길 가르며 돌아갈 길 찾건만..
인생이란 꿈이런가 한자락 구름이던가
세전지물 버려두고 떠나야 할 사람들
속눈썹 고인 눈물에 진양호가 잠긴다.
영성이한테 물어보니
이 시를 쓰신 여류시인 김정희씨 시집을 갖고 있단다.
우리 보다 한참 연상으로
영성이 형님 통해 등단한 분이라 한다.
장희경 노모님 노환을 돌봐드린
문박사를 나는 아름답고 멋진 미담 주인공으로 존경한다.
연락하니 달려왔다.
평소 인술로 바빴을끼다 싶어
습지원 가봤냐고 물어보니 예상대로다. 안갔단다.
당연히 오후에 다시 습지원 갔는데,
원래 탐라국왕이 국사는 안 다스리고 가무음곡 즐기는 분 아닌가?
우리는 낫킹콜의 <모나리자>도 부르고
해리베라폰데의 <베네주엘라>도 부르고, <진주라 천리길>도 부르고....
추억에 젖으며 우정에 젖으며 하루 보내고 올라왔다.
친구 보러 천리길 간 것 참 잘했다.
아직 단풍 전이었지만 지금도 거기 대숲 스치던 맑은 바람이 그립다.
좀 있다가 단풍 들면 올매나 좋을꼬!
목일은 개천예술제 심사위원으로 자주 갔지만,
나는 근 50년만에 유등제 보았더니,참으로 감회 깊었소.
사진 찍어 올려준 병화친구 수고 많았소이다.
지난추억은 생각사록 아름다운 것 자주 가서 묻혀버린 그날 그때를
재조명하며 들려주신다면 귀한 보약으로 생각된다.
철학가는 인생의 의미를 남기고
성인은 사랑과 자비와 은혜를
또 위대한 스승은 훌륭한 제자를 남기고,
창현.영성.목일.홍열.영환.병화.문박은 좋은 추억들을 남겼다.
만남을 축하한다
50여년 만에 만난 창현, 제주도에서 온 영환, 만나보니
지난 세월이 꿈만 같고, 추억의 황금기, 참다운 인생의 교우는
고교시절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우리들 가슴에 남강이 흐르고 있으므로
또 만나고 싶어진다. 환대해준 홍열, 영화, 병화 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
얼굴 보면서 얘기하는 것이상 더 좋은 게 없어 보였다.
호수의 물빛처럼 고왔다 .
아직 젊은 그대들... 그 속에 백발의 노인네는 머리만 노인이지
마음은 젊어 시종 재롱 뜰며 한잔 한잔 마시는 모습이
마치 酒仙 이었네 .......
인생의 뒤안길 에 있는 우리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만나 보니 십년은 더 젊어진 기분이다.
거사 가 진주에 와서 "추억의소야곡"을 불러서 나온 100점은 예우차 나온 점수다.방심 하면 절대 안된다
진주 의 M 씨도 서울 가서 부르면 100점 나온다. 그랑께 담에 대전 정도 에서 실력 대결을 하는게 어떨까
생각한다.
김정희 시조시인과 통화했는데 정작 본인은 자기 작품이 물박물관에 있는줄 모르시더라
또 언제 이렇게들 만날 날 있기를 빌어본다.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필까'라고 퇴계는 읊었는데......
가을의 축제를 만끽 하시기를. 까꼬실 잘 묘사된 것 같아
고향을 찾은듯 흐믓한 마음이다.
왔는데... 고향나들이가 즐거웠겠구먼...유등제 한번 볼만하던데 시간되면 한번 다녀들 오소...
나를 붙잡아 매는게 미치것는데, 이 해맑은 공기, 해맑은 숲,.
동동주 일미에 취해거사의 진주유람을 놓쳐서 미안하이.
이사할랴
여행할랴
참 으로 지쳣나 보지. 차후를 기대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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