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

백수(百壽)시대 서곡

김현거사 2018. 2. 26. 12:00

  백수(百壽)시대 서곡

 

  이번에 분당 s대 병원에서 위와 장 내시경 포함한 종합검진 받았더니 별 이상 없다. 75년이라면 쇠로 만든 자동차도 녹 쓸고 고장나는 시간인데 고맙다. 회사 근무하던 25년 전에도 종합검진에서 올 엑셀런트 판정 받아 부러움 받은 적 있다. 문득 이 몸이면 맑은 물 맑은 공기 있는 지리산 가서 살면 백수(百壽)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팽조란 분은 계지(桂芝)를 먹고  요순시대부터 주(周)나라 초기까지 8백여년을 살았다. 광해군 때 이방보(李芳普)란 분은 지리산에 정심재(貞心齋)란 재실을 짓고, 조석으로 푸른 기장밥, 생강 김치, 산국화와 구기자로 만든 기국채(杞菊菜), 송화주(松花酒), 꿀을 먹고 오래 살았다. 자식들 이미 출가시킨 마당에 무엇에 연연하여 도시에서 사는가.

 국민연금연구위란 데서 발표한 걸 보면, 우리나라 노인의 소비 지출은 40% 이상 줄었다고 한다. 보통 가정이 100 이라면 노인은 60 쓴다. 수령하는 연금액 미미하고, 자식들 교육과 결혼에 지나치게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보면 돈 없는 노인 벼라별 처량한 이야기가 많다. 자식들 부담시키지 말자. 도시의 병원은 아무리 좋아도 살아있는 물과 피튼치드 가득한 공기는 제공할 수 없다. 청정 자연만이 제공할 수 있으니, 입산이 백수(百壽)의 첫걸음이다. 

 

 산속에 실버타운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도심에 있다. 혼자 혹은 가까운 친구와 갈 곳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뽕나무부터 심어보자. 뽕나무는 잎 줄기 열매 뿌리 모두 약이다. 봄철 연한 잎은 쌈으로 먹는다. 첫 단풍 든 노란 잎은 차로 좋다. 뿌리는 상백피요, 열매는 오디다. 그게 당뇨약이다. 뽕잎 먹고 자란 누에 역시 당뇨약이다. 누에 가루는 전분이 당으로 변하는 걸 막고 혈당 조절해준다. 닭도 키워보자. 토종닭도 좋고 오골계도 좋다. 대밭에 방목한 닭은 지네와 지렁이 잡아먹고 유정난 낳는다. 양도 키워보자. 아침에 양유 한 컵씩 마실 수 있다. 진도개 삽삽개도 키워보자. 개는 산짐승을 막아줄 뿐더러 친구도 된다. 땅 넓은 곳에 가서 무엇을 못하나. 연못도 만들자. 중국은 농가에 대개 못이 있다. 거기서 잉어 메기 키워 동물성 담백질 공급 받는다. 못에 붕어 메기 민물새우와 게와 우렁도 키워보자. 민물새우 민물게는 귀한 식품이다. 연을 심어 연꽃도 보고 연잎차도 즐겨보자.

 

 운동은 공기 나쁜 실내 체육관에서 런닝머신 탄다고 되는게 아니다. 폐를 생각하자. 하루 두어 시간 약초 캐러 산 쏘다니면 그게 운동이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산당귀 산작약 캐러 이 골짝 저 골짝 헤매고, 음이온 가득한 계곡에서 버섯 머루 다래 따러 바위 건너다녀야 그게 운동이다. 천만윈 이상 홋가하는 산삼 사먹는 사람보다 그걸 캐는 심마니가 더 건강하다. 매일 산을 쏘다니며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불고기는 좋은 음식 아니다. 고혈압 고지혈증의 원흉이다. 채근(菜根)의 맛을 알아야 한다. 지리산은 토질이 좋다. 그 땅에서 자란 기장, 생강 김치, 산국화와 구기자로 만든 기국채(杞菊菜) 먹어보자. 돌미나리 오가피 당귀 새순 비빔밥 먹어보자. 꿀도 지리산 꿀은 특별한 꿀이다. 벌이 지리산에서 피는 꽃만 찾아다니며 모아온 꿀이다. 물은 산삼 썩은 물이 좋은 물이다. 물 값 받지않는 그 물 마시고 그 물에 냉수마찰 하자. 간혹 진달래나 산작약 피면 꽃을 따서 화전을 지져먹어도 좋다. 산작약은 향기가 좋아 송화주(松花酒) 한 잔 곁들이면 더 바랄게 없다. 

 산에서 아름다운 건 안개와 구름이다. 도(道)를 통하지 못해도 좋다. 간혹 절을 찾아가 스님 만나보자. 가며 오며 얇은 사 하이얀 고깔 고이 접어 나비 만드는 구름과 안개 살펴보자. 밤 하늘 달은 정다운 친구다. 북두칠성도 마찬가지다. 근처에 작은 노대(臺)를 만들거나 아니면 거기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라스가 있어야 한다. 달과 별 친구하며 이슬 내린 시간까지 밤바람 쐬일 줄 알아야 한다. 밤에 우는 두견새 소리는 외로운 영혼의 소나타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보다 슬프고 감미롭다. 지리산 집채만한 바위 밑을 쾅쾅 소리내며 흘러가는 물소리 장관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보다 장엄하다. 설화(雪花)가 아름다운 설원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는 슈벨트의 '겨울나그네' 보다 청량하다. 자연의 소리 항상 귀를 열고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봄이면 양지쪽 언덕을 찾아 쑥과 냉이 캐고, 가을이면 약초와 산과일 향연 즐겨보자. 집 근처에 과일나무 심어보자. 농촌생활의 백과전서로 홍만선의 '산림경제'란 책이 있다. 거기에 땅 고르는 법, 농사 짓는 법, 나무 심는 법, 꽃 키우는 법, 잉어 기르는 법이 나온다. 우선 감나무 뽕나무 대추나무부터 심고 그 다음에 복숭아 오가피 꾸지뽕 가죽나무 같은 걸 심으면 된다.  빨갛게 익은 복숭아는 여름의 정취요, 주렁주렁 매달린 홍시는 가을의 정취다. 나무에서 서리 맞은 지리산 홍시는 제호탕 부럽지 않다. 감식초 오가피차 뽕잎차 가죽자반 모두 산 속의 귀물이 된다. 밭엔 생강과 구기자 심어보자. 와송도 키워보고, 부처손도 키워보자. 넓은 땅에 무엇인들 못심겠는가. 수박과 오이 참외 맘대로도 심어보자. 뿌리와 열매는 술로 담고 잎은 차로 만드니, 매실주 머루주 국화주는 5년만 땅에 묻어놓으면 보약이다. 나폴레옹꼬냑 부럽지 않다.

 좋은 토양이라 나무 잘 자라고 약초 잘 자란다. 산야초 효소 담고, 과일잼 만들고, 비닐하우스에 구기자 결명자 오미자 복령 칡 약초 말리는 일은 즐겁다. 솔잎 따서 선식(禪食) 만드는 일도 즐겁다. 모란 국화 원추리 춘란 심고 즐겨보자. 분재 수석도 마찬가지다. 덕천강 상류에 오반죽 분재감 많고, 둥구마천에 오석 수석감 많다. 소유욕 버리면 새로운 걸 얻는다. 이걸 청복(淸福)이라 한다.  

 

 그런데 지리산 노루와 멧돼지가 집 짓고 살던가. 집은 심플할수록 좋다. 산새처럼 나무 위에 집을 지어도 좋다. 반달곰처럼 토굴에 살아도 좋다. 초근목피로 배 채우고 검소함으로 마음 채우면 된다. 나무집과 토굴이 자신 없으면 카라반 하우스란 게 있다. 가격은 2천부터 시작된다. 카라반 하우스는 자동차로 등록되기에 건축법 필요없다. 끌어다 놓으면 된다. 가구 살 필요 없고 가전제품 살 필요 없다. 완전 구비되어 있다. 간혹 차에 달고 여행도 다닐 수 있다. 책 많은 사람은 폐차 버스 하나 가져오면 된다. 그 안에 도서관 만들어도 되고, 화랑 만들어도 된다.

 나는 황토 찜질방 만들 생각이다. 찜질방이 있어야 장작불을 피울 수 있다. 장작불을 피워야 겨울 밤 밤과 고구마 구어먹을 수 있다. 아궁이가 있어야 장작 패는 운동 할 수 있다. 나는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색깔 고운 양주병을 줏어모우고 있다. 제주도에 파라다이스호텔이란 데가 있다. 전낙원씨 작품인데 벽에 빨강 초록 파랑 등 아름다운 색깔의 병이 꽂혀있다. 병을 통해서 실내로 들어온 태양광 신비롭다. 비잔틴 제국 때 만든 성소피아 사원 스테인드 글라스 같다.   

 거기 내가 쓴 지리산 시 하나 걸어둘 것이다.

 

 

 

그리운 지리산                                                                  

 

                                           

                               

 

섬진강 푸른 물에 매화가 피면

화개동천 십리길에 벚꽃이 곱고

이른 봄 고리수나무 물이 오르면

그리운 지리산에 봄이 오지요

 

칠불암 가는 길 안개 덮히면

노오란 산수유꽃 이슬에 젖고

고요한 풍경소리에 바람이 자면

그리운 지리산에 봄이 오지요.

 

                                                              

세석평원 노고단에 원추리 피면

바래봉 팔랑치에 철쭉이 곱고

아득한 천상화원에 꽃비 내리면

그리운 지리산에 봄이 오지요

 

여름

 

지리산 山影 어린 계곡에 서면

함양이라 옛고을 정자도 많고

농월정 반석 위에 옥류 흐르면

그리운 지리산에 여름 오지요

 

 

오도재 높은 嶺에 흰구름 뜨면

둥구마천 물방아 물빛도 곱고

천불만불 기암절벽 녹음 덮히면

그리운 지리산에 여름 오지요

 

칠선동 깊은 골에 물소리 나면

沼와 潭도 좋거니와 秘瀑도 장관  

신선은 어디 갔나 洞을 거닐면

그리운 지리산에 여름 오지요 

                                                                   

  가을

 

경호강 맑은 물에 은어가 뛰면 

서리 온 원지 논에 참게 살찌고

덕산장 주막거리에 술이 익으면

그리운 지리산에 가을 오지요. 

 

대원사 밝은 달 물에 비치면

단풍 든 감나무에 홍시가 익고

향불에  비구니스님 마음 태우면

그리운 지리산에 가을 오지요. 

 

 

무재치기 폭포 지나 치밭목 가면

써리봉 중봉 너머 천왕봉이고 

산 첩첩 비단빛 단풍 고우면

그리운 지리산에 가을 오지요 

                                                               

 겨울

 

산촌의 밤이 깊어 눈이 내리면

청학동 서당 마다 등불이 밝고

댕기머리 훈장님 천자문 외면 

그리운 지리산에 겨울 오지요

 

 

 

청학이 나르던 곳 달이 밝으면

청학봉 백학봉에 은빛만 곱고

불일폭포 하얀 빙폭 수정궁 되면

그리운 지리산에 겨울 오지요

 

 봉마다 白玉일가 삼신봉 가면

꽃중에 꽃이거니 雪花가 곱고

아득한 천왕봉에 눈바람 불면

그리운 지리산에 겨울 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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