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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순 선생님 제3시집 '매어있지 않는 배'를 읽고

김현거사 2017. 3. 31. 10:23

 박성순 선생님 제3시집 '매어있지 않는 배'를 읽고

 

 박성순 선생님은 고희(古稀)에 이른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를 가르키신 분이다. 이번 출간한 제3시집 '매어있지 않는 배'란 제목을 보고 허주(虛舟)란 단어가 떠올랐다.

 허주란 사전적 의미로 ' 싣거나 사람 태우지 않은 배'를 말하지만,'매어있지 않는 배' 역시 그 뜻일 것이다. 원전은 장자(莊子)에  나오지만, 매이지 않는 허심탄회한 마음 지향을 표시하신듯 하다.

 

'어머니의 세월'이란 시를 읽자니 선생님의 고향 집에 세워둔 정자가 눈 앞에 떠올랐다. 커다란 늙은 감나무가 선 흙도 물도 포근한 고향집에 정자를 세우고 어머님을 그리는 작은 편액을 달아둔 것이 퍽이나 인상적이던 참이다. '청산에 흐르던 물 강물이 되어 바다로 갔습니다.'란 구절에서 항상 낮은 몸가짐으로 귀천을 가리지 않고 아랫사람을 안아준 마음씨 넉넉하시던 어머님 우전댁(于田宅)을 그리고 있는데, 실제 그 집의 정자와 편액을 보고 깊은 감동을 느낀 터라 시에 공감이 더 깊었다.

 

'아버지와 아들'이란 시에선 빨치산에게 납치되었다가 구사일생 돌아오신 아버님 모습, 외지로 유학길 떠나는 아들에게 새벽 밥 멕이고 5리 길 정거장까지 따라오신 어머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내의 달' 제하의 시편들에선 오랜 병마의 사모님을 헌신적으로 간호해오신 선생님의 일상이 생각났다. '달님도 소용없다'는 아내의 절규가 나의 간장이 저리게 한다는 표현은 저간의 사정을 알기에 더욱 존경스러웠다.

 

 서문에서 '요즘 흔한 꽈배기 꼬는 난해한 시와 필자는 성향이 다르다.' 그리고 '워즈워쓰처럼 순수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적고있다'고 표현해놓고 있었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심성은 무엇일까? 부모자식 간의 정, 부부관계가 아닐까?

 서문 그대로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을 표현한 점이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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