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중

책들을 버리면서

김현거사 2012. 8. 23. 11:52

    책들을 버리면서

 

간혹 가다 서재에 쌓인 책들을 버린다. 버리는 순서는 나와 관계없는 책 부터다. 읽으라고 만든 책인데, 사람과 관계없는 책이야 있겠나마는, 관계가 먼 것부터 버린다. 글 쓴다고 어줍잖케 몇군데 가입해놓고 있어 오는 책이 심심찮게 방을 어질러 놓는다. 이런 걸 다 읽는 사람은 없다. 네임밸류로 봐서 알만한 글도 다 읽기 힘든다. 낮선 이름이 보낸 책은 몇장 넘기며 필자 냄새만 맡고 던져버린다. 한달에 여나믄 권은 쓰레기통으로 들고간다.

이런 차제에 기를 쓰고 책 내겠다고 해야 하는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생각들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요새는 인터넷으로 얼마던지 그 구슬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은가. 하기사 촛자 입장에서 책 한권 낸다는 것이 자랑일 수는 있다. 설사 그것이 모르는 사람 손에 들어가서 무참히 찬밥 되어, 쓰레기통으로 직행해도 그들이 그걸 알겠는가.

 내 서재에는 원고료 주지않는 잡지에 내 글이 실린 책이 몇권 꽂혀있다. 나는 보통 새벽 5시부터 일어나 하루 몇시간씩 부지런히 글을 쓴다. 전에는 10여년 기자라는 것도 했다. 그런데도 원고료 주겠다는 잡지는 하나도 없다. 자격도 않되겠지만, 설사 되어도 치사하게 그런델 찾아다닐 생각도 없다.  피 말리고 쓴 글 보내고, 돈 주고 그 책 사는 것이 현실이니, 시큰둥 하다. 그런 책 조차 서점에 전시되는 경우는 가물에 콩나물 아니던가. 독자도 없는 사이비 책들이다. 독자가 없는 책이 무슨 책인가. 어린이 일기장보다 못한 것이지.

 요즘 작가는 옛날 작가와 다르다. 수많은 아마추어들이 작가다. 그래 나는 나자신을 포함한. 그들을 프로의 둘러리지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에 글 한번 실으려고 비실거리는 행색들 보면, 글쓴 다고 나선 나 자신이 챙피해 얼굴 화끈해진다. 여생이 얼마나 남았다고 비실이 배삼용이가 되는가. 체통들 좀 살렸으면 싶다.

내 서재에는 정중앙에 근 50년 모셔진 책이 있다. 이태백이나 소동파의 책이다. 한 줄 한 줄이 순금보다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간혹 보내온 책 중에도 맘에 드는 책도 있다. 그런 책은 모래와 돌 속에 미량으로 섞여있는 사금과 같다. 오늘도 책을 13권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다. 그러면서 혹시 사금이 묻혀나가나 싶어 자세히 살펴는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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