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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사

김현거사 2016. 3. 26. 08:29

 추모의 글

 오늘 우리의 다정한 친구 한 사람은 짙고 푸른 강을 건너갔습니다.

지금 해운대 바닷가에 동백꽃 피고, 개나리 진달래 활짝 피는 이 화사한 봄에 그는 떠났습니다.

푸른 파도 위에 날라가는 한마리 갈매기처럼 그는 외롭게 훌훌 떠났습니다.

그는 우리 동기들 가슴 속에 따뜻하던 음성과 마음만 남기고 먼저 떠났습니다.

 몇 년 전 일이 떠오릅니다. 그때 우리 동기들은 고등학교 졸업한지 50년만에 서울 부산 대구 울산 친구들이 모여 제1회 탁구대회를 실시하였지요.

 그때 고인은 20여명 단체로 내려온 서울 친구들을 위해 부산역에 그의 여동생도 함께 데리고 나와 승용차 한대와 봉고차 한 대를 대기시켰습니다.

 앞장서서 친구들을 해운대로 안내하여 식사를 대접 하였습니다.

 탁구 시합에서 개인전 열렸을 때 그는 싱긋이 웃으며 일부러 서울 친구에게 져주기도 하였습니다.

 자기 앞에 온 볼을 일부러 미스하는 척 하여 관전하던 친구들을 미소짓게 하였습니다.

 1박 2일 행사가 끝나고 헤어질 때 그가 부산 역에서 몇몇 서울 친구에게 한 말만 이제 남았습니다.

 '내가 송도에 모텔을 하고 있으니, 언제던지 시간 있으면 부인 동반하고 내려오너라. 대접하고 싶다. 이제 우리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나?'

 그는 할 수 있을 때, 기회가 있을 때, 여건이 허락하는 한, 중요한 것을 친구에게 주려고 했던 것 입니다.

 이제 그는 인생의 생노병사를 모두 끝내고, 가난과 아품과 고통과 슬픔이 없는 따뜻한 곳으로 갔습니다.

이 길은 누구나 꼭 가는 길 입니다.

 서산대사는 게송에서 이렇게 읊었습니다.

'태어남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소중한 것은 떠난후에야 깨닫는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가 우리 곁에 있을 때 우리가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절실히 깨닫는 것은, 그는 너무나 다정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 입니다.

그는 비록 돈과 명예는 없었을지 모르나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천부적인 유머와 재치를 가진 마음의 폭이 넓은 친구였습니다.

 이제 깨닫는 것은 우리는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사실 입니다. 

이별은 항상 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여! 다시 만날 날은 언제 일까요. 그때까지 천국에서 고이 안식하시길 바랍니다.

 그대를 못 잊고 그리워하는 우리 가슴속에 영원한 하얀 연꽃으로 피어있기를 바랍니다.

 

 진주중고 933 동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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