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우리를 부럽게 하는 것들

김현거사 2015. 10. 22. 13:03

    우리를 부럽게 하는 것들

 

 구슬치기 잘하는 아이는 우리를 부럽게 한다. 주머니 통통하도록 '다마' 넣고다니는 아이는 우리를 부럽게 한다. 우리가 세상 와서 처음 만난 것은 어머니 젖꼭지고, 그 다음 만난 것이 동네 개구쟁이다. 자 치기 잘 하고 딱지 많이 가진 친구, 싸움질 잘하여 상대편 코피 나게 한 친구는 우리를 부럽게 한다.

 사춘기 되어 이성에 눈을 뜬 뒤 먼저 여학생 사귄 친구는 우리를 부럽게 한다. 우리 동네에 하 모, 추 모란 아이가 있었다. 그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얼굴 반반한 여학생을 싹쓸이 하였다.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얼굴 붉히고 말 못하던 나는, 이 기생 오래비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고3 되어, 대학 입시가 코 앞에 오면, 공부 잘 하는 친구는 우리를 부럽게 한다. 이 때 구슬치기, 쌈질, 연애질 잘 한 것은 오히려 문제 된다. 쌈질 잘 한 놈은 불량패, 연애질 잘 한 놈은 요주의 인물이 된다. 

 

 그 다음 명문대 들어간 친구는 우리를 부럽게 한다. 방학이 되어 그가 고향 다방에 명문대 뺒지라도 달고 나타나면 우리는 기 죽는다. 대기업 들어간 친구는 우리를 부럽게 한다. 월급 높다는 소문이 우릴 부럽게 하고, 그가 장가갈 때 찾아간 예식장에서 화려한 출발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한없이 부럽다.

 

 스므 살에서 설흔 사이 우리 청춘은 이렇게 흘러간다. '대학'과 '직장'이 인간의 평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낮이 길면 밤이 온다. 주역이 옳다. 모든 것은 변하고, 인생도 변한다.

 

 세월이 더 가면, 사업가 친구는 우리를 부럽게 한다. 그들 학창 성적은 중간, 직장 캐리어도 시원찮다. 그러나 전망 없는 직장 팽개치고 나와서 그들은 하나 둘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50 넘으면 그들이 에쿠스 차를 몰고, 거액의 기부금 내고 동창회 회장 자리 차지한다. 강남 요지 넓은 아파트 산다는 소문은 우릴 기죽이게 한다. 음지가 양지 된 것이다.

 

 학교 우등생 사회 열등생이란 말 있다. 명문대 출신은 이때부터 뒤로 살짝 밀린다. 중역까지 되었지만 월급쟁이요, 그나마 30년 쯤 하고 은퇴한다. 그들은 호탕한 기질도 뱃장도 없고, 세상 눈치 빠른 것도, 대인관계 능숙한 것도 아니다. 선비 기질이라 도둑질도 못했다. 겨우 아파트 달랑 한 채, 퇴직금 몇 푼 챙긴채 사회 나온다. 자존심 높아 오히려 문제다.

 

 이 때 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 출현은 또 우리를 부럽게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공부 대신 재능 쪽에서 성공한 친구들이다. 그들은 화가로, 음악가로, 체육인으로, 시인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유명세로 우리를 부럽게 한다. 교직에 있던 친구도 우리를 부럽게 한다. 탄탄한 연금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자식 사위 잘 둔 친구도 우리를 부럽게 한다. 의사, 판사, 교수 된 자식들이 노후 받쳐주기 때문이다.

 

 이제 70 쯤 되어 깨달아 보니, 인생은 돌고도는 수레바퀴 였다. 구슬치기, 쌈질, 연애질, 공부, 직장, 모두가 돌고도는 수레바퀴 였다. 그 모든 부러움의 대상은 우리가 철 없이 가지고 놀던 작난감에 불과했다. 우리가 기 쓰고 아득바득 달라들던 돈도 그렇다. '뜻 있는 곳에 길 있고,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이 보살핀다.'고, 가난에 한이 맺혀 죽자사자 달라붙어, 돈을 모았으나 그건 위험한 물건이다. 돈 있고 인색하면 욕 먹기 쉽고, 돈 있다고 잘난체 하면, '운 좋아 돈 좀 모았지, 제가 어디 잘 나서 모았나?' 비난 받기 쉽고, '옛날 제 주제 모르는 건방진 놈이라'고 된통 당하기 마련이다. 성경에도 쓰여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돈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天道는 공평하여 치우침이 없다. 구름 지나면 해 나고, 비 온 후엔 날이 맑다. 인생은 돌고도는 티벹의 마니보륜(輪藏臺) 같은 것 이다. 영원한 윤회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를 부럽게 하던 그 모든 것은 시간 지나면 무의미 하다.

 나는 과거 나를 부럽게 하던 것들을 오래 오래 생각해보았다. 모든 것이 때가 있었고, 시효가 있었다. 돈도 명예도 우리가 어릴 때 한없이 부러워 한 딱지나 구슬 같은 것이다. 갖고 논 장난감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해가 지면 장난감 버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백 년도 못 갈 인생, 이제 저승 갈 일만 남았다. 눈도 가물가물, 귀도 잘 안들린다. 심장 수술한 친구 소식 늘어간다. 우리가 정말 간직할 것은  무엇일까? 건강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겸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재주 있되 겸손하고, 돈 있되 겸손하고, 건강하되 뽑내지 않으면, 그나마 큰 과오 범하지 않는다고 한다. 老子는, '살얼음 위 걸어가듯 조심조심 살펴야 한다'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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