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

뻐꾹새를 만난 김에

김현거사 2017. 5. 31. 05:36

  뻐꾹새를 만난 김에

 

 '뻐꾸기가 울 때는 전신의 힘을 모아 웁디다. 울 때마다 꽁지를 바짝 세우고 몸을 뒤로 팍 제치고는  전신의 힘을 모아 웁디다. 생긴 모양은 청아한 울음소리와는 전연 딴판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한 여인처럼 뚱뚱하게 못생겼던데요.'

 텃밭 옆 늙은 감나무에 뻐꾸기가 날아와서 뻐꾹뻐꾹 한참 우는 바람에 아내가 모처럼 뻐꾸기를 본 모양이다. 하기사 내가 그 밑에 앉아있던 뽕나무에도 굴뚝새처럼 예쁜 작은 새들이 오디를 따먹곤 한다. 새는 농사 짓는 우리 부부를 무서워 하질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서 어두울 땐 컴퓨터 자판 두들겨 수필 쓰다가 밝으면 텃밭에 나간다. 뻐꾹새를 본 후 몸가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

 뻐꾹새는 울음이 청아하고 애달프다. 그래 곽공조니 촉혼새니 하고 높게 부른다.

 그러나 그 행실은 아름답지 못하다. 개개비나 휘파람새 둥지에 알을 낳고, 부화하면 덩치가 큰 뻐꾸기 새끼가 덩치 작은 개개비나 휘파람새 새끼를 둥지서 밀쳐내고 어미의 먹이를 독차지 한다. 태생적으로 도둑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간혹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작가들은 자기 생각이나 사상을 바르게 아름답게 표현하는 버릇들이 있다. 그러나 실제 행실은 어디 그런가? 대부분 뻐꾸기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독교에 원죄 사상이 있지만, 태생적으로 도둑으로 태어난 것이 인간인 모양이다.

 술 잘 먹고 간혹 실수하는 이 몸이 뻐꾹새난김에 반성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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