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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야기

김현거사 2012. 10. 14. 19:08

      

 그날 이야기

 

 그날은 혜림선배 자제분 혼사 날이다. 남강문우회 초대 회장이라 진주 문인이 많았다. 수필가 정혜옥님은 고모니까 당연 케이스고, 평론가 청다선생도 주례니까 당연했다. 그 밖에 부산서 올라온 성종화 양왕용, 서울의 허유 박용수 정태범 손상철 한영탁 작가님들 외에 봉화 에버네셭 물망초 여류들이 보였다. 

식 끝나고 일행 중 일부는 청와대 옆 <진 화랑>에 가서 그림을 구경했다. 한영탁 선배 따님 개인전이다. 그림은 사실도 아니고 추상도 아니었다. 추상화에다 천연 루비와 에메랄드, 조개껍질까지 첨가시킨 그림이었다. 칼라의 주조는 불루와 그린이다. 조개는 한영탁 수필가 고향 영덕 강구항에서 수집한 조개다. 늘씬한 키에 검은 옷 입은 화력 20년의 여류화가한테 잘 안내받고 나오면서 슬쩍 그림 값 물어보니, 작난이 아니다. 대충 5백에서 천만원 정도란다. 화랑이 작품을 한 달 간 전시하고 1년간 판권을 가진다니, 대접 받는 화가임이 분명하다.

 눈을 고급스럽게 호강 시키고, 다음 간 곳은 인사동 이다. 남녀 일곱 사람이 <泗川집> 골방에 오붓이 앉아 막걸리 네 병과 석쇠구이 불고기, 모듬전 시키니 조촐하고 좋다. 이 집은 이봉조 씨 누님 집이다. 이곳은 석쇠 불고기 맛이 진주 <천일 식당> 같아서 그랬는지, 한 때 이병주씨 아지트 였다고 한다. 막걸리에 발동이 걸리자, 좌중이 다 진주 사람이다. 우연히 진주 도동 출신 불도져 시장 김현옥씨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야기 하다보니 재미있다. 세 사람이 그 분과 작은 에피소드와 연결되어 있다. 청다 선생은 23살 젊은 평론가로 그 분과 같이 찦차 타고 어떤 민원을 해결해 준적 무용담이 있다. 여류 한 분은 그 분 동생 쪽 맞선 요청을 받은 적 있다. 나는 친구와 동거하던 그 분 여비서 생활비를 몇 달 대준 적 있다. 문화시장 표방하던 그 분 비서진 통해 천상병 시인을 촉탁으로 연결해준 분도 진주 최계락 시인이었다.

 진주 출신 유명 남녀 화가들 많잖은가. <남강문학> 다음 표지 그림으로 생각해보자. 이런저런 이야기는 끝 없이 이어졌고, 옛날 같았으면 젖가락 장단으로 노래 몇곡조 불렀을 것이다. 이날 여류 두 분은 일찍 일어났지만, 청다 봉화 일경 거사 일러무삼 다섯 사람은 막걸리 열 병 쯤 비워놓고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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