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임진강 나들이

김현거사 2011. 1. 19. 11:39

 
 
                        
임진강 나들이
김현거사   조회 64 |추천 0 |2009.03.12. 08:52 http://cafe.daum.net/namgangmunoo/5gNC/165 

 


월 1회 서민들 맛집 찾아가는 모임이 있다.서대문포럼은 10일 이00 장군 따라 임진강 북쪽의 모 부대 식당을 찾아갔다.맛집은 아니지만,한 40년 전에 제대한 우리 영감탱이들로선 요즘 군대급식은 어떤가 궁금하기도 했었다.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한시간만에 물오리 유유히 헤엄치는 임진강 건너 都羅山역에 내렸다.강은 이렇게 평화인데,사람은 살벌하다.여기부터 민간인 통제구역이고 방카와 초소가 있다.헌병이 서있어 삼엄한 역에 내리자,‘충성!’안내 나온 헌병 장교와 여군이 전 대한민국 육군 소장에게 절도있게 경례 부친다.덩달아 도라산 역장님까지 나오시어 간단한 브리핑 해주시는 걸 보니 역시 장군 위력이 세긴 세다.그 바람에 일행 12명 모두 VIP 되었다.

 

‘도라산’은 신라 경순왕이 왕건의 딸 낙랑공주와 살면서,산 중턱 永守菴에서 우울한 마음 달래던 곳이다.신라 도읍을 사모하여 눈물 머금었다해서 都羅山이라 부른다고 한다.지척이 개성이고 서해가 보이는 해발 156미터 전망좋은 산인데,근처에 경순왕능이 있었다.여기 세관 건물을 세워놓고,남북출입국사무소 통해서 오고감은,한 나라끼리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하는 기분 들었다.


전망대 올라가니,개성 송악산이 바로 코 앞이다.서울 남산서 북악산 보는 거리다.풍수를 보니,송악산 뒤쪽 산들은 돌이 희고 준수한 祖山들 연이어 있는 것이,서울의 도봉산 백운대로 흘러온 맥이 삼각산 아래 경북궁에 結局한 것과 비슷하다.특징이라면 그 이북 산들은 하나같이 바리깡으로 머리를 깍은듯  까까머리 민둥산이란 점이다.북한의 산은 땔감이 없는 북한 주민들이 나무를 마구 베어먹었다.개성시도 초라해 보였다.북한의 3대 도시 개성이 우리 파주보다 초라하다.알다시피 개성공단은 남쪽이 만들어 준 것이다.재봉틀 놓고 일하던 60년대 우리 구로공단 비슷하다.일하는 북한 주민숫자가 3만9천명이라 했고,60년대 초 우리나라 총수출이 1억불임을 감안하면,년간 3억불 실적 올린다는 이곳은 북한으로서 목을 맬 대단한 공단임에 틀림없다.그쪽 어려운 입장 생각하면 마구잡이 퍼줘야하지만,사거리 수원까지 닿는 자주포와 핵무기로 이쪽 위협하니,판단이 쉽지않다.  


저쪽 송악산 어디 쯤이 황진이가 놀던 박연폭포일까요?헌병에게 물어봤더니 자기가 무슨 도연명이라고 笑而不答이다.싱그레 웃으며 대답이 없다.그대신 젊은 그는 지휘봉으로 방향을 짚어가며 김일성 동상,개성공단,북한이 도끼 만행 저질은 판문점,북한 기정동 인공기 철탑,남한 대성동 태극기,마주 보고있는 아군과 북한군 초소,개성공단에 전력 공급하도록 남쪽이 만든 송전탑 등을 힘차게 설명해준다.


이곳은 용담 노루귀 현호색 너도바람꽃 솔붓꽃 피고,고라니 멧돼지 번식하며,백로 기러기 청둥오리 고방오리 민물도요 날아들고,강물 속엔 황쏘가리 황복 금강모치 장어 참게가 서식하는 곳이다.이런 지상 낙원에다 지뢰를 묻고 젊은이들 손에 총칼 쥐어주고 대치하는 조국이 가슴 아팠다.


국군 신형 막사도 둘러보았다.옛날 우리는 양철 쪼가리 콘넥스 막사였는데,지금은 붉은 벽돌로 만든 3층 아파트다.그 안엔 세탁기 놓인 세탁실,한 곡에 2백원 한다는 노래방,전화방,PC방,헬스실,2층 침대 놓인 내무반,핀업걸 붙여놓은 관물함이 40년 전 우리 군대시절에 비하면 엄청 변했다.식당에 가니 셀프서비스로 자기 맘대로 한우불고기 냉이국 콩나물 무침을 가져와 먹는다.우리는 배 고픈 거지처럼 짬빵통까지 뒤적이지 않았던가.개인 화기는 25발 자동연발 되는 총인데 영화에서나 보던 레이져로 야간 조준 가능한 희한한 것이었다.PX에 가보니,통조림 쬬크렛 햇반 송이주 복분자주 실론티 짬뽕라면 소시지 팩우유 녹차가 있고,병장 월급은 7만5천원이란다.우린 그때 천5백원 월급 받았고,<까라면 깐다>고 무지막지 기압주던 고참들에 절대복종하였다.그러나 지금 저 젊고 볼이 통통 뽀앟고 부티나는 군인들은 칼빈과 엠원 총 우리 세대를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사람들로 알 것이다.


땅굴도 들어가보았다.폭과 높이 2미터로 뚫어놓은 땅굴 길이가 1635미터라 한다.시간 당 무장군인 3만명 이동가능하다고 한다.승강기 타고 냉기 가득한 지하 73미터 화강암 땅굴 속으로 내려가보고 영화도 시청하였다.춘추전국 시대에 땅굴 뚫어 성을 공격한 수법이 20세기 지금 행해진 것이다.그쪽 지휘관이 무척 복고풍 인물이다 싶었다.


장군에겐 품위유지비가 필요하다.이장군은 사병에게 금일봉 하사하고,장군과 사진 촬영함은 사병에겐 영광일 것이라,안내 장교와 사진도 몇장 찍었다.미니버스로 일정 안내한 장교가 ‘충성!’힘차게 경례 붙이자 우리는 다시 서울행 새마을호에 올랐다.귀여운 아들같은 사병들 밝은 모습에 안심하면서.

 

 
 
 
천성산 09.03.12. 09:53
좋은 길 다녀 오셨군요. 전망대에서 본 송악이 남산에서 북악산 바라보기라 했으니 그 가까운 거리에서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네.
 
 
봉화 09.03.12. 11:13
김현거사님의글은 마치 버라이어티 쇼를 보는듯합니다 너무 다채롭고 망망대해를 보는듯 혜안에 새삼 감탄합니다 좋은글 무게있는글 늘 고맙습니다 봉화
 
 
정민 09.03.13. 20:25
김현거사님이나 나 살아 생전에 통일이 와야 할 건데 싸우고 신경전이고 언제 편히살지 ..보고 픈 강산 언제 마음편히 볼런지..그 나마 도라산이라도 보고 오셨으니 좀은 .....함께 본듯한 글 잘 보고 갑니다.
 
 
정태수 09.03.12. 19:16
최북단에 가서 북쪽 땅 까지 구경하고 오셨군요. 都羅山은 또한 고려 毅宗때 무신을 얕보던 문신들을 도륙한 武臣亂의 장소이기도 하답니다.요새 발사 준비 못보았습니까? 월계.
 
 
에베네셀 09.03.13. 21:51
글도 생생하고 본듯이 잘 그렸습니다. 사진을 보오니 내 눈에는 제일 멋있고 잘 생긴 오직 한 분, 창현씨만 눈에 들어옵니다. 내가 아는 수필가 한분이 <도라산의 봄>이라는 소설을 썼답니다.
 
 
깨소금 09.03.14. 22:30
933할배들이 도라산 나들이 한 글을 잘 읽었다.이종규장군 덕택에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간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베트콩이 만든 땅굴이 월남전에서 승패를 갈랏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개성공단에 발이 묶여 꼼짝 달싹 못하는 국민을 생각하니 걱정스럽네.
 
 
아천 김상환 09.03.15. 15:45
도라산, 경순왕, 낙랑공주 조상들이라 감회가 새롭군요 통일관도 처음봅니다.감사합니다.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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