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피면
매화가 피면 김창현
봄이면 매화 피는 섬진강에 가고싶다.매화 피는 강변에서 홀로 살았던 여인 만나고 싶다.매화처럼 고운 눈빛,매화처럼 향기로운 미소 보고싶다.매화꽃 따는 옥처럼 흰 손과 훈풍에 나부끼는 머릿결 보고싶다.매화꽃 따서 매화차 마시는 여인,백자 잔처럼 그윽한 모습 만나고 싶다.매실 익는 수백개 된장 항아리,청대숲과 은모래밭에 휘날리는 매화 꽃비 구경하고 싶다.매화를 가장 사랑한 비단같은 여인을,두향이 그리던 퇴계선생처럼 찾아가고 싶다. 매화 피는 철이면 지리산에 가고싶다.화개사 골짝에 사는 시인과 달래와 냉이 무침 안주로 막걸리 나누고 싶다.그 집 마당가 집채만한 커다란 바위 옆 춘란의 난향에 취해보고 싶다.밤에는 그가 등불 아래 홀로 시를 쓰거나,금강경 읽을 것이다.폭포 아래 푸른 쏘에 떨어지는 물소리 고요할 것이다.그와 계곡 옆 넓은 반석 위에 앉아서,매화꽃을 보고,시를 논하고,물에 비친 달을 보고,피리소릴 듣고 싶다.바람에 실리는 솔바람 소릴 듣고 싶다. 매화 피는 철이면 선암사에 가고싶다.昇仙橋 虹蚋 아래 降仙樓 날렵한 모습을 보고싶다.상사화 새 촉 돋는 三印塘 연못가 돌아서,전각 옆 청매화 애련한 향기에 홀로 취해보고 싶다.이끼 낀 古梅가 허공에 그려놓은 섬세한 가지 끝 氷姿玉骨을 비구니같이 푸른 눈으로 바라보고 싶다.매화에 눈 씻고,風磬에 귀 씻고,밝은 달 아래 미소짓는 부처상 되고싶다.화선지같이 빈 마음에다 묵매화 그리고 싶고,象嵌청자 매화紋 화병 되어 천년 매화 향 간직하고 싶다.(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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