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
마이클 두독 드 비트(Michael Dudok de Wit) 감독의 세 번째 독립단편 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딸 Father and Daughter>이다. <아버지와 딸>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한 편의 영상시이다. 이 작품에는 한 마디의 대사도 나오지 않으며, 그 흔한 얼굴 클로즈 업도 없다. 다만 갈색 모노톤으로 그려진 간결하고 아름다운 배경과 음악 '다뉴브강의 잔물결'의 선율 속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낸 한 소녀의 성장을 롱 쇼트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어린 소녀는 아버지가 배를 타고 떠난 자리인 강가 언덕을 매일 매일 혼자 자전거를 타고, 찾아와 한동안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것을 반복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흩날리고,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서 어린 소녀는 어느덧 숙녀가 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떠난 자리를 찾아오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점차 나이가 들어 어머니가 된 소녀는 가족과 함께 언덕을 찾아오고, 결국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강가 언덕을 찾아오는 것은 계속된다.
세월이 흘러 수풀밭으로 변한 강 속으로 내려가는 할머니... 그 수풀밭 사이에서 할머니가 된 소녀는 오래 전 아버지가 타고 갔을 작은 배를 발견하고는 그 안에 조용히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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