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한 해를 넘기며

김현거사 2011. 1. 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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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넘기며|隨筆
김현거사 | 등급변경 | 조회 61 |추천 0 |2009.12.06. 10:54 http://cafe.daum.net/namgangmunoo/5gNC/254 

한 해가 저무는 세모다.올해 스쳐간 아름다운 연들을 되돌아 보았다.

 

지리산 문덕산 초부 자칭하는 시인이 '심심산골에서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청정한 이슬을 머금고 절로 자란 산복숭아주를 보낸다'며 택배로 선도복숭아주 두 병을 보내왔었다.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을 보면,야생 돌복숭아꽃은 얼굴빛과 살결을 곱게 하고,桃仁이라 부르는 씨는 어혈과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막힌 것을 치료하고 몸 안에 있는 벌레를 죽인다.봄철에 복숭아 나무에 상처를 내면 끈적끈적한 진이 흘러나온다. 이것을 긁어 모아서 말리면 탄력 있는 공처럼 되었다가 딱딱하게 굳는다. 이 진액 덩어리는 심장과 폐, 간, 신장, 위장을 고루 튼튼하게 하고,오래 먹으면 배고프지 않고,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게 하며 무병 장수하게 하는 선약 중의 선약이다.' 
'복숭아의 효력은 개량 복숭아는 효력이 없으며.반드시 깊은 산속에서 저절로 자란 야생 돌복숭아를 써야 효과가 제대로 난다'고 한다.

이 귀한 돌복숭아 술을 나는 고이 간직하고 있다.년말 망년회 때 한 병은 남강문우회,한 병은 진고 동기 모임에 들고 갈 예정이다.알만한 사람은 양주보다 선도주가 더 운치있음을 알 것이다.

 

가을에 설악산 아래 사는 후배가 배와 붉은 고구마와 땅콩 한 상자를 택배로 보내주었다.그는 속초 동우대학 교수인데 한시와 서화를 즐기는 사람이다.땅을 빌려 배농사 고구마농사 땅콩농사 한 모양인데,그의 농심 담긴 배는 그렇게 시원하고,붉은 고구마는 그렇게 달콤했다.설악의 단풍은 대청봉과 오색의 물드는 시점이 일주일 차이므로 날자를 정확히 짚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데,나는 장교수 덕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계령의 비단 단풍을 제 때 보았고,대청봉 천불동 답사하고 그 천하절경을 수필로 쓴 적 있다.올해는 설악산과 지리산 두 신선 덕에 집에서 지리 설악 두 영산 정기 감히 맛보았다.

 

년초엔 직장 후배 한테서 청매 화분 선물을 받았었다.당시 꽃은 한송이만 홀로 피고,가지엔 또다른 여나믄개 꽃몽오리가 맺혀있었다.맑고 달콤한 향기가 정말 청아했다. 정도전은 매화를 이리 읊었다.<옥을 쪼아 만든 듯 깨끗한 모습과 얼음처럼 찬 기운이 눈 속에서 핌은,선비가 누속에 물들지 않고  청정한 자세로 살아가는 모습과 같다>고.하필 그가 내게 청매를 보낸 뜻이 무엇일까. 나는 그에게 통도사서 가져온 반야심경 쓰여진 무명베 한 조각을 보냈었다.그걸 비자나무 차탁에 덮고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마음으로 차 마시라는 뜻이었다.

 

세상 살다보면 섭섭한 일 괴로운 일 많다.그래서 사바가 고해라 하지 않던가?물도 淸流 濁流가 있다.시궁창 냄새 풍기는 물도 있고,심산유곡의 약초향같이 그윽한 향미의 물도 있다.사람도 부처님같은 사람과 마구니 같은 사람 있다.만나면 까시레기같이 걸리는 말만 던지는 사람도 있고,장작불 짚힌 구들목처럼 따끈따끈하여 그 위에 온 몸 지지고싶은 다정한 사람도 있다.중생이 모두 부처는 아닌 법이다.산은 구름을 탓하지않고,물은 굴곡을 탓하지않는다고 한다.올해도 이렇게 저문다.비록 세상이 매연과 스모그 가득한 곳이라해도 덜 외롭다.지리산 설악산 흐르는 물처럼 맑고,밤새 티끌 가라앉은 정화수처럼 맑은 마음 가진 분이 내 옆 어딘가에 있지 않은가.생각하면 너무나 과분하고 감사한 일이다.그래서 다만 내 스스로의 미욱한 처신을 탓하고 깊이 반성해보았다.(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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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09.12.06. 11:15
세모를 맞이하며 반추하는 참 따뜻하고 좋은 글입니다. 읽으면서 절로 "나는?" 하고 돌아보게 되네요. 새 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월계.
 
 
허나시스 09.12.06. 12:04
거사님곁에 이렇게 좋은분들이 있는걸보고 평소 거사님의 인품과 따뜻한 마음이 스며드는군요~당신의 웃음 뛴 모습 보고싶어요!그리고 산복숭아주는 입춘 모임에서 나도 한방울 마셔봅시다 ㅎㅎㅎ
 
 
이영성 09.12.06. 12:22
동재! 돌아보아 그렇게 멋있는 선물을 주는 지인이 있어 훈훈한 한해를 보냈다는것은 자네의 마음자리가 바르기 때문이었겠지.산은 구름을 탓하지 않고 물은 굴곡을 탓하지 않는다는 귀절이 나를 다시 돌아보게하네. 좋은 글을 읽는다는것 은 기쁜일이자 고마운 일이구나.
 
 
아송 09.12.06. 19:17
참 잊을 수 없는 한 해인 듯 싶습니다. 부럽군요. 나는 이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나 돌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어제 꼭 가서 기념 촬영을 해 주려했는데 전날 광고 부착으로 몸이 많이 아파 못 가게 되어 무척 미안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봉화 09.12.06. 22:13
저에게는 아픔이 많은 한해였습니다 거사님같은 좋은분이 있어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문우들의 사랑 분에 넘쳤습니다 고맙습니다 봉화
 
 
정목일 09.12.06. 23:22
주변에 사람이 많음은 덕과 인격의 향기일쎄! 한 해가 지남을 생각하게 한다.
 
 
천성산 09.12.07. 09:30
기축년 한해를 보내면서 쓰신 글을 읽으면서 후덕한 김현거사의 인품을 절절이 느꼈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실 또 한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양동근 09.12.08. 13:57
한 해가 저물어가고 지난 날을 뒤돌아보니 어찌 감회롭지 않을까.....건강하시길 바란다.
 
 
일석 09.12.09. 00:21
참으로 보람있는 한 해를 보내셨군요. 단 한 사람의 옳은 친구를 갖는 것도 행복이라 했는데, 주위에 그토록 많은 분이 울을 치고 있으니 넘어 질 곳이 없군요. (김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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