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시 김창현
서리 맞은 홍시는 봄비와 여름 폭염을 겪은 후라서인지
부드러운 果肉과 농염한 빛깔이 꽃보다 탐스러웠다.
공중에서 낙하한 낙엽은 바람에 날리어
잔디 위로 떨어지면서
이별의 美學을 연출하고 있었다.
강릉에 와서 젊은 날 절망을 세탁한
한 여교수를 만났다.
그의 시선은 철 지난 해변의 여인처럼
먼 바다를 보고 있었지만,
인고의 세월이 흔적을 남긴
은백의 머리결이 아름다웠다.
태백산맥이 파랗게 보이는
골프장 그늘집에서
그와 녹차를 마신 적 있다.
인코스 십 육번 홀 티샷에서
아이언 7번을 멋지게 날리던 그.
그는 낙엽 없이 홍시만 단
아름다운 감나무처럼
계절 끝에 혼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