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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선사(草衣禪師)의 동다송(東茶頌)과 다신전(茶神傳)

김현거사 2016. 3. 13. 19:26

 초의선사(草衣禪師)의 동다송(東茶頌)과 다신전(茶神傳)

 

  커피 문화와 차 문화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해왔다. 혹자는 양자의 비교 우위를 논하기도 하지만 둘 다 나름의 멋이 있다. 바바리 코트 걸치고 낙엽 날리는 고궁 거닐다가 마시는 한 잔 커피도 멋이요, 누마루에서 거문고 안고 달빛 감상하다가 마시는 한 잔 차도 멋이다.

 차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3국에서 불교의 선(禪)과 함께 정신적 멋을 응축한 독특한 세계다. 초의선사(草衣禪師)는 '한국의 차경(茶經)'으로 칭송되는 동다송(東茶頌)과 다신전(茶神傳)을 남겨 차의 뜻을 정리했으니 차를 논 할 때 초의선사를 빼놓을 수 없다.

 

 선사의 성은 장(張)씨고 이름은 의순(意恂)이다. 법호는 초의(艸衣)이며, 당호는 일지암(一枝庵). 다도를 정립하여 다성(茶聖)이라 부른다.

1786년(정조10)에 태어나 15세에 남평 운흥사(雲興寺)에서 민성(敏聖)을 은사로 삼아 출가하고, 19세에 영암 월출산에 올라 해가 질 때 바다 위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바라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1866년 나이 80세. 법랍 65세로 대흥사에서 서쪽을 향해 가부좌하고 입적하였다.

 

여기서는 1975년 최범술(崔凡述) 스님이 보련각에서 간행한 <한국의 다도>에 수록된 글을 발췌 소개한다.

 

 동다송(東茶頌)

 

 초의스님이 40년간 살았던 일지암(一枝庵)이란 암자 이름은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에서 빌려왔다. '뱁새는 일생 한 곳에 작은 깃을 틀고 잔다.'는 뜻이다. 초의는 정약용에게 배웠고, 신위(申緯), 김정희(金正喜) 등과 사귀었다. 시(詩)·서(書)·화(畵)·다(茶)에 뛰어나 사절(四絶)이라 불리웠고, 그림도 잘 그렸다. 대흥사에 있는 불화, 인물화는 거의 스님 그림이고, 소치(小痴) 허련(許鍊)이 암자에 3년 머물며 화법을 배웠다.

동다송(東茶頌)은 1837년 정조(正祖)의 사위 해거도인(海居道人) 홍현주(洪顯周) 부탁으로 만든 송시(頌詩)이다.

  

 제 1송 : 남국의 아름다운 나무


后皇 嘉樹配橘德하니 受命不遷生南國이라
密葉鬪霰貫冬靑하고 素花濯霜發秋榮이로다

후황이 아름다운 나무를 귤의 덕과 짝지으시니 받은 명 변치 않아 남녘 땅에 자란다네
촘촘한 잎은 눈속에서 겨우내 푸르고 하얀 꽃은 서리 맞아 가을에 꽃 피우네.


제 2송 : 이슬을 머금은 취금의 혀

姑射仙子粉肌潔하고 閻浮檀金芳心結이라
沆瀣 淸碧玉條요 朝霞含潤翠禽舌이로다

고야산(姑射山)의 신선인가 뽀얀 살결마냥 깨끗하고, 염부(閻浮) 숲의 금모래 같은 황금 꽃술 맺혔는데,
맑은 이슬 흠뻑 젖은 푸른 가지 벽옥같고 안개 촉촉히 젖은 작설(雀舌) 잎은 참새 혀 같네.

 


차나무 잎은 치자(梔子)와 같으며, 꽃은 흰 장미와 같고, 꽃술은 황금 빛이다. 가을에 꽃 피니 맑은 향기가 은연하다.
이태백이 '형주 옥천사 맑은 시냇가 산에 차나무가 나 있는데, 가지와 잎이 푸른 옥(碧玉條) 같다. 옥천사 진공(眞公)스님이 항상 따다가 차로 마셨다.'고 했다.

제 3송 : 차는 하늘, 신선, 사람, 귀신이 다 사랑한다.

天仙人鬼俱愛重하니 知爾爲物誠奇絶이라
炎帝會嘗載食經하고 醍 甘露舊傳名이로다

하늘, 신선, 사람, 귀신 모두 아껴 사랑하니 됨됨이 참으로 기이하고 절묘하구나
옛날 염제신농씨가 너를 식경에 기재했고 제호라 감로라 예로부터 그 이름 전해왔네.

4송 : 차는 술을 깨게 하고 잠을 적게 한다.


解醒少眼證周聖하고 脫粟飮菜聞齊孀이라
虞洪薦 乞丹邱하고 毛仙示叢引秦精이로다

차는 술을 깨우고 잠을 줄임은 주공(周公)께서 증험하셨고, 거친 밥 차 한잔, 제의 안영 그랬다네
우홍은 제물 올려 단구자의 차를 얻었고, 모선(毛仙)을 끌어 무성한 차숲을 보여주었네. 



안자춘추(晏子春秋)에 '안영(晏孀)이 제 경공(齊景公)때 재상을 지내는 동안 '껍질만 벗긴 좁쌀로 만든 거친 밥(脫粟飯)에 구운 고기 세 꼬치, 계란 다섯 개, 차와 채소만을 먹었다'고 하였다.
신이기(神異記)에, '우홍(虞洪)이 산에 들어가 차를 따다가 우연히 도사를 만났는데, 세 마리 푸른 소를 이끌고 있었다. 우홍을 데리고 폭포산(瀑布山)에 다달아 말하기를, '나는 단구자(丹丘子)라 하네. 듣자니 그대가 차를 애음(愛飮)한다기에 항상 만나보고 싶었네. 이 산중에 굵다란 차나무가 있어 그대에게 주려고 하네. 부디 훗날 남은 차가 있으면 나에게도 보내주기를 바라네'라고 하였다.
진정(秦精)이 무창(武昌) 산 속에서 차를 따다가 신선을 만났는데, 머리털 길이가 한 발쯤 되어 보였다. 신선이 진정을 이끌고 산 아래로 내려와 떨기진 차나무를 가리켜 주고 떠났다가 얼마 후 돌아와 주머니 속에서 귤을 꺼내어 주자, 진정이 두려워하며 차를 등에 지고 돌아왔다고 한다.

제 5송 : 수 문제의 뇌골증을 낫게 한다

潛壤不惜謝萬錢하고 鼎食獨稱冠六情이라
開皇醫腦傳異事하고 雷笑茸香取次生이로다

지하에 묻힌 혼령도 만금의 보답 아니 아꼈고 벼슬아치 들도 모든 맛의 으뜸이라 하였네.
수 문제 뇌골통증 고쳤다는 신기한 일 전해오고 뇌소차 용향차 차례차례 생겨났네.

 


진무(陳務)의 아내가 두 아들을 데리고 과부가 되었는데 차를 즐겨 마셔왔다.
마침 집의 정원에 오래된 무덤이 하나 있어 차를 마실 때마다 먼저 무덤에 차를 올리곤 하였다. 부인의 두 아들이 이것을 마땅찮게 여기어 '그까짓 고총(古塚) 따위가 무엇을 안다고 헛수고를 하시는지 모르겠네' 하고 묘를 파헤쳐버리려고 하였는데 어머니가 한사코 이를 만류하였다.
그날 밤 꿈에 한 사람이 나타나 '내가 이 고총(古塚)에 누운 지 3백 년 넘는데, 얼마 전 그대 아드님이 내 무덤을 파 버리고자 했을 때 부인께서 보호해 주었을 뿐 아니라, 도리어 차까지 주시니 땅 속에 묻혀있는 썩은 뼈일 망정 어찌 보은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는데, 다음날 새벽 일어나보니 정원에 엽전 10만 냥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수 문제(隋 文帝)가 아직 임금이 되기 전에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는데, 신신이 나타나 그의 뇌골을 바꾸어 버렸는데 그 후로 줄곧 두통을 앓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을 만났는데, 스님이 이르기를, '산중의 명초(茗草)로 치유할 수 있으니, 달여 마시면 효험이 있다'고 하였다. 이를 계기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차를 처음으로 마실 줄 알게 되었다.

당나라 각림사(覺林寺)의 스님, 지숭(志崇)이 세 종류로 차를 만들었다. 경뢰소(驚雷笑)는 자기가 애용하고 훤초대(萱草帶)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자용향(柴茸香)은 손님을 접대했다. 

제 6송 : 모든 음식 가운데 차가 으뜸이다.

 

巨唐尙食羞百珍이나 沁園唯獨記紫英이라
法製頭綱從此盛하야 淸賢名士誇雋永이로다

당나라 때는 음식에 백가지 진미가 있었으나, 심수공주(沁水公主) 심원(沁園)에는 오직 자영차(紫英茶)만 기록되었고. 차 만드는 요령이 그때부터 성행하여 명사들이 맛을 음미하고 준영차를 자랑했네.

 

당 덕종(唐 德宗)이 동창공주(同昌公主)에게 음식을 하사할 때에 녹화차(綠花茶) 자영차(紫英茶) 이름이 끼어 있었다. 다경(茶經)에서는 '차 맛(味)은 준영(雋永)이라' 하였다.

제 7송 : 다른 것에 물들면 참됨을 잃는다.


綵莊龍鳳團巧麗하야 費盡萬金成百餠이라
誰知自饒眞色香고 一經點染失眞性이로다 

용봉단(龍鳳團)은 장식이 도리어 사치로우니 떡차 백 개 만드는데 만금을 허비했네.

누가 풍요로운 참 빛깔 참 향을 알랴, 한 번 물들고 나면 참 성품 잃어버리네. 


크고 작은 용단(龍團) 봉단(鳳團)이 만들어진 것은 정위(丁謂)가 처음 시작했으나 채군모(蔡君謨)에 의해서 완성되었고, 향약(香藥)을 넣어 병차(餠茶)를 만들고 병차(餠茶) 위에 용과 봉황의 무늬를 장식하여 임금께 바칠 것은 금색으로 꾸몄다. 두루 정교하고 아름다웠으나, 만금(萬金)을 다 쓰야 백 개 떡차를 만들 수 있었다.

소동파(蘇東坡)는 시(詩)에 '수많은 붉은 금색 병차(餠茶)는 수만금을 허비하였다'고 하였다.
만보전서(萬寶全書)에 '차는 그 자체에 참된 향과 맛과 빛깔을 지니고 있는데, 한 번 다른 물질에 물들고 나면 곧 참됨을 잃게 된다'고 하였다.

제 8송 : 정성껏 가꾸고 만들어야 아름답다.


道人雅欲全其嘉하야 曾向蒙頂手栽那라
養得五斤獻君王하니 吉祥與聖楊花로다

도인이 평소에 차맛을 온전코자 몽산의 정상 오르시어 손수 차를 심으셨네.
다섯 근을 얻어 군왕에게 올렸나니 길상예와 성양화 그것이었네.

부대사(傅大士)는 몽산(蒙山) 꼭대기에 암자를 짓고 살면서 차를 가꾸어 3년이나 결려 가장 좋은 차를
만들어, 성양화(聖楊花), 길상예(吉祥 )라 이름지어 5근을 임금께 바쳤다. 

제 9송 : 명차 운간 월감

雪花雲 爭芳烈하고 雙井日注喧江浙이라
建陽丹山碧水鄕에 品製特尊雲澗月이로다
 
설화차 운유차 짙은 향기 다투고, 쌍정차 일주차는 강절에서 이름 높다.
건양 단산 물 푸른 고을에서 만들어진 운간차 월감차 질도 좋아라.

註 
소동파가 한 사원(寺院)을 찾으니, 범영(梵英) 스님이 사원을 잘 단장하여 말끔히 하고 향기 어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에 '이 차는 햇차입니까' 하고 묻자 범영이 '차의 성질은 햇차와 묵은차를 섞으면 차의 향기와 맛이 되살아난다'고 하였다.

설화차(雪花茶)와 운유차(雲腴茶)는 향기를 앞다투고, 쌍정차(雙井茶)와 일주차(日注茶)는 강서와 절강 땅에 나는 것이 제일이요, 건양(建陽)과 단산(丹山)은 물의 고장이라, 특별히 만감후(晩甘候)와 운간월(雲澗月)을 꼽는다.

다산 선생의 걸명소(乞茗疏)에 '아침 햇살에 일어나니 맑은 하 늘에 구름이 둥실거리고, 낮잠에서 깨어나니
푸른 시냇물에 밝은 달이 어른거리네'라 하였다.

 

제 10송 : 우리 차도 중국차와 한가지다.

 

東國所産元相同하니 色香氣味論一功이라
陸安之味蒙山藥을 古人高判兼兩宗이로다

우리 차는 중국차와 원래 같으니 색깔 향 느낌 맛 한가지라 말해오네.
육안차는 맛이요, 몽산차는 약효라하지만, 우리 차는 둘 다 겸했다고 옛사람이 칭송했네.


동다기(東茶記,정약용 저)에, '어떤 이는 우리 나라 차의 효능이 중국 월주(越州)에서 생산된 차에 미치지 못한다고 의심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색(色), 향(香), 기(氣), 미(味)에서 모두 별다른 차이가 없다. 차서(茶書)에 육안차(陸安茶)는 맛으로 뛰어나고 몽산차(蒙山茶)는 약효가 높다 하였으나, 우리 차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겸하고 있다. 이찬황(李贊皇)이나 육우 (陸羽)가 살아 있다면 반드시 나의 말을 수긍하리라 믿는다'라고 하였다.

제 11송 : 팔순 노인이 동안이 되다.

 

童振枯神驗速하야 牲顔如夭桃紅이라
我有乳泉하야 把成秀碧百壽湯하니 以持歸大覓山前獻海翁가

마른 가지 되살아나듯 동안되는 영험 있어 여든 노인 양빰이 도화처럼 붉어지네.
내가 사는 곳에 유천(乳泉,石間水)이 솟아 수벽탕 백수탕 그 물로 끓이니, 어이 목멱산 앞에 사는 해거도인에게 갖다 드릴수 없는가.

이태백은 '옥천사의 진스님은 나이 80이 넘었는데, 얼굴빛이 복숭아 빛처럼 붉다. 그 까닭은 마시는 차 향기가 맑고 기이한 데 있다. 마치 마른 나무에 싹이 돋는 듯, 아이로 환동(還童) 하는 듯 하였다.' 하였다.

 

 당나라 소리(蘇厘)의 <16탕품(湯品)> 가운데 백수탕(百壽湯)이 있다. 백수탕은 물을 열 번 이상 넘칠듯 끓여야 하는데, 그걸 복용하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노인도 활로 과녁을 맞히게 되며, 활보하며, 백세 이상 살 수 있다 한다. 

 

 다산(茶山)은 '걸다소(乞茶疏)'에서 ' 차 빛깔은 아침 나절에는 맑은 하늘의 흰구름 같고, 오후에는 맑은 달이 푸른 시냇물 위에 비치는 것 같다' 하였다. 

 

 수벽탕(秀碧湯)이란 것이 있다. 돌은 천지(天地)의 수기(秀氣)가 엉겨 모여 형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수벽탕(秀碧湯)은 돌을 쪼아서 그릇을 만들어 천지의 수기(秀氣)가 담겨 있으니, 어찌 그 속에서 끓인 물이 길하지 않으랴. 

 

 근자에 신자하(申紫霞) 노인께서 내가 사는 두륜산을 지나는 길에 하루 밤 자우산방(紫芋山房, 一枝庵)에 유숙하시면서 유천(乳泉) 물을 마시고 '물맛이 우유보다도 훨씬 좋구나'하셨다.

 내게 유천(乳泉) 있으니, 그 샘물 뜨다가 수벽백수탕(秀碧百壽湯) 만들어, 어이 목멱산(木覓山남산) 해거도인(海居道人) 앞에 바칠 수 없는가.

제 12송 : 아홉가지 어려움과 네가지 향기

 

又有九難四香玄妙用하니 以敎汝玉浮臺上坐禪衆가
九難不犯四香全하니 味可獻九重供이로다

차에는 아홉가지 어려운 것이 있고, 네 가지 현묘한 향기 있으니, 무엇으로 화개 옥부대(玉浮臺) 위에서 좌선(坐禪)하는 그대들에게 가르칠꼬. 아홉가지 어려움을 범하지 않아야 네 가지 향이 온전하며, 그 지극한 맛이라야 궁궐에 받들어 올릴 수 있으리. 



다경(茶經)에 이르기를, 차에는 아홉 가지 어려움이 있다. 차 만드는 것, 차 품질 감별하는 것, 차 만드는 그릇과 차 마시는 도구, 불 다루는 법, 사용되는 물, 차를 덖는 일, 가루 만드는 일, 물 끓이는 법, 차 마시는 법 등이다.

 

 음산한 날씨에 찻잎을 따서 밤에 말리는 것은, 만드는 법(造法)에 어긋나는 것이며, 차 부스러기를 이로 깨물어 혀끝으로 맛을 보거나 코에 대고 냄새를 맡는 것은 식별(識別)이 아니며, 노린내 비린내 나는 솥과 그릇은 그릇이 아니며, 풋나무나 덜 탄 숯은 연료라 할 수 없다.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수와 장마비 고인 물은 물이라 할 수 없고, 겉은 익었으나 속이 설익은 것은 올바른 자(炙)라 할 수 없다. 푸르스름한 가루가 먼지처럼 나는 것은 제대로 작말한 것(作末)이라 할 수 없고, 급히 서둘러 휘젓는 것은 물 끓이는 법이 아니며, 여름엔 실컷 마시고 겨울에 그만 두는 것은 차 마시는 법이 아니다.

'만보전서(萬寶全書)'에 '차에는 참 향기(眞香), 난초향기(蘭香), 맑은 향기(淸香), 순박한 향기(純香)가 있다. 안팎이 똑같은 것을 순박한 향기(純香), 설지도 않고 너무 익지도 않은 것을 맑은 향기(淸香), 불이 고루 든 것을 난초향기(蘭香), 곡우 이전의 싱그러움을 갖춘 것을 참 향기(眞香)라 한다. 이를 네 가지 현묘한 향기라 한다.' 했다.

 

지리산 화개동(花開洞)에는 차나무가 사오십 리에 자라고 있는데, 우리나라 차나무 자생지로 이보다 더 넓은 곳은 없다. 거기 옥부대(玉浮臺)가 있고, 그 밑에 칠불선원(七佛禪院)이 있다.

 거기 좌선하는 스님들은 항상 찻잎을 늦게 따서, 땔감 말리듯 말려, 솥에다 시래기국 끓이듯 삶으니, 색은 탁하며 붉고, 맛은 몹시 쓰고 떫다. 이런 차를 마시니, 이것이 바로 "천하에 좋은 차가 속된 사람들 손에 의해 버려진다고 하는 것이다.


제 13송 : 총명하여 모든것에 막힘이 없다.

 

翠濤綠香裳入朝하니 聰明四達無滯壅이라
爾靈根托神山하니 仙風玉骨自 種이로다

비취빛 찻물(翠濤)과 초록빛 향기(綠香) 마음 깊이 스며들자, 총명함이 사방으로 통달하여 막히는 곳이 없네.

더구나 영험한 뿌리는 신령스런 산에 의탁하고 있으니, 선풍옥골(仙風玉骨)이 참으로 별종이네.

註  

'심군다(心君茶)' 서문에 이르기를 '차를 찻잔에 넣으면 잔 위에 취도(翠濤, 찻가루 넣었을 때 수면에 생기는 거품)가 뜨고 맷돌에 갈면 푸른 가루가 날더라.'하였고, 차는 맑고 푸른 빛(靑翠)을 가장 좋고, 여린 쪽빛에 흰빛 도는 남백(藍白)이 쓸 만 하고, 누른 빛, 검은 빛, 우중충한 빛은 하품으로 친다. 거품 빛은 구름이 뜨는 듯한 운도(雲濤)가 가장 좋고, 비취빛 취도(翠濤)가 그 다음이며, 누런 황도(黃濤)는 하품이다.

진미공() 시(詩)에서 '옅은 그늘 덮였는데 여린 움 깃대 같아라. 죽로(竹爐)는 그윽하고 솔가지 불티는 날아오른다. 물과 어울려 담담하여 고기 맛과 겨루네. 른 향기 길에 가득하니, 긴긴 날 돌아올 줄 모르네'라고 하였다.


지리산은 세칭 방장산(方丈山)이라고 한다

제 14송 : 바위틈에 자라는 푸른 싹

綠芽紫筍穿雲根하고 胡靴 臆皺水紋이라
吸盡 淸夜露하니 三昧手中上奇芬이로다.

녹아(綠芽)와 자순(紫筍)은 움이 삐죽삐죽 돌 틈을 뚫고나와, 호인(胡人)의 신발, 들소의 앞가슴 같이 주름진 모습이네. 깨끗한 밤이슬 마시고 훔뻑 젖었나니, 삼매경(三昧境)의 솜씨에서 기이한 향이 피어나도다.

 


다경(茶經)에 이르기를 '차는 난석(爛石) 사이에서 자란 것이 으뜸이요, 자갈 섞인 흙에서 자란 것이 그 다음이라' 하였다. 또 '골짜기에서 자란 차가 상품'이라 했는데, 화개동 차밭은 모두 난석(爛石) 골짜기 이다.

 또 '차는 자색(紫色)이 으뜸이요 주름진 것이 그 다음이요, 색(綠色)이 그 다음이며, 삐쭉히 솟아나는 첫 순(筍)이 상품이고, 싹이 다음 이다' 하였다.

 

 '모습이 마치 호인(胡人)의 가죽신 같다는 것은 주름졌다는 것이고, 들소( 牛)의 가슴 같다는 것은 반듯한 것을 말함이고, 바람이 수면(水面)을 살짝 스치는 것과 같다는 것은 함초롬함을 말함이니, 이 모두가 차의 정수(精髓) 이다.' 라고 하였다.

 

'다서(茶書)'에 '잎은 따는 시기가 중요하니, 지나치게 일찍 잎을 따면 차가 완전하지 못하고, 제때를 놓치면 신비함이 흩어지니, 곡우 전 5일이 가장 좋은 때이고 후 5일이 다음이며, 그 뒤 5일간이 그 다음'이라 하였다.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우리 나라 차는 곡우 전후는 너무 빠르고, 입하 전후가 적당하다.

 

찻잎 따는 법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 밤이슬 흠뻑 머금은 잎 딴 것이 상품이고, 한낮에 딴 차는 그 다음이며, 흐린 날씨와 비가 올 때는 따지 말아야 한다. 하였다. 

 
제 15송 : 물과 차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


有玄微妙難顯하니 精莫敎體神分하라
體神雖全이나 猶恐過中正이오 中正은 不過健靈倂이로다.

현미함이 있어 묘하여 나타내기 어려우니, 그 묘한 맛은 물과 차가 잘 어우러져야 하네.

과 차가 비록 잘 어우러져도 중정(中正)을 잃을까 두려우니, 중정은 다신(茶神)의 건전, 수성(水性)의 신령이 함께 아우름에 있다.


註 
조다편(造茶篇)에 이르기를 '새로 따온 찻잎은 늙은 잎을 가려내고, 뜨거운 솥에서 덖되 솥이 잘 달아올랐을 때 찻잎을 넣어 급히 덖고 불기를 늦춰서는 안 된다. 찻잎이 잘 익으면 꺼내어 체에 털어 부어 가볍게 비벼 그것을 몇 번이고 턴 다음 다시 솥에 넣어 점점 불을 줄이면서 말리는데 온도 조절을 잘 하여야 한다. 그 중에 현미(玄微)함이 있으니 말로 나타내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천품(泉品)은 물에 관한 것이다. '차는 물의 신(神)이요, 물은 차의 체(體)이니, 진수(眞水)가 아니면 다신(茶神)을 나타낼 수 없고, 진차(眞茶)가 아니면 수체(水 體)를 나타낼 수 없다.' 하였다.

 

채다(採茶)는 그 묘(妙)를 얻어야 하고, 조다(造茶)는 그 정성을 다해야 하고, 물(水)은 그 진(眞)을 얻어야 하고, 포법(泡法)은 중정(中正)을 얻어야 한다.

 

포법(泡法)에 말하기를,'탕(湯)이 완전히 끓었을 때 화로에서 내려 먼저 차 관 안에 조금 부어 냉기를 가셔낸 다. 그 뒤에 부어 버리고 적절한 양의 차를 넣어 중정(中正)을 잃지 않아야 한다. 차의 양이 지나치면 쓴맛이 나고 향기가 묻혀 버리며, 물이 차의 양에 비해 많으면 차의 맛이 적어지고 빛깔이 맑아진다.

 

두 번 쓴 차관은 냉수로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의 향이 떨어진다. 차관의 물이 너무 뜨거우면 다신(茶神)이 온전하지 못하고, 차관이 깨끗하면 수성(水性)이 영험해 진다. 차의 빛깔이 잘 우러나면 베에 걸러서 마시는데, 너무 일찍 거르면 다신(茶神)이 우러나지 않고, 지체하였다가 마시면 향기가 사라진다'고 하였다.

 

이를 총평하면, 차를 딸 때에는 그 오묘함을 다하고, 차를 만들 때에는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물은 진수(眞水)이어야 하고, 탕(湯)은 중정(中正)을 얻어야 한다. 체(體)와 신(神)이 잘 어울리고 건(健)과 영(靈)이 함께하여야 한다. 여기에 이르면 다도는 완전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6송 : 몸이 상청경에 오른다.

 

一傾玉花風生腋하야 身輕已涉上淸境이라
明月爲燭兼爲友하고 白雲鋪席因作屛이로다 

옥화 한 잔 기울이자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고, 어느새 몸이 가벼워 상청(上淸)을 거니는 것 같네.

밝은 달 등촉으로 삼으니 나의 벗이요, 흰구름은 자리 펴고 병풍이 되어주네.

제 17송 : 청하여 마음이 깨이다.

 

竹籟松濤俱蕭然하니 淸寒瑩骨心肝惺이라
惟許白雲明月爲二客하니 道人座上此爲勝이로다 

대숲 소리 솔 물결 모두 다 서늘하니 맑고도 찬 기운 뼈에 스며 마음을 깨워주네
오직 허락한 건 흰 구름 밝은 달 두 손님이니, 도인의 자리 이것이면 훌륭하네.

 


차를 마시는 법은 한 자리에 차 마시는 손님이 많으면 주위가 소란스러우니, 소란하면 아취를 찾을 수 없다.
홀로 마시면 신(神)이요, 둘이 마시면, 승 (勝)이요, 서넛은 취미요, 대여섯은 덤덤할 뿐이요, 칠팔 인은 그저 베푸는 것일 뿐이다.

 

제 18송 :백파거사제

 

白坡居士題 莫數雲澗月.
艸衣新試綠香煙 禽舌初纖穀雨前
莫數丹山雲澗月 滿鍾雷莢可廷年

백파거사가 제하다 운간월을 헤지마라.
초의가 새로 녹향연을 시차(試茶)하니 새혓바닥 처음 여린 것이 곡우 앞에 것이라
단산의 운간월을 헤지 말라 종지 가득 뇌협차가 수명을 늘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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