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

韓國美에 대한 雜考

김현거사 2018. 4. 19. 17:46

 

 

한국미(韓國美)에 대한 잡고(雜考)

 

 만월 아래 박꽃이 핀 걸 본 적 있다. 그것은 나에게 '메밀꽃 필 무렵'이란 영화에 나온 소복 차림의 김**양을 생각케 한다. 박꽃은 비단결 같은 이화와 달라 흰빛인데도 파리한 어둠이 깔려, 살펴보면 볼수록 더 신비한 느낌을 준다. 그 질감은 우리의 자기(瓷器), 특히 이조자기와 닮았다. 창백치 않으면서 깊고, 난초처럼 깔끔하고 청초치 않으면서 은은하다. 어딘가 우리 한민족과 닮았다. 담담한 바탕이 동적이고 감각적인 서구적인 것도 아니고, 중국과 일본적인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온 소복 차림의 한 여배우의 이미지를 박꽃과 연결시키고, 그 속에서 한국 사람의 가장 순수한 감정과 가까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니스커트가 퍽 재치있고 참신한 맛을 풍기는 점에서 그것을 사랑한다. 서구 여인들의 금발과 초록색 눈동자를 좋아하고 부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새도우를 하거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우리네 한국 여인의 모습은 그냥 '안톤 슈냑'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수필을 생각케 한다. '울음 우는 아이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는  그 대목 뒤에 '아이새도우 하거나 미니스커트 입은 우리네 한국 여인의 모습은 대채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는 구절을 꼭 넣고 싶다.

 나는 아름답고 싶은 내 주변의 여인들이 자기 개성을 찾지 못하고 모방하는데 급급한 원숭이의 후예임을 타인에게 그렇게 대담하게 노출하는데 다만 놀랄 뿐이다. 도대채가 불란서 여인에 맞도록 디자인된 의상을 입은 껌둥이 여인의 언밸란스를 영화나 패션쇼에서 본 적도 없는가. 검둥이와 흰둥이 노랭이의 체질적 차이점도 모르고 멋을 혼동하는 무식을 서글프고 비굴하게 볼 뿐이다.

 '고독'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거기는 현실에 환멸과 절망을 느낀 한 여류화가의 해변 생활이 그려져 있다. 나는 거기서 리즈태일러의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가슴의 두 융기와 선정적인 까만 머리칼과 늘씬한 두 다리에 참으로 반했었다. 거기서 그녀는 화가로써의 고독과 사회 관습에 대한 어두운 회의를 보여주는데, 나는 그 점에서 육체적 매력을 넘어 인간적 존경심을 느끼고 매료된 적 있다. 그래 나는 참으로 이 세상에는 그녀보다 더 매력있는 여인은 없다는 생각을 한동안 한 적 있다.

 그런데 '메밀꽃 필 무렵' 영화 이후 또하나 나를 감동시킨 한국적인 멋이 있었다. 이번엔 남성이다. 언젠가 덕수궁에 갔다가 선이 시원하고 품이 넉넉한 도포자락을 걸치고 하얀 은백의 수염을 기품있게 늘어뜨린 고고한 우리 선비의 영정(影幀)을 본 것이다.  그 모습은 나에게 그동안 컴프렉스 주던 제임스 본드나 리 마빈의 양복 맵시를 다시 생각케 해주었다. 나는 잔망스럽게 몸에 꽉 끼는 옷을 입은 서양 사람과 넉넉한 여유를 보여주는 내 조상의 한복 차림을 비교 해보았다. 그 바람에 먹으로 난초와 대나무 같은 사군자를 치는 멋과 비 오는 날 오동나무 밑에서 듣는 가야금의 음색, 연잎에 고인 이슬을 모아 차를 다리던 운치, 동양 여인의 식물성 체취와 그들의 깊은 예절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그레타 갈보나 캐서린 햅번 마리린 몬로를  우리나라의 성춘향이나 황진이와 비교해보았다. 그 예쁘고 섹스어필한 리즈와 송도 미인 황진이는 어떤가. 요염하기로는 끝이 꼬부라진 가늘고 긴 눈섶을 가진 리즈가 승(乘)할지 몰라도, 시냇물에 잠긴 차돌같은 청초한 모습으로 시서(詩書)는 물론 가무음곡(歌舞音曲)까지 두루 통한 황진이와 비교하니, 능하고 와 의 화장과 연인 사람임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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