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월 3월은 15세 소녀같다고 할까.3월은 봄은 봄이로되 이른 봄이다.연못 중심은 꽁꽁 얼은 그대로나,가장자리는 얼음 녹은 물에 파란 붕어마름이 보인다.날씨는 아직 겨울,바람은 쌀쌀하다.문득 매화나무 옆에 가보니,사람보다 봄을 더 기다린 자가 매화라 싶다.가지마다 봉긋봉긋한 몽오리,봄을 향한 매화의 마음이다.손으로 가지를 당기면 청순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눈 덮힌 언 땅 헤치고 젖은 낙엽 사이로 나온 수선화 푸른 잎과 목단의 손톱만한 붉은 싹이 그리 반가울 수 없다.황량한 겨울을 뚫고나온 청순한 힘 느껴진다.매화의 옥같은 꽃망울,수선화 푸른 새 촉 보면 봄은 온 것이다. 진눈개비조차 반갑다.차가운 비는 마른 땅 적시고,봄비 맞은 나무는 푸른 빛이다.음력 정월에 내린 春雨水를 부부가 마시고 합방하면 임신하고,청명 곡우 빗물은 맛이 달아,이 물로 술 빚으면 술맛이 대단히 좋다고 한다.봄비가 천지에 이로움을 알 수 있다. 익숙한 농부는 冬至에 땅 속 뿌리가 움직임을 안다고 한다.그러나 나무가 사람보다 먼저 봄을 안다.그 나무 손 잡고 만세라도 부르고 싶다.겨울 간 것이 기쁘고 봄 온 것이 반갑다.눈 덮힌 높은 산에 노란 복수초 피고,보라빛 얼레지꽃 핀다.새들은 맑게 우니,곧 물총새 휘파람새가 날아올 것이다. ‘봄의 날’을 정하여 기념하는 나라가 많다고 한다.알바니아는 3월14일,에스토니아는 5월1일,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대개 부활절이 있는 주의 금요일(Good Friday),아르헨티나는 9월21일이 ‘봄의 날’이라고 한다.일본은 3월14일을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로 정해 초콜렛 파는 식으로 장사속 밝히지만,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경칩 때 초클렛 대신 은행알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경칩 쯤에 봄비 내린다.내린 봄비는 노란 산수유와 목련 봉오릴 훔뻑 젖신다.봄비 젖는 꽃봉오리 보는 일만치 기쁜 일 없다.봄비의 녹크에 꽃봉오리 터지면 그 속에서 천상의 고운 빛과 향기가 나온다. 며칠 후 도착할 진달래와 개나리가 봄의 선봉이라면,산수유와 목련은 선봉이 보낸 아군의 척후일 것이다.척후병에 쫒겨 동장군은 슬며시 어딘가로 꽁지를 뺐다.주변을 삭막하게 만들던 겨울 풀들은 봄비에 젖어 힘없이 땅에 눕고,둑에는 민들레와 물망초 푸른 싹 내밀었다. 삼월은 희망이다.雨水 驚蟄 春分 절기 모두 축복이다.진달래 붉고,개나리와 생강꽃 노란 봄이 지척이다.곧 목련과 벚꽃이 풍요한 봄을 수놓을 것이다.하느님은 여성일까.수많은 꽃과 나무로 천지에 刺繡하신다.3월은 약속이다.벌 나비 없이 시작된 3월은 봄을 내포하고 琪花瑤草 만개를 예고한다.빠르고 경쾌한 시냇물의 알레그로가 예상된다. 3월이면 나는 남 먼저 가슴 설레인다.빈 화폭 놓고 그림 구상하는 화가처럼 닥아올 봄 구상한다.하얀 옥잠화,보라빛 붓꽃,연분홍 앵두꽃,진홍색 목단과 장미의 화려한 칼라를 질퍽하게 마음 속에다 칠해본다.(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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