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제4편 서문

푸른 물 한굽이 마을을 안고 흐르나니/ 시성 두보

김현거사 2016. 5. 23. 07:37

 

 

 푸른 물 한굽이 마을을 안고 흐르나니/ 시성(詩聖) 두보(杜甫)

 

 중국에서 두보(杜甫)는 시성(詩聖), 이백은 시선(詩仙), 왕유는 시불(詩佛)이라 부른다. 그 중 이태백은 타고난 천재로 남성적인 시를 남겼다면, 두보는 후천적 노력가로 여성적인 시를 남겼다.

 태어난 해는 당 현종이 즉위한 선천(先天) 원년이니 712년이다. 낮는 관리 집안에 태어나 관직을 얻고자 했으나 여러번 과거에 실패했고, 출세를 위해 고관과 황제에게 열심히 시를 지어 보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안록산의 난을 만나 당현종이 촉나라로 몽진하자, 그때 임시 수도 봉상을 찾아간 공로로 좌습유 벼슬을 얻었다. 그러나 눈치 없는 두보는 패전한 재상을 변호하여 좌천되어 벼슬을 버렸다. 이후 가족을 끌고 고달픈 유랑생활 하다가 죽으니, 나이 59세 때다. 그는 시에서는 만고의 천재였으나, 생활은 만고의 바보였다.

 두보는 '나의 시가 사람을 놀래게 하지 않으면 죽어도 그만 둘 수 없다(語不驚人 死不休)'고 하였다.

이리 말한 걸로 보아, 그가 한 편의 시를 짓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고치고 다듬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江村(강촌)

 

淸江一曲抱村流   푸른 강 한 구비 마을을 안아 흐르나니

長夏江村事事幽   긴 여름 강촌은 일마다 그윽하도다

自去自來堂上燕   절로 가고 절로 오는 것은 집 위의 제비요

相親相近水中鷗   서로 친하고 서로 가까운 것은 물 가운데 갈매기로다

老妻畵紙爲棋局   늙은 아내는 종이를 그려 바둑판을 만들거늘

稚子敲針作釣鉤   어린 아들은 바늘을 두드려 낚시를 만든다

多病所須唯藥物   다병하여 얻고자 하는 바는 오직 약물이니,

微軀此外更何求   미미한 이 몸이 이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

 

春日江村(봄날 강촌)

扶病垂朱紱  병든 몸 관직을 맡았다가
歸休步紫苔  은퇴하여 푸른 이끼 위를 거닌다.
郊扉存晩計  교외의 작은 집에 노후가 있으니
幕府愧群材  관청은 부끄럽구나 그 많은 선비들.
燕外晴絲捲  밖은 제비날고 아지랭이 감돌고
鷗邊水葉開  물풀들 피는 곳에 갈매기 나네
隣家送魚鼈  이웃은 고기와 자라 보내오고
問我數能來  자주 찾아올 수 있는지 나에게 묻네.

季秋江村(늦가을 강촌)

喬木村墟古  큰 나무 있는 마을의 오래된 터
疎籬野蔓懸  성긴 울타리에 들 넝쿨이 엉켜 있구나.
素琴將暇日  한가한 날 줄 없는 거문고 가지고
白首望霜天  백수(흰머리)는 서리 내린 하늘을 바라본다.
登俎黃柑重  도마에 올린 노란 감귤 무겁고
支牀錦石圓  평상을 괸 비단 돌 둥글다.
遠遊雖寂寞  멀리 와 노님은 비록 적막하나
難見此山川  다시 보기 어려우리 이 같은 산천.

 

春日憶李白(봄날에 이백을 생각하며)                     

 

白也詩無敵   이백(李白)의 시(詩)는 겨룰 자가 없고

飄然思不群   표연한 그의 생각 따를 자 없네.

淸新庾開府   청신함은 북주(北周)의 유신(庾信)과 같고

俊逸鮑參軍   준일함은 참군 벼슬 포조(鮑照)와 같네

渭北春天樹   위수의 북쪽 봄 날 나무 밑에서 

江東日暮雲   양자강 동쪽 저무는 구름 보며

何時一樽酒   언제쯤 한 동이 술 놓고

重與細論文   다시 한 번 문장을 논하여 보리.

  

* 두보(杜甫) 35세시 작품

 

絶句(절구) 


江碧鳥逾白  강이 푸르니 새 더욱 희고
山靑花欲燃  산이 푸르니 꽃이 타는듯 하다
今春看又過  금년 봄도 또 보고 지나가는데
何日時歸年  어느 날이 고향 돌아갈 해 일가.

 

絶句漫興(흥이 넘친 절구)

 

糝徑楊花鋪白氈  오솔길 버들 꽃 흰 융단 펼친 것 같고

點溪荷葉疊靑錢  점점 연잎 수놓은 개울 푸른 동전 쌓인듯

筍根雉子無人見  죽순 아래 새끼 꿩 보는 사람 없고

沙上鳧雛傍母眠  모래 위 오리 새끼 어미 곁에 잠들었다

 

춘망(春望)

 

國破山河在  나라는 망했으나 산하는 그대로라

城春草木深  옛 성에 봄이 오니 초목은 우거지네.

感時花濺淚  시절이 느껴워서 꽃을 보아도 눈물 나고

恨別鳥驚心  이별이 한스러워 새소리 가슴 아파

烽火連三月  전쟁의 봉화불 석 달째 이어지니

家書抵萬金  집에서 오는 편지 만금같이 귀하구나

白頭慅更短  흰 머리 긁으니 더더욱 짧아져서

渾欲不勝簪  이제는 비녀도 꽂지 못할 지경이구나

 

夜(달밤)

 

今夜鄜州月  오늘 밤 부주에 뜨는 달
閨中只獨看  규중의 아내가 홀로 보고 있으리.
遙燐小兒女  멀리 있는 가엾은 어린 딸
未解憶長安  장안의 나를 그리는 어미 마음 모르리라.
香霧雲濕  향기로운 안개 구름같은 머리 결 적시고,
淸輝玉臂寒  맑은 달빛 옥 같은 팔에 차가우리.
何時依虛幌  어느 때 얇은 휘장 창가에 의지하여,
雙照淚痕乾  나란히 달빛 아래 눈물 자국 말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