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매화가 피면

김현거사 2011. 1. 19. 11:37

매화가 피면

조회 48 |추천 0 |2009.03.15. 08:19 http://cafe.daum.net/namgangmunoo/5gNC/170 

 

매화가 피면

                                                                                                                     김창현


 

봄이면 매화 피는 섬진강에 가고싶다.매화 피는 강변에서 홀로 살았던 여인 만나고 싶다.매화처럼 고운 눈빛,매화처럼 향기로운 미소 보고싶다.매화꽃 따는 옥처럼 흰 손과 훈풍에 나부끼는 머릿결 보고싶다.매화꽃 따서 매화차 마시는 여인,백자 잔처럼 그윽한 모습 만나고 싶다.매실 익는 수백개 된장 항아리,청대숲과 은모래밭에 휘날리는 매화 꽃비 구경하고 싶다.매화를 가장 사랑한 비단같은 여인을,두향이 그리던 퇴계선생처럼 찾아가고 싶다.


매화 피는 철이면 지리산에 가고싶다.화개사 골짝에 사는 시인과 달래와 냉이 무침 안주로 막걸리 나누고 싶다.그 집 마당가 집채만한 커다란 바위 옆 춘란의 난향에 취해보고 싶다.밤에는 그가 등불 아래 홀로 시를 쓰거나,금강경 읽을 것이다.폭포 아래 푸른 쏘에 떨어지는 물소리 고요할 것이다.그와 계곡 옆 넓은 반석 위에 앉아서,매화꽃을 보고,시를 논하고,물에 비친 달을 보고,피리소릴 듣고 싶다.바람에 실리는 솔바람 소릴 듣고 싶다.


매화 피는 철이면 선암사에 가고싶다.昇仙橋 虹蚋 아래 降仙樓 날렵한 모습을 보고싶다.상사화 새 촉 돋는 三印塘 연못가 돌아서,전각 옆 청매화 애련한 향기에 홀로 취해보고 싶다.이끼 낀 古梅가 허공에 그려놓은 섬세한 가지 끝 氷姿玉骨을 비구니같이 푸른 눈으로 바라보고 싶다.매화에 눈 씻고,風磬에 귀 씻고,밝은 달 아래 미소짓는 부처상 되고싶다.화선지같이 빈 마음에다 묵매화 그리고 싶고,象嵌청자 매화紋 화병 되어 천년 매화 향 간직하고 싶다.(09년 3월)

 

 
 
아천 김상환 09.03.15. 16:45
매화가 피면 섬진강,지리산,선암사의 아름다운것을 빠짐없이 모두 가득품고 있는 넉넉한 마음이 부러워요. 김상환
 
 
정태수 09.03.15. 18:15
환상처럼 고운 가슴으로 선경을 순례하듯이 매화황홀경을 그린 간결한 글,특히 강변에 호로 사는 그 여인을 그리는 간절한 절규에 이르러서는 애간장의 절정이 찌르릉 전해옵니다그려.월계.
 
 
천성산 09.03.15. 20:27
메화에 여인이 있고 달이 있고 시가 있지요. 거기에 거사가 화개사 골짝 찾아 은거한 시인과 나누는 시의 이야기의 청아함이 바로 한편의 동양화 입니다.
 
 
에베네셀 09.03.15. 21:15
달빛초당이 그리운 모양이네요.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한잎 조각배....읽으며 굼불지핀 그집이 내집처럼 그리웠어요.
 
 
물망초 09.03.15. 23:03
매화꽃 필때 강변에 홀로 사는 여인 찾아 떠나십시요.거사님이사 왜 못가시나요? 저는 가고싶고 보고싶고 하고싶은 것도 많지만 내 뜻대로 못하는 삶이랍니다. 거사님이 매화에 취하고, 난향에 취하고, 물에 비친 달보고 바람에 실리는 솔바람소리 듣고 싶으면 훌쩍 떠나보셔요.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남학생들 부럽습니다.
 
 
봉화 09.03.16. 12:00
시인과 달래와 냉이 무침 안주로 막걸리 한잔 나누고싶다 " 물에 비친 달을 보고 피리소리도 들을수 있다면 오 그곳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니겠습니까 거사님의 발걸음을 뒤따르면 청정푸른숲의 솔향기 맡으며 거문고 키는 선녀가 되겠지요 글이 참 좋습니다 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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