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욕지도 문교장님

김현거사 2011. 1. 19. 11:36

 
 
 욕지도 문교장님
김현거사   조회 76 |추천 0 |2009.04.05. 10:03 http://cafe.daum.net/namgangmunoo/5gNC/182 

 

욕지도 문교장님


봄바다의 큼직한 도다리 낚아 도다리쑥국 끓일까.참도미 잡아 도미 대가리 양념구이 해먹을까.향남동 <통영맛집> 멍게비빔밥은 얼마나 향긋할까.

이런 생각하며 서울서 7시간 승용차 몰고 통영으로 갔다.삼덕항에서 욕지도행 카페리 타니,섬 여기저기 산벚꽃 활짝 피고,초록 바다에 하얀 갈매기 나른다.

찾아간 문교장님 댁은 마당에 차 한대 겨우 주차할 수 있다.가파른 절벽 위  비둘기집 같다.진입 도로는 대밭과 만리향 팔손이나무 노나무 짙푸른 아열대 상록림 속을 통과하였다.차 한대 겨우 지날 아슬아슬한 길가엔 하얀 산딸기꽃 만발하였다.대숲엔 비단같은 산벚꽃이 바람에 날리고,손바닥만한 노란 유채밭엔 복숭아나무가 한그루 빠알간 꽃 흐드러지게 피웠다.오동처럼 큰 무화과나무가 솟은 절벽 아래 물 속이 환히 비치는 푸른 파도가 밀려와 암벽을 때린다.밤 되자 초생달 외로운 바다에 별처럼 등불 밝힌 배 물결에 흔들리고,처얼썩 파도소리는 가슴 후벼판다.새벽의 내초도 외초도 두 섬 전경은 한 폭 산수화같이 곱다.

욕지도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은퇴하여 풍광 좋은 곳에 초막 엮어 여생을 보내는 문교장님은 동행한 정총장님 제자이며 내 家兄의 진주고 동기이다.생전 낚싯대란 것을 손에 잡아본 일 없는 세 숙녀와 두 남자 손에 낚시대 쥐어주고 새우와 청갯지렁이 미끼 알뜰이 달아준다.가두리 양식장 근처 수심은 한 20미터 쯤 되는 모양이다.우럭이나 도다리 잡아올리는 손맛은 어떨까.도시분들은 평생 잊지못할 체험일 터이다.낚시란 기다림의 미학이 아니던가.‘앞 포구에 안개 걷히고 뒷 산에 해가 비친다.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거의 빠지고 밀물이 밀려온다.찌그덕 찌그덕 어기여차 강촌 온갖 꽃이 먼 빛으로 보니 더욱 좋다.’어부사시사도 읊어보고,밀려오는 파도에 흔들리며 숨 가다듬고 명상도 해보았다.

‘안선배님은 도다리한테 끌려 들어가겠소.한손으로 뱃전을 단디 잡으시지요’

‘아니 갈매기가 채 가버릴라,갈매기가 옆에 날아오면 뱃전에 납작 엎디려서 조심하소.’가날픈 여시인 놀려가며 무료한 시간 죽이는데,고기도 촌사람은 안다.문교장님은 600그람 정도의 도다리를 올렸으나 우리에겐 어신도 없다.고기가 애초 왕초보하고는 상대 않는 모양이다.

‘고기잡이가 이렇게 힘드니 앞으로 생선 드실 때마다 어부들의 노고를 알고나 묵읍시다.’

총장님 훈시가 나오고.

‘왔는갑다!’

첫 마수거리는 사모님.

‘뭔가 땡기는 데?’

두번째는 우리집 안사람.

‘걸렸다!’

세번째는 나.

첫째는 미역취,둘째는 노래미,세째는 우럭이다.그러나 아까운 것은 복어처럼 가시가 날카로운 미역취는 너무 작아 바다로 돌려보냈고,우럭도 동문.

‘저 고기는 아직도 안죽고 와 저리 푸덕거리노?’

요렇게 남이 낚은 노래미에 시비 거신 분.그리고 옆사람이 ‘뭔가 또 당긴다.’고 기대 걸면,‘아닐 거예요.’급히 바람을 빼던 분.그래놓고 핸드폰 울리자,‘언니가 지금 욕지도서 도다리 큰 거 잡았다.소문 좀 내어도라.’ 좌중으로 하여금 폭소를 금치못하게 하신 그 숙녀분이 누구신가?모 대학총장님 사모님이다.낚시하러 오면 숙녀도 이렇게 되시나보다.지구를 낚아서 낚시줄만 잃은  안시인은 그렇다치고,그런 손맛 근처도 구경 못하신 가장 불쌍한 분은 총장님이다.

배 위에 초장과 회칼도 있었지만 선상 파티는 생략되고,집으로 돌아와 교장선생님은 회를 뜨고 부인들은 생선을 구웠다.그리고 섬 구경하며 사진 찍으며 섬에서 이틀 자고,7시간 상경길에 오른 것이 이번 욕지도 여행이다.모르는 사람은 이런 낚시여행은 실패작이라 할 것이다.그러나 맑은 공기와 풍경 속 오가며 웃느라고 뱃속의 바람 몽땅 쏟은 여행,그리고 7순 제자와 노스승 간에 오간 사제간의 따뜻한 대화만으로도 이런 여행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떠나올 때 욕지도서 가장 통통한 도다리가 자동차 트렁크 아이스박스에 가득 채워졌다.교장선생님이 노스승 방문 전 3일간 잡은 어획물을 몽땅 실어준 것이다.파도소리 들리는 고독한 섬,뚝뚝 붉은 꽃 지는 동백이 지금도 눈에 떠오른다.(09년4월)

 

 
 
 
정태수 09.04.05. 16:13
욕지섬 낚싯뱃전이 눈에 선합니다.시원찮은 옛스승을 초청하고 일일이 미끼를 끼워주던 칠순 제자의 그 정성이 고마울 따름입니다.한마리도 낚지는 못했지만 도다리쑥국은 먹었으니 고고하게 사는 제자 덕에 겨우 본전 찾았지요.거사님의 생생한 묘사,크게 돋보입니다.월계.
 
 
천성산 09.04.05. 17:34
좋은 여행 하셨네요. 통영에서 욕지도 못가서 연대도란 섬이 있는데 30년 전쯤 내가 통영에 근무할때 내게도 남기고 온 추억이 있습니다. 마음 맞는 분들끼리 낚시보다 더 좋은 추억을 한 아름씩 안고 오셨군요. 재미있게 보내고 무사히 귀경하신 남도 여행을 부러워 합니다
 
 
봉화 09.04.05. 19:32
일흔 넘은 제자가 팔순을 바라보는 스승을 못내 그리워하고 은혜를 잊지 못해하는 사제간의 사랑에 감동합니다 총장님의 높으신 덕을 다시한번 우러러봅니다 거사님의 박식함에 다시한번 놀라고 윗뜨와 유머 넉넉한 가슴에 갈채를 보냅니다 유려한 문장력도 뛰어나구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봉화
 
 
에베네셀 09.04.05. 20:02
봄바다에 낚시 드리우고 신선이 되셨군요. 바다에 다녀 오셨으니 이번에는 陸地로 한번 오시지요 23일부터 세계꽃 박람회가 열리는 이곳은 도다리는 없어도 나물밥은 많습니다.
 
 
김현거사 09.04.06. 03:07
에베네셑 선배님!대략 그때 장미도 피지요?해운대에서 약속한대로 장미 보러 가고 싶습니다.
 
 
허나시스 09.04.06. 20:16
멋집니다!!!!
 
 
아천 김상환 09.04.07. 15:41
즐거운 욕지도 여행소식을 멋지게 들려주셔서 여행을 한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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