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제4편 서문

머리 글

김현거사 2016. 2. 15. 13:09

 

 

머리글

 

 책은 많지만 고전은 드물다. 그 중 동양 고전은 더 드물다. 사람들은 일리야드 오딧세이는 읽었다고 자랑하지만, <공맹>이나, <퇴계> <율곡>은 제대로 읽은 사람 드물다.

 필자가 기업에서 근무할 때 이야기다. 유럽 어떤 왕족과의 만찬 테이불에서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중역이 그쪽 귀부인이 테이불에 놓인 태극기의 빨강과 파랑의 의미를 묻자,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는 걸 본 적 있다. 태극(太極)의 의미를 모르던 것이다. 그 후 필자는 그룹 사보에 공맹, 노장, 퇴율 등 동양 사상을 20여년 칼럼으로 연재한 적 있다.

 그러나 학문의 세계란 바다 같이 넓고 산처럼 높다. 퇴계 사상 하나만 해도, 일평생 연구해도 못다하는게 학문의 세계다. 그 심오한 사상들을 어떻게 칼럼으로 다이제스트 할 수 있는가? 누구나 알기 쉽게 간략히 소개한다는 의도야 좋지만, 만용에 가까운 행동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은 17세기 남경의 부호였던 이립옹(李笠翁)이라는 부호가 청나라 이전의 유명한 동양화 그림과 이론을 판각하여 <개자원 화전>이란 책을 만든 적 있다. 일을 진행하던 중 장인이 타계하자, 사위 심심우(沈心友)가 이를 이어받아 22년에 걸쳐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은 현재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동양화의 교본이다.

 필자는 은퇴하여 시간을 얻자 이립옹을 본받기로 결심하였다. '책 한권에 소개한 동양사상 50편'이란 제목을 정하고, 우리 고전을 간추린 다이제스트본을 낸다는 목표로 기존 칼럼을 보완하고, 문장을 평이하도록 고쳤다.   

 다행히 필자는 젊은 시절 저날리스트 였고,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일단 고등학생 대학생을 염두에 두고 원고를 정리했다.

 요즘 영화와 드라마, 춤과 노래는 한류라 해서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한류 뿐이랴. 지금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세계 1등 상품을 127개나 수출하고 있다. 우리가 5천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의 철학과 사상을 몰라서야 될 말인가. 그래 수백만 고교생과 대학생, 그리고 수출 제일선에서 외국인 접하는 젊은 세대 앞에 이 책을 내놓는다. 

 현재 시중에는 우리 사상을 소개한 책은 더러 있지만 대개 어렵다. 학자들은 공자면 공자, 퇴계면 퇴계, 단 하나 자기 전공만 발표한다. 이런 실정이라 필자는 스스로 공부가 짧아 능력이 미치지 못함을 알지만 이 책을 내놓는다. 강호제현의 질정을 기대하는 바이며, 부디 이 책이 우리 젊은이에게 우리 사상을 맛보이는 맛소금이 되길 기대한다. 

 

  광교산하에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