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중

五士里의 하루밤

김현거사 2014. 4. 16. 08:32

 

五士里의 하루밤

 (포항 정봉화 선배님 방문기)

 

   '봄에 꽃 피거던 한번 오소. 여긴 백두대간 맨 끝 경북의 가장 오지 산골이요. 글 쓰는 사람이 한번 와볼만한 곳이라오.'

정봉화 선배님 전화였다. 정선배님은 진주중, 부산고, 육사 거친 분으로, 남강문학회서 만난, 6년 선배님이다. 후배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 손잡아 줄줄 아는 스케일 큰 분이다. 14일 네사람이 경주역에 내리자, 차를 교외로 몰아 화산 한우불고기집으로 간다. 멀쩡한 서울 제쳐놓고 명품 불고기는 왜 언양과 경주에 많은지 모르겠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참숯불 위 마블링 아름다운 한우고기 육즙 흐르는 모습이 먹기 전에 입맛부터 땡겨준다. 수필가답게 천년 숨결 간직한 백두대간 굽이굽이에 잔설 녹자 피어난 그 花信 보라고 우릴 초대한 것이다. 반절 화선지에 <先黃從紅>이라 縱으로 내려 갈긴 붓글씨 한 점씩 주신다. 뜻은 '봄은 먼저 개나리 산수유 민들레 같은 노란 꽃부터 오고, 그 다음 진달래 복숭아꽃 벚꽃 붉은 꽃이 따라온다'는 의미다. 멋진 독창적 四言絶句다. 

 

그 다음 포항시 竹長面 五士里에 있는 竹長然 공장으로 갔다. 아마 이곳이 경북에서 가장 오지일 것 같다. 영천시, 청송군, 영덕군 인접한 고갯길은 설악산 진부령 같이 험하다. 산록에 울긋불긋한 것은 복사꽃인데, 산은 태백산 구암산 보현산 대구 팔공산을 거쳐 내려온 산이다. 구암산은 용암분출로 생긴 산이고, 강원도 양구 펀치볼처럼 생긴 커다란 분지, 상옥리 하옥리는 용암분출 분화구라고 한다, 구룡포 삼정리 바닷가 해수 들어오는 장소도 용암 분출 분화구가 또있다고 한다. 용암이 흘렀던 곳이라 경치는 절경이다. 작은 시냇가에도 기묘한 바위가 많고, 절벽이 아름답다. 五士里는 그 전에는 화랑들의 훈련터였고, 신라가 고려에 흡수되자, 舍人 벼슬을 지낸 귀족 다섯명이 은거하여 사립문 닫고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竹長里는 '대쪽같이 곧은 선비들이 산 땅'이라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오지에 발효 공장 세운 인연이 아름답다. 포스코(posco) 협력회사인 영일기업이 1999년 '일사일촌운동'의 일환으로 상사리 마을과 결연을 맺았다 한다.  농번기 일손 돕기, 농기계 무상 수리 등을 해주니, 농민들이 그 보답으로 죽장에서 생산된 콩으로 만든 된장과 간장 고추장을 회사로 보낸 것이 그 계기였다. 선배님이 그걸 직원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아예 죽장리에 미국 일본 뉴질랜드로 수출하는 본격 발효공장을 세워, 농한기 주민들에게 일자리 제공하는 회사 만든 것이다.

20만평 산을 확보하고 그 아래 계곡 옆에 공장을세웠는데, 4천개 넘는 장독대가 장관이다. 바람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삼단 남향으로 배치하였고, 커다란 장독들은 독 하나 단가가 60만원이라 한다. 1년에 1000독씩 항아리를 채운다는데, 간혹 장독대에 주인이름 써붙인 것도 있다. 미리 예약한 고객 이름이다. 빈티지 포도주가 그러하듯, 된장 간장도 5년 이상 숙성시키면 음식 보다는 항암효과 높은 보약으로 보아야 한다. 선견지명 있는 분들이다. 된장 좋아하는 산돼지 쫒는 진도개 세마리는 잘 생기고, 보초로 듬직한데, 주인에 대한 충성심 강해보였다.

 

 회사는 일리노이 주립대 졸업한 아드님이 대표인데, 영어 일어 중국어에 능통하여, 뉴욕의 유명한 한식당 후니킴 세프가 죽장연의 가치를 먼저 알고 계약차 다녀간 사진이 벽에 붙어있다. 남강문학회 정재필 초대회장 시와 안병남 시인 시도 걸려있다. 

 간장 된장 장맛 결정하는 것은 물인데, 용암 분출 지역 바위 밑 지하수 알칼리 물 이다. 소재지가 해발 4백미터 고냉지로, 낙동강 상류 금호강 발원지라 우선 물은 걱정 없다고 느꼈다. 소금은 신안 천일염이고, 메주에 고초균(枯草菌) 제대로 번식시키는 볏짚은, 우렁이 키우는 유기농 농가에서 가져온 볏짚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날 五士里 밤이 잊지못할 밤이었다. 송사리 헤엄치는 개울 옆 황토집에서 나온 반찬 정갈하였다. 더덕 생표고 두룹 싱싱하고, 머루주 감미로웠다. 동네는 오래된 대추나무 사과나무가 많고, 주로 고추, 콩을 생산한다고 한다. 식사 후에 밖에 나오니, 달은 보름이라 동산 위에 곱고, 별은 밤하늘 보석 같다. 선배님이 우리가 잘 방 따듯한지 확인하고 돌아가신다. 그렇게 사위 고요하고 적막한 밤은 근래 처음이다. 적막한 밤에, 그 오지에 발효공장 세운 정선배님 높은 뜻 다시 생각해보았다.

 

 이튿날 아침, 포항시에 있는 사무실 방문하고 또 감동 받았다. 출근하면 먼저 충성! 회장실에 걸려있는 윤필용 장군 사진을 향해 경례 붙인다고 한다. 그 다음 여비서가 화선지와 먹을 대령하면 거기다 일필휘지 그날 할 일을 화두로 적는다고 한다. 그걸 간부회의 석상에 걸어놓고 간결하게 지시한다고 한다. 정선배가 박정희 대통령 아래서 한때 나는 새도 떨어트리던 수경사 윤필용 장군 비서실장 역임한 것은 진주 사람들이 다 안다. 그러나 그분이 미수를 앞 둔 지금도 아침 출근시마다 상관에게 경례를 붙인다는 사실은  모를 것이다. 사내라면 그 시시한 돈 앞에 굽히면 않되고, 상대의 의리 앞에 고개 숙여야 하는 법. 역시 3천석 천석꾼 진주 비봉루 명문가 연일 정씨 후예답다.   

 

 구내식당서 점심 먹고 포스코(posco)를 방문하여 속으로 또한번 놀랬다. 포철은 공장 넒이가 여의도의 3배라고 한다. 그 속에 설치된 철도 길이만 42킬로라고 한다. 철광석 실어오는 전용 부두 있는, 세계 5위 철광공장이다. 그런데 문외한이 보기에, 영일기업이 협력사로서 포스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중장비로 원료와 철강 이동 책임진 회사는 한진과 영일기업인데, 영일이 절반 이상 담당한다고 한다. 사원 복지도 협력사 중 최고라고 한다. 사원 교육은 충성이 첫째라고 한다. 전에는 덤프카로 철강을 날랐다고 한다. 그걸 선배님이 미국 프랑스 독일 철광공장을 둘러보고, 첨단장비를 비디오로 찍어와서 ET-Car 도입을 포스코(posco)에 건의했다고 한다. 한대가 20억이 넘는 차라고 한다. 300톤이 넘는 쇳물을 옮기는 장비였다. 그걸 '우선 내가 도입할테니 장비를 보고 결정하시오' 회사 결정 전에 과감히 도입하였다고 한다. 포철은 민영화 되었으나 국가의 중추산업이다. 그 세계 최대 철광공장의 이면사에 고향 선배님의 과단성 있는 기여가 깔린 것이 후배로서 자랑스러웠다.

 

 공장 둘러보고, 회장실로 돌아온 후, 거사는 정회장님께 꼭 드리고싶은 말이 있었다.사실 따져보니, 정선배님은 남이 아니다. 당대 제일의 서예가 비봉루 은초 정명수 어른은 거사 아버님과 서울대 전체 수석한 강인호 선배님 부친과 세분이 바둑 친구였다. 아버님 타계시 정성껒 쓰신 반야심경 가지고 서울로 올라와 장례식에 참석하신 분이다. 그 분 자제분 한분은 거사의 형과 진고 동기동창이요, 또 한사람은 거사와  동기동창이다. 거사가 중학교 때 배운 정수영 선생님은 정선배님 삼촌이다. 최남덕 선생과 사냥을 다녔는데, 거사도 뒷집 최남덕 선생님 따라 뜸부기 사냥 간 적 있다. 정봉화 선배님은 매번 삼촌 탄환을 만드는 심부럼 했다고 한다. 총알이 큰 멧돼지용 탄환, 작은 꿩 잡는 탄환 등을 만들었고, 간혹 동행하였다고 한다. 혹시 내가 중학생 때 따라간 그날도 선배님이 탄환 만들고 같은 동행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선배님! 철광산업이 국기 기간산업이니 이북에 전적으로 원료를 의존하면 않되지만, 그러나 남북통일 예비단계로 포철이 필요 철광석 4분의 1을 도입하는일은 가능하지 싶습니다. 중국에 팔 철광석을 동해남부선으로 계속 포항으로 날라오고,우리가 이북 도와주면, 남북의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지겠습니까?. 통일자금이란 건 우선 이런 데에 써봐야 합니다. 이런 일은 스케일 작은 사람들 할 일 아니고, 선배님처럼 과단성 있는 분이 나설 일입니다.'

그러자 선배님이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치. 우리가 철광석을 중국보다 값을 더 쳐주면서 나설 일이지.'

미리 생각턴 일인 모양이다. 대포나 미사일 만드는일보다 이 일이 더 중요하다 싶다.

 선배님과 헤어져 경주역에서 5시 기차 타니, 창 밖 노을 비낀 복숭아꽃 핀 과수원이 그처럼 아름다울 수 없다.

(2014년 4월)

 

'제작 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통  (0) 2014.04.20
내가 만난 대통령  (0) 2014.04.18
남강문학회 부산 정총 다녀와서  (0) 2014.03.21
남강 소묘  (0) 2014.01.05
눈 오는 날의 외출  (0) 201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