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눈이 내리면

김현거사 2011. 1. 19. 11:41

隨筆

김현거사 | 등급변경 | 조회 45 |추천 0 |2009.02.23. 19:04 http://cafe.daum.net/namgangmunoo/5gNC/158 

눈이 내리면

                                

                                                                                                                        김창현


눈이 내리면 도시는 궁전이 된다.소녀는 더욱 우아해지고,가로등은 더욱 운치있다.종소리는 더욱 맑고,성당의 불빛은 더욱 성스럽다.나무는 雪花가 되고,차는 은마차가 된다.빌딍은 하얀 외투 걸치고 어딘가로 나서고,네온은 이국처럼 신비롭다.아이들은 눈사람을 뭉치고,연인은 서로에게 전화를 건다.눈은 커피를 더욱 향기롭게 하고,약속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사람들 얼굴에 엷은 미소 띄게하고,타인에게 부드러운 시선 보내게 한다.눈은 가난한 家長이 호주머니를 뒤져 군밤을 사게 하고,자선남비에 지폐를 던지게 한다.


눈이 내리면 시골은 설국이 된다.호수는 더욱 깔끔하고,산은 더욱 신비롭다.떠나는 기차는 더욱 아름답고,기적소리는 더욱 맑다.산촌의 아침은 더욱 고요하고,광야의 등불은 더욱 아련하다.산사의 풍경소리는 더욱 은은하고,눈 쌓인 탑은 더욱 운치있다.솔은 더욱 청량하고,대는 더욱 싱싱하다.폭포는 더욱 푸르고,암봉은 더욱 기괴하다.눈은 한낮을 더욱 고요하게 하고 한밤을 더욱 적막하게 한다.눈은 바다를 더욱 외롭게 하고,섬을 더욱 그립게 한다.


눈이 내리면 편지를 쓰고싶다.먼 남쪽 목로주점에 홀로 가고 싶다.애수 어린 영화를 보러가거나,서재에서 묵향을 즐기고 싶다.교회의 캐롤이 그립고,법당의 목탁소리가 그립다.호숫가 찻집에서 음악을 듣고싶고,古家에서 거문고 소릴 듣고싶다.눈이 내리면 雪中梅처럼 향기롭고 싶다.눈 내리는 산이 되고 싶고,호수가 되고 싶다.눈 내리는 산촌 오솔길이 되고 싶고,강촌 섶다리가 되고싶다.눈 내리는 나목이 되고 싶고,나목에 앉은 한 마리 새가 되고싶다.아!눈이 내리는 밤은 기적소리 되어 먼 광야를 헤매고 싶고,종소리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싶다.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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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09.02.23. 20:27
지난주 토요일 제주 성판악에서 관음사로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넘었습니다. 전날 제주의 짖궂은 비바람이 한라산에 엄청난 눈을 선물하여서 싫건 밟았답니다. 이 글 읽으며 새삼 아름다운 설경이 눈에 선 합니다.
 
 
봉화 09.02.23. 22:27
눈이 내리면 편지를 쓰고싶다 아 그렇군요 편지를 써야겠군요 깨알같은 사연이 가득담긴 편지를 편지를 .....봉화
 
 
아천 김상환 09.02.24. 10:23
눈오는날 아름다움이 깊게 스며들게 합니다 김 상 환
 
 
정태수 09.02.24. 18:51
눈이 내리면 여러 생각이 솟는 것은 알지만, 이 글 처럼 골백가지 가슴이 꿈틀거리는 건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이 동력을 원료로 제품 공장 가동 하심이 어떻습니까?
 
 
에베네셀 09.02.24. 20:33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을 읽으며 놀라고 있습니다. 그 우람한 거목에서 이토록 어여쁜 노래가 숨어 있다니...여리고 섬세한 젊은이여 깊은 꿈에서 깨어나지 마소서
 
 
깨소금 09.02.25. 23:13
눈이 내리면 나는 하이얀 눈길을 밟으면서 나무가지에 매달려있는 눈송이가 햇볕에 녹을까봐 걱정하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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