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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문학회 부산 정총 다녀와서

김현거사 2014. 3. 21. 09:44

          

              남강문학회 부산 정총 다녀와서

 

  누군가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를 만나러 봄마다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은  축복 이다. 겨우내 삭막하던 대지에 봄이 왔는데,  파릇파릇 수양버들 새옷 갈아입은 그 남쪽으로 버스를 타고, 한 없이 내려가는 일은 행복 이다. 칠십이 넘으면 친구가 귀해지기 마련인데, 부산에 가면 보고싶은 얼굴 떼거리로 있다. 여학생 정혜옥 김정희 황소지 김덕남 김혜숙 이숙례 김소해 우아지...남학생 정재필 성종화 김상남 최낙인 허일만 정옥길 홍성실 이석영 김기원 정태영 강천형 양왕용 양동근 이영성 서창국 이민호....다 거사가 수필가라서 알게된 분들이다. 이번에 부산 내려가서 못 본 분도 있지만, 좌우지간 이런 생각하며 버스 타는 일 그 자체가 행복하다.

 서울서는 김영숙 안병남 이인숙 이자야 이영혜 강종홍 구자운 김형도 조진태 이진표 박준영 시인이 내려갔다. 잘 다녀오라고 정태수총장님 김한석시장님이 전화를 해준다. 버스칸에서 입가심 하라고 금일봉 보낸 분도 있다. 정봉화 선배님이다. 몇년째 같이 다니다보니, 년하인 이인숙 이자야 작가가 정이 든다. 좀 외람된 말이지만 여동생 같고,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다.   

 

 부산 노포동 터미날에 내리니, 우리 문학회 정재필 초대 회장님이 정옥길 정태영 선배님과 우리 얼굴 기다리고 있다. 황감하다. 망팔의 년세에 누가 누구 온다고 그렇게 나중나오것능가. 전철 타고 동백역에 내리니, 부산 사람들 부럽다. 우리 키보다 큰 동백나무들이 저마다 붉은 동백꽃 달고 있다.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슈만과 차이콥스키의 곡이 어디서 들리는듯 하다.

 총회 장소인 해운대 글로리콘도 18층 불루비치홀에 들어서니, 김덕남 수필가 신작 수필집 골고루 하나씩 나눠준다. 창 밖 해운대 모래밭에는 푸른 파도 넘실거리고, 하얀 갈매기 날라다니는 해변 저쪽에 달맞이동산이 보인다. 거기 달맞이동산에 누가 처음 빌라를 지었던가. 아남건설이다. 5차 빌라까지 불티나게 분양을 끝내고 찾아간 청사포 사시미 생각난다. 

 

 정회원 108명. 비회원 280명 총 388명 회원을가진 남강문학회는 지역 단체로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회다. 총회 시작하니 사업보고에서 반가운 뉴스 알려준다. 경남도 문예진흥금 356만원 지원 받은

보고다. 문단 경력 빳빳한 양왕용 회장이 진주 김기원 교수, 이민호 시인과 함께 노력한 결과다. 축사와 시 수필 낭독 끝나자, 진주 사람은 역시 진주 사람이다. 정재필 초대 회장이 마이크 잡고 한 곡 뽑고, 여학생들은 노소 불문 땐싱을 한다. 이날 거사는 두 사람 명함을 받았다. 지리산문학관 김윤승 박사와 한국예총 울산광역시 연합회 한분옥 회장이다. 김박사는 작년 가을 남강문학회 참석자 전원을 지리산문학관으로 식사초대했던 분이다. 올 가을 진주모임도 남강의 지리산 발원지 서상에서 지낼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 분은 거사의 졸시 <그리운 지리산>을 문학관에 액자로 전시해주신 분이다. 한분옥씨는 가계 소득이 높은 울산광역시 예총 회장 감투를 갖고있는 분이다. 그와 동기 대구 김혜숙 교장 두 분 다 남강문학회 차세대 주인이니 특별히 관심 가져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이튿날 시티튜어에 들어갔다. 이슬비 속에 버스가 출발하니, 광안대교 오른쪽에 높이 솟은 것은 50층 짜리 고층 아파트요, 왼쪽 물에 뜬 것은 요트다. 이런 부유한 풍경 보고 그다음에 간 곳이 그 반대 풍경이다. 감천동 문화마을 이다. 여긴 6.25동란 때 피난민이 살던 판자집 골목이다. 산비탈 꼬불꼬불 골목길, 지붕은 바람에 날라가지말라고 나무가지로 덮어놓은 루핀 지붕이다. 집마다 화장실이 없어 공중화장실이 있다. 미로 골목길에 가난한 화분은 처량하다. 잎도 없이 을씨년스럽게 천리향이 꽃을 피우고 있다. 송도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낙상홍 열매같기도 하고, 마가목이나 피라칸사스 열매같기도 한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가로수가 아름답다. 구자운박사한테 물어보니 <이나무>가 그 이름이란다. 길은 엉망이다. 창고 많은 부두 길, 동네는 구질구질 더러운데, 붉은 동백꽃 가득한 동백나무와 이나무만 아깝다. 이윽고 물속에 인공돌고래가 헤엄치는 송도가 나온다. 거기 단추를 누르면 현인의 노래 10곡이 나오는 뮤직박스와 현인 동상이 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 홀로 왔다그 다음 간 곳은 영도다리다. 허일만 선배 해설에 따르면, 이 다리는 세월이 흘러 언제부턴가 다리가 더 이상 힘이 없어 서지않더라고 한다. 그래서 비아그라를 한바가지 쏟아부었더니, 꺼떡꺼떡 빳빳하게 서고, 간혹 자갈치 아줌마가 조개와 합자를 던지면 도로 죽는다고 한다. 우리가 간 시간이 딱 12시다. 왜앵하는 싸이렌 소리가 나고, 버스가 정지하고, 차단기가 올라간다. <용두산아 용두산아 너만은 변치말자 한발 올려 맹세하고 두발 디뎌 언약하던 한 계단 두 계단 일백구십사 계단에 사랑 심어 다져놓은 그 사람은 어디가고 ....> 요란한 노랫가락 들려오고 다리가 꺼떡꺼떡 올라가서 빳빳하게 선다. 그 앞에서 기념사진 찍고 자갈치 횟집에 앉았다. 부산은 아직도 문화마을, 송도해수욕장, 영도다리, 국제시장, 용두산 공원, 모두 6.25 추억에 잠겨있다. 내일 아침 미국 떠나는 김형도 선배와 바쁜 박준영 선배는 여기서 기차로 먼저 서울로 떠났다.

 

그 다음 범어사 들러 해설사 안내로 도량을 한바퀴 돌고, 노포동에서 버스에 올랐다. 그때 손 흔들어주던 정재필 정옥길 정태영 선배님 얼굴 잊히지 않는다. 올라오는 길, 낙동강 맑은 물 위에 어리던 그 얼굴들 감동이다. 서울 터미날에 내려 강남구 이진표 선배와 한 잔 꺽어 여행 마무리하고 돌아오니, 이튿날 아침, 이유식 한국문인협회 고문님 다정한 전화가 온다. '다들 편안히 잘들 다녀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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