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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문우회 서울 임시총회

김현거사 2012. 8. 22. 14:35

인사동은 조금 일찍 가도 상관 없다.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골목 안에는 넓직한 화강석 돌이 놓여있다.거기 걸터앉아 그냥 아무데나 눈길 던져도 좋다.한시가 적힌 부채,소나무 관솔로 만든 술병, 수석 위에 뿌리내린 풍난, 놋쇠 추를 밑에 단 붕어 풍경,도자기, 유화 산수화,나무에 글씨 새긴 현판, 골기와에 황토를 이겨서 만든 작고 낮은 돌담 등 구경할 것이 쏠쏠하다.집집의 간판도 멋스럽고, 사람도 구경할만 하다.이쪽저쪽 카메라 들이대는 털복숭이 외국인,청전 화백 산수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할아버지, 하얀 달항아리서 나온 선녀같은 할머니, 스님, 수녀님, 박노수의 그림같이 칼라풀한 패션 입은 아베크 젊은이, 아무튼 인사동 찾아온 사람들은 아무리 보아도 어딘가 분위기가 다르다. 어딘가 격조가 있는 것 같이도 보인다.

실컿 구경하고 이번에 처녀시집을 낸 어떤 분한테 선물하려고 스카프 하나 사들고,긴 골목길 돌아 풍류사랑에 도착하니, 거기가 무릉도원이다.남강문우회 소속 미인들만 서너명 앉아있다. 그냥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맥주를 마시고 있다. 때마침 남학생은 아무도 없다. 그 참 좋은 찬스다. 거사는 일착이라,섬섬옥수로 따라주는 잔 혼자 받았으니 참 기분 신통방통하게 좋았다.

좀 있다 첫 빳다로 소싯적 진주고 천재시인 허유시인 오신다.뒤이어 재경 진주 문인들이 도착하니, 수필문학 회장 강석호, 편집장 이자야, 일러무삼 구자운, 만년소녀 안병남, 소설가 강남구, 문협 고문 이유식, 턱수염 이영호 아동문학가, 꾀꼬리 이영혜, 손계숙 이인숙 정현주 천옥희 , 덧부쳐서 이번에 뉴페이스로 처음 나온 미인 소설가 이숙남, 김한석 시장님, 정태범 교수, 수필가 김형도 류상훈 이진표 한영탁, 미수를 바라보면서도 아직도 총각같은 박성순 시인, 의정부서 오신 박용수 시인,그리고 진주서 올라와 잠시 참석하고 이날 밥값 전부 쏘고간 정봉화 수필가.모임 거의 끝날 때 쯤 꽃다발 들고 찾아온 박준영 국악방송 사장, 좌우지간 방이 항그서 차서 옆방에도 회원들이 쭈욱 둘러앉았다. 

 임시총회 안건인 남강문학 4호 진주 출판기념회 소개는 간단히 끝나고, 2부 순서 구자운박사 사회로 시집출판기념회가 열렸다.김한석 시장, 정봉화 회장 축사가 있고, 이날 주인공 안병남 시인 답사, 꽃다발 증정 순서 끝나자, 정현주 손계숙 천옥희 시인이 안시인 시를 하나씩 낭독했다. 그 후에 웬 꾀고리 아가씨가 축가를 불러 김한석 노총각을 비롯한 좌중을 깜짝 놀래키게 하였다. 이날 수필가 이영혜씨는 수필보다 가수로서 기량을 맘껒 뽑내 앵콜곡까지 불렀다.

3부 회식 순서는 참석자 모두가 전문분야. 막걸리 따르자, 북어조림 다슬기 무침 나오고, 한잔 들어가자, 권커니 자커니 떠들거니 왁자지껄 이다. 이중에 출판 축하 금일봉 봉투들이 안시인에게 일시에 쏟아지니, 시집 출판비 반은 너끈히 건진거 같다.

올해 부인이 신사임당을 받은 정태범 교수는,그 진주 문인 전체가 축하할 일을 그리 서울 잔치로만 넘겼다고, 강남구 소설가한테 코멘트 좀 받았다. 진고 교사 출신 천재작곡가 이재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산홍아 너만 가고 나만 홀로 ...' '타향살이' 등 주옥같은 대중가요를 남긴 이재호의 후배, 쎅스폰의 이봉조 이야기도 나왔다. 작곡가 정민섭 이야기도 나오고,이런 대중가요 스타들 가요비는 왜 진주공원에 없느냐? 진주공원에 왜 진주 출신 시비는 보이지 않는가? 이래놓고 예향이라고 누가 불러주나? 왜 남인수 노래비는 저 멀리 진양호 옆에 세웟는가? 파성선생 시비는 왜 강 건너 망경동 대밭에 세웠는가? 사유는 많겠으나 잘됐다 못됐다 평론도 많았다.

의암 옆의 비각에 새겨진 시 이야기도 나왔다. 이 시는 요즘 월계선생님이 남강문우회에 가계사 기행으로 소개하신 명시다.

 

     義 巖                                    의 암

獨峭其巖 特立其女 (독초기암 특립기녀)     홀로 가파른 그 바위, 우뚝 서 있는 그 여인

女非斯巖 焉得死所 (여비사암 언득사소)     이 바위 아니면 그 여인, 어디서 죽을 곳을 얻으랴

巖非詐女 烏得義聲 (암비사녀 오득의성)     이 여인 아니면 그 바위, 어디서 의롭단 말 들으리

一江高巖 萬古芳貞 (일강고암 만고방정)     한 줄기 강의 높은 바위, 만고에 꽃다우리라.

 

 유등제 할 때 이런 뜻깊은 시를,촉석루 누각에 붙은 다른 시들과 함께, 등에다 밝히어 강물에 널리 띄워 놓으면 얼마나 고전적이고 좋을까?하는 이야기 등등 끝없이 이어졌다. 밖에 비는 촉촉히 오고, 막걸리는 계속 들어오고, 풍류사랑의 밤은 이렇게 한없이 깊어가, 오후 4시에 시작한 모임은 밤 10시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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